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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레벨 12인 한 초보 롤 플레이어입니다.
이제는 거의 전국 남성의 게임이 된 롤의 특성상, 신규 유저의 유입이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말이든 AI든 큐를 돌리다보면 거의 매 게임마다 부캐를 키우고 계신 것으로 생각되는 분이 최소한 한분, 어떨때는 과반수입니다.
아마 오유에도 상당수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분들의 글도 자주 올라오고요.
그런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쪼말들 못하죠?
아마 게임 하시면서 복창 터지시는 일 많을겁니다. 시작템을 이상한거 사오거나 아예 사오지를 않고, 정글한다는 놈이 강타는 안들고 RPG를 하고 앉아있고 (사실 정글이 뭔지만 알아도 고마운 일이죠), AD딜러를 가지고 AP템 사고, 탱킹도 안되는게 적들한테 닥둘하다 죽고.
자기가 솔킬 몇번씩 따고, 로밍 다니며 풀어주려해도 호응이 없거나 킬을 따도 또 따이거나 해서 진 일도 많으실겁니다.
팀원이 게임을 못하면 짜증나는게 당연합니다. 자기는 잘하는데 팀원들때문에 지면 더욱더요.
하지만 그만큼 저희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전 그나마 제 친구들이 하는걸 반년 이상 구경해왔고, 또 시작하기 전에 재미로 챔피언 공략도 읽어보고 했기 때문에 주류 챔피언들의 스킬, 정글의 계념등등 기본적인 이론은 파악하고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입롤은 어느정도 자신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그렇게까지 준비하지 못합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공략은 읽고 오는게 예의 아니냐?"
당신은 게임 시작할때 공략부터 읽고 하십니까?
RPG 시작하실때 보스 공략부터 읽고 하셨습니까? FPS 시작하실때 맵 지도부터 보고 시작하셨습니까? 직접 부딪히면서 터득하는 과정도 게임의 한 부분이자 큰 재미입니다.
그러면 또 말씀하시겠죠.
"RPG 같은 거야 그렇겠지만, AOS는 진입 장벽이 특히 높기 때문에 공략을 알아야한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이, AOS가 뭔지, DotA, 카오스는 뭔지 알것 같습니까? 이제야 시작하시는 분들은 아마 인터넷의 수많은 롤에 관한 글들을 이해하거나, 또는 친구나 동료들과 대화하고, 함께 즐기고 싶어 따라서 하시는 분들일겁니다. 게임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죠. 과연 이런 분들이 이 게임이 시작부터 깊이있는 이해도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까요?
또한, 많은 분들이 쪼렙들의 컨트롤의 미숙함을 지적하십니다. 뜬금 없는 앞구르기, 앞비전, 빨리죽기등을 시전한다든가, 감성센도등 이런 저런 스킬을 쓸데 없이 사용하고, 백핑을 찍어도 피하지 않다가 죽는등 참 한심하게 보이는 일이 많으실겁니다. 얼마전에도 오유에서 한분이 부캐 키우면서 쓰레쉬를 하면 팀원들이 랜턴을 던져줘도 점멸을 쓴다고 한탄하는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희가 컨트롤이 미숙한것도 당연합니다.
일반적으로 부계정을 키우시는 분들은 노말 100판은 물론이고, 500판, 1000판씩 해보신 분들도 많습니다.
전 노말을 아직 10판도 못해봤습니다.
일단 경험 자체부터 만렙과 초보는 10배, 50배, 100배씩 차이가 납니다. 순간 판단력과 딜계산 능력 같은게 떨어지는게 당연합니다. 영어 배운지 일주일 되는 사람이 배운지 1년된 사람만큼 잘 할수 있을까요? 아직 화면과 미니맵을 동시에 보는 것도 힘든 시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어도 정신없는 한타 속에서 랜턴이고 뭐고 생각할 여유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또 말씀하십니다. "못하면 AI에서 연습이나 하지 왜 노말에서 똥 지리고 앉아있냐?"
맞는 말씀입니다. 자기가 실력이 안되면 연습을 해야죠.
하지만 AI에서 배울수 있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AI들은 정글링 따위 모르고, 타워가 깨질때까지 로밍 따위는 안오며, 또한 와딩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남은 부분은 어쩔수 없이 노말에서 채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런 생각 안해보셨습니까?
팀원들이 너무 못하는게 아니라, 당신이 너무 잘하는 게 아닌지?
대부분의 게임에서, 저렙 구간은 못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면서 게임에 대해 배워나가는 시기입니다.
