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편에서 오유가족 여러분이 보내주신
너무나 과분한 추천수와 따뜻한 꼬리말에 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정말 보잘 것 없는 글에
여러분들의 하루
작은 미소하나, 신선한 느낌하나
남겨 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내 생애 최고로 당황스러웠던 순간” 시리즈
“술을 마시면 미친 듯이 뛴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곳에서 다시 발견되는 나.”
그런 황당한 술버릇은 (1탄 참고)
사회인이 된 내 삶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은 체
또 한번의 심각한 사회적 파란을 예고하고 있었다.
두둥~
제 2탄: 지하철에서 생긴 일
아주 오래전
내겐 꿈이란 게 있었다.
그저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때가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며
그저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다면 했던 때가 있었다.
그 일은 내게 첫사랑이나 다름없었고 그 사랑이 영원할 꺼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여린 한 청년의 마음속에는
그게 세상의 전부였다.
그러나
세상은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만 굴러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왜냐면 그러면 인생이 너무 지루해 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_- 추측임.
IMF가 온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IMF란 뼈저린 구조조정의 시간이었다.
현실이 아니면 모든 것을 버리라고 강요받았다.
꿈을 버리고 어서어서 현실로 내려오라는.
나를 현실로 끌어내릴 그 죽음의 사자 역할을 맡은 사람을 지금 만나러 가고 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자기 일을 도와 달라고 노래를 불렀던 사장님이다.
졸업하면서 잠시 도와드린 곳인데 까마득한 학교 선배였던 사장님이 내가 무척 인상적이었나 보다.
마침 자리가 하나 났다고 꼭 오라고 한다.
술이 약간 되셨는지 이 늦은 밤에 연락이 온 것이다.
“한잔해!!!!”
걸으면서 왼손에 낀 반지를 만져본다.
안쪽에 작은 글씨로 “영화 내사랑” 이라고 새긴 반지.
여기서 내 꿈은 접어야 하는 것인가.
새벽 2시쯤 약속장소인 횟집“새벽시장”에 도착했다.
광어가 한 마리 나왔다.
살이 하얗게 사시미로 떠진 채로
아직도 살아있는 듯 아가미를 껌뻑거리는 광어의 눈엔
푸른 바다의 모습이 비친다.
다시는 못돌아갈 먼 바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꿈꾸던 바다를 그리워 했나보다.
내게도 저 광어처럼 먼바다가 있지. 너무나 멀어 더욱더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가.
먼바다를 담은 서글픈 광어의 눈을 보면서 나는
한점 먹었다.
그리고 깻잎으로 눈주위를 가렸다.
너무 아가미 뻐껌거림.
사장님은 회사의 비젼을 말하느라 여념이 없다.
무슨 프레젠테이션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내일 무슨 중요한 회의라도 있나. ;;;;;
별 뜻없이 주고 받는 한잔 한잔의 의미는 뜻깊다.
내 사랑하는 “연인” 을 버리고
이제는 직장인이 되야 한다.
나도 월급도 받고 휴가도 가고.
언뜻 보기에는 뭐 나쁠 것도 없네 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나는 내 꿈을 잃어버린 것이다.
오늘로서.
내 사랑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닥친다 해도 내사랑을 버리지는 마세요. ㅠㅠ)
배신.
배신자.
나는 정말 심하게 많이 마셨다.
그래야 내 꿈이 접어질 것 같았다.
그래야 배신하는 자의 마음에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사라질 것 같았다.
잠시나마.
얼핏 얼핏 사장님의 말씀이 지나간다.
때로는 그냥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겨 보라는.
애써 노를 젓지 말고 때로는 그냥 흘러가는 순리에 나를 맡기고 떠나보라는.
그대를 향한 마지막인사 -
평생 그대를 위해 살 것 같았던 나를 용서해 주오.
내가 떠나가도 그대 외로우시면 안돼요.
못나서 떠난 거니까.
못나서 그대 사랑 버린 거니까.
우리가 만났던 그 자리에서
또다시 우리가 만난 계절이 돌아온다 해도
나를 기다리진 마세요.
