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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57720
    작성자 : 쿨라임
    추천 : 83
    조회수 : 7461
    IP : 59.30.***.7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10 13:43:40
    원글작성시간 : 2013/04/09 19:45: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7720 모바일
    배려의 기술
    배려의 기술



    1. 
    사회성이 서툰 친구들을 보면, 어려워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처음 관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관계를 지속하는 것.
    관계를 처음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 용기라면, 관계를 지속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 일 것이다.
    배려는 쉽지 않다.
    차에서 내리는 이성을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식당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수저를 티슈 위에 올려서 각자 앞에 놔 주는 것도 물론 배려이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런 '외향적 배려'가 아니다.
    마치 무화과의 꽃 같은 배려를 이야기 하고 싶다.

    2. 
    다른 꽃들은 참 꽃같이 생겼다. 아름다운 외양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무화과는 흔히들 꽃이 없는 나무라고 불린다. 그 이름도 무화과(無花果), 즉 꽃이 없는 열매 나무란 뜻이다. 하지만 꽃이 없는 나무가 있을리 없듯, 무화과 역시 꽃이 있다. 

    우리가 흔히 열매라고 알고 있는 부분이 바로 무화과의 꽃이다.

    3.
    앞서 '외향적 배려'를 이야기 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할 배려의 종류를 '내향적 배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아니다.

    배려는 상대에게 보이고 또 안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야 한다.
    마치 사람들이 지나가며, '이 나무는 꽃이 보이지 않네.' 라고 말하면서 그 꽃으로 배를 체우듯 말이다. 말하자면 '내향적 배려'가 아닌 '이타적 배려'일 것이다.

    다른 꽃들은 직관적으로 누구나 꽃임을 알 수 있게 생겼다. '외향적 배려'는 누가봐도 배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저 보기 좋고, 그걸로 끝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 초점을 맞추는 '이타적 배려'는 상대가 비록 내가 주는 것이 '꽃'인지 모를지라도, 그 주린 배를 체우고, 달콤함에 빠진다.

    4.
    실생활에 적용가능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 경험이 이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진다.

    난 대학생 때 학과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오직 하나의 동아리만 하고 다른 학과 행사엔 참여하지 않았기에, 그 동아리에 가면 꼭 꿔다논 보릿자루마냥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뻘쭘하게 자리만 지키고 있을 때, 한 동아리 선배가 나에게 이것 저것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거리였다. 물을 가져와라, 칠판 좀 지워라, 그런 사소한 일을 시켰는데, 사람들은 그 형에게 안 좋게 이야기를 했다. 처음 나와서 안그래도 뻘쭘한 아이한테 왜 그러냐고 말이다.

    대부분의 동아리처럼 그 동아리도 처음 자리한 신입생에겐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 형이 시킨일을 했고, 정말 사소한 일을 하면서 다른 선배,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5.

    그 땐 몰랐다. 이것이 배려인 것을, 그리고 이것이 무화과의 꽃 것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그 일로 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뻘쭘한 시간을 그저 앉아서 보내지 않아도 됐으며, 일부러 이쁨을 받기위해 손을 싹싹 비빌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 형이 짧게 욕을 먹음으로 써 말이다.

    6.
    배려는 '이타적'이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겉에 보이는 명성, 그리고 배려를 함으로써 돌아오는 보답을 생각하고, 그저 겉보기에만 화려한 배려를 한다. 솔직히 나도 이 '이타적 배려'를 하면서, 내가 욕을 먹거나, 상대가 내 배려를 눈치채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어떤 분이 이걸 내게 가르쳐주셨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 배려를 혹 눈치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확실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 
    영어로 짝사랑을 unrequited love라고 한다. 'unrequited'는 '보답이 없는' 이란 뜻이다. 다 제쳐놓고, 사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것이 사랑이다. 

    내가 배려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려하고 싶다면, 보답을 바라지 말고, 그 꽃을 숨기며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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