사실 롤의 저렙 구간도 마찬가지여야합니다. 초보들끼리 모여서 실수도 하고 똥도 싸면서 조금씩 실력을 발전시키는 시기요. 하지만 부계정이 성행하면서, 이제는 저렙 구간에서도 만렙 수준의 센스를 요구합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존재는 초딩들 노는데 끼어들어간 대학생과 같다는 것을.
당연히 대학생이 보기에는 초딩들이 유치하고 한심해 보이겠죠. 하지만 그 초딩들이 이상한게 아닙니다. 오히려 초딩이 대학생만큼 하는게 웃긴거죠.
하지만 초딩들의 놀이판에 대학생들이 늘어나더니, 어느새 대학생들이 주도권을 잡고 초딩들이 멸시받는게 현재 롤 저렙구간의 현실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자기보다 느린 사람의 페이스에 맞추어 주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닙니만, 방금 첫 발걸음을 뗀 아기가 어른의 걷는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희가 만렙의 실력과 기대를 따라가기란 너무나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쪼말충들은 노력을 안한다"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지 내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게임하는 저렙분들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캐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배워야 할지 모르거나, 가이드 같은 것을 찾아본다 해도 초보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경우가 허다할 뿐이지, 더 알고 싶은 욕구는 충만합니다.
"그럼 왜 가르쳐줘도 듣지를 않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겁니다.
일단, 저희는 정말로 아는게 없다는 걸 기억하셔야됩니다. 롤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CS 먹어라", "레드 때려라", "블클 사라" 같은 말을 들어도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까? 저는 "작골"이 무슨뜻인지 알아내는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또한, 미천한 쪼말충이지만 저희도 인간인지라 자존심이 있습니다. "ㅄ 새끼야 거기를 왜 들어가냐?" 또는 "시발놈아 그걸 왜 니가 처먹어?" 같은 말을 들으면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듣기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나는 욕도 안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오유 롤게에서 토롤러 욕하는 글에서 자주 보이는 멘트가 있습니다. "~가 똥 싸길래 욕은 안하고 그냥 몇마디 했을뿐인데".
하지만 쌍욕을 하지않아도 충분히 사람이 게임하기 싫게 만들 수 있습니다.
며칠전, 전 라이즈를 시작해보려 초급 AI전 큐를 돌렸습니다. 게임 시작후 열심히 파밍하던 중, 탑에 가셨던 다리우스님이 저에게 채팅을 거셨습니다.
"님 라이즈 왜함?"
질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저는 그냥 "연습중"이라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이 말씀하시더군요.
"님 게임 접으셉"
랭겜에서 똥을 싸고 있는 것도 아니고, 초급 AI에서 큰 문제 없이 한판하고 있을뿐인데 접으라니? 전 어이가 없어 "왜요?"라고 답했습니다.
"템이 그게 뭐임?--"
저는 그때 마나무네를 끼고 있었습니다. 전 "라이즈는 마나템 아닌가요?"리고 질문 했고, 그분은 자기가 라이즈 장인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마나무네도 가긴 하지만 첫템으로 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고, 확인해보니 제가 인벤 베스트 공략의 템트리를 잘못 읽었더군요. 저는 감사하다고 하였고, 그 판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물론 이런 조언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AI 초보전에서 게임 접으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습니까? 비슷한 예시로, "님이 그걸 왜 먹음-- 게임할줄 모르시나?", "야 ㅋㅋ 그걸 가서 죽어주냐", 또는 "명불허전 쪼말충 ㅋㅋㅋ" 같은 말을 들으면 그 어떤 보석 같은 조언도 듣기 싫어집니다.
물론 어떻게 말해도 충고는 귓밥에도 안들어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저희는 그저 당신이 "원딜은 AD템 가셔야 할텐데;;"나 "서폿 할때는 미니언 때리지 마요" 정도로만 말씀해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저는 노말에서, 부계정이 상대팀에 걸릴때보다 같은 팀에 걸릴때 더 두렵습니다. 상대팀이라면 그냥 지면 끝나지만, (물론 전체챗으로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팀이라면 종종 온갓 쓴소리를 해대며 팀내에 불화를 일으키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만,욕먹는게 두려워서 만랩 가까이 찍을때까지 거의 AI만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부계정을 가지신 분들을 욕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부계정은 플레이어의 자유일 뿐만 아니라, 초보들에게 도움과 가르침을 주시는 감사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부계정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저희 초보들을 이해해 주시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같은 쪼말충도 이기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때때로는 캐리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그저 즐겁게 게임할 수만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이 지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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