그러나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한때는
내가 가장 당신을 사랑했음을.
진로가 바뀌었다.
그러니 안마실 수가.
정말 많이 마셨다.
멀리서 새벽이 밝아 온다.
새로운 시작이다.
곧 지하철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축하쇼(?)이 열릴 것이다. O.H. G.O.D.
얼핏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폭음하면 개가 되었었는데....’
설마 그렇게 되겠어??
학교 다닐 때 얘기지??
이제 나도 직장인인데??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많이 마셔도 그럴리 없어.
아닐거야.
그런 개 같은 술버릇이 말이나 돼?
다 큰 직장인이???
그러나
예전과는 달랐다. 틀림없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으니까.
갑자기 술이 확 올라온다.
쇼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헐크가 자신이 변신하는 때를 예감하듯
나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왔다.
너무너무 속이 거북했으므로.
그 때 부터는 사장님이고 아무도 생각없다.
너무나도 괴로운 나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으므로.
시원한 바람을 마시고 싶었다.
신사동 주변을 마구마구 걸었다.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
그 와중에도 집으로 가야한다는 강렬한 생각.
첫 지하철이 운행되는 시간에 맞춰 신사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파김치가 되어.
지하철에 술냄새 풍기며
타고 가다가 너무 속이 거북해 두정거장만에 내렸다.
내려서 지하철역 의자에 앉았다.
눕고 싶었다.
4개가 나란히 붙은 의자였지만 근데 도저히 누울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굴곡이 심해 너무 허리가 배긴다. 안되겠어. 그냥 앉아 있어야지.
그리고서 거기 누워 한참을 잔듯하다. 승객의 신고가 들어 갔는지 자고 있는 나를 직원이 깨웠다.
눈을 뜨는 순간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불편해서 잠이 안올 텐데”
글쎄말입니다. 나도 이상하네. 어떻게 잤지?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 감각도 무디어 있었고. (나중에 거기서 잔 것 땜에 며칠 고생했음.)
의자사이의 틈이 지나간 허리쪽과 어깨쪽이 그 취한 와중에도 끊어질 듯 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되지? 도저히 움직일 힘도 없는데.
속은 뒤집어 질듯하고.
아직도 머리가 휭휭도네. 속도 거북하고.
순간 지나가다니는 객차 안을 들여다 본다.
아직은 한산하다. 한량에 몇 명 없네.
또 한번 타본다.
의자 쿠션 좋고. 온도도 딱 좋네. 훈훈한게.
속도 울렁거리지 않네.
와..... 너무 좋다. 너무 좋아.
그리고서 나의 기억은 사라졌다.
집과 같이 편하다는 몽롱한 느낌만 빼고.
내게 일어난 변화를 알아차리게 된 것은 어떤 용감한 아저씨에 의해서다.
“이봐. 이봐. 젊은이. 이러면 안돼지.”
뭐가 안된다는 거지. 저분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게 하는 말인가? 어디서 들리는 소리야?
입에서 아직도 술냄새가 확 올라온다.
조 ~~~~~~~~~~~ 용
사람들이 지하철안에 가득하다.
음. 출퇴근 시간이군.
붐비는 시간이야.
근데 ....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이렇게 붐비는 지하철안에?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편한 거야?
“이봐 젊은이 지하철에서 이러면 안되지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근데 그의 말에 아무도 웃는 사람도 없고 동조해 주는 사람도 없다
그냥 조용하다.
이게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거야??
내 앞에 선 사람들은 다 손잡이를 잡고 서있다. 손잡이가 남은게 없을 정도로 빼곡히.
근데 나는???
거기 의자에 큰대자로 누워 있었다.
내가 눈을 떠서 정신을 차렸을 때의 그 황당함과 부끄러움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차라리 비웃었더라면 덜 쪽팔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평범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묵묵히 서있고 앉아있다.
거기 드러누운 나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더군다나 나는 양말까지 벗고 있었다.
정확하게 네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채 나는 지금 도심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 내리실 곳은 종로3가 종로3가 역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붐비는 시간에 여기까지 누워서 올수가 있는가?
이 사건이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끊어진 필름이 부분 복구 됨에 따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무어라 대답했는지를.
여러분이 깨우신 듯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
그러나 너무 술이 많이 취해 있어서 술주정을 한 듯.
근데 그 술주정이 너무나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니까 사람들도 약간 당황한 듯.
이런 대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아저씨. 이러면 안됩니다.”
(멀쩡한 목소리로) “아. 예. 알고 있습니다. ”
술이 취해도 또박또박 말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다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누워있는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하니 주위 사람들이 깨우는 것도 한두번이지.
뭐 특별히 죽을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문제는 계속 그렇게 헛소리를 해 댈 정도로 술이 취해 있었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술이 중간에 그만 깨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모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반쯤은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머지 반은 안보는 척 하면서 나를 보고 있다.
신문너머로. 곁눈질로. 힐끔힐끔.
누구나 다 튀고 싶은 면은 다 있다.
나도 튀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건 다르다.
이건 죽을 정도의 괴로움이 따르는 튐이다.
그래도 튀는 건 튀는 거긴 하다. ㅜㅜ
나는 서둘러 일어났다.
아직도 술이 덜 깼지만 이 느낌이 영 아니라는 걸 느끼기엔 충분하다.
아 이런 느낌이 왕따구나......
어서 내려야 한다. 출입문 쪽으로 나도 평범한 시민인 것처럼 슬며시 움직인다.
이봐! 젊은이!
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나를 깨운 그 아저씨다. ㅠㅠ
아저씨. 제발 날 좀 봐줘요. 당신 땜에 쪽팔려 죽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ㅠㅠ
차라리 술이 취해 “아, 예, 알고 있습니다”라고 할 때가 좋았다.
근데 뒤돌아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죽음을 넘나드는 쪽팔림을 겪어야 했다.
신발 한쪽을 들고 계신거다.
그 말을 하자 아까 내가 누웠던 자리에 앉은 남자 분이 바닥에 떨어진 양말을 가리킨다.
친절한 그들의 도움 하나하나를 뒤로 하고 내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간다.
출입문이 열렸다.
빨리 받아서 이번에 내려야 한다.
근데 한쪽 신발이 안보인다.
그래도 내리자. 문이 닫히기전에. 빨리.
나/가/야/한/다/
바로 그 때 였다.
“구두도 좋은 것 같은데 나머지 한 짝도 찾아봐” 라며 명령조로 말씀하신다.
또 그 아저씨다.
무시하고 내려야 한다. 내리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 밖으로 그냥 뛰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또다시 나는 나머지 한쪽 구두를 찾아 헤맸다. ㅠㅠ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서 내렸어야 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의 동선에 맞춰지고
나는 그들에게 색다르고 이색적인 출근길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었던 거였다.
“사라진 구두 한쪽을 찾아라” 라는.
양말도 안신은 맨발로.
한쪽 구두를 손에 쥐고 돌아다닌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정말 다시는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렸어야 했다.
그 아저씨 때문이다.
거지같은 내 구두. 비싸지도 않는데....
근데 아저씨가 “구두도 좋은 것 같은데... ”라고 한 말은 뭐지????????
나중에 알게 된거였지만 우리 사장님은 횟집에서 제공하는 하얀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셨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남은 신발이 걸레 같은 구두 한 켤레 였다고 한다.
나는 그 다음날 ‘참 이상한 일도 있네’라는 표정으로 그 말씀을 들어 드렸다.
나는 상관이 없는 듯이.
왜냐면 한 짝을 도저히 못찾았기 때문이다. ㅠㅠ
그냥 내릴걸 그랫어. ㅠㅠ
쇼란 쇼는 다하고 그게 뭐야. ㅠㅠ
일단 지하철을 내렸다.
반대편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덜 쪽팔렸다.
조금 전까지의 나의 만행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혹시 나를 아는 사람.... 없겠지???
나는 한쪽 발을 다쳐 신발을 못신고 나온 듯한 표정과 연기를 펼치며 절뚝절뚝 집으로 돌아왔다.
THE END
여러분의 살포시 누른 "추천 버튼"하나로
3편이 세상에 나올수 있습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