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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용택이는 한 번 본 풍경은 모두 기억해내는 특출난 능력이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특이한데, 남대문을 그릴 경우 바닥에서부터 쌓아올린 돌을 자를 대고 하나하나 정교하게 그려 올라가는 식이다. 그가 `지은` 남대문 그림은 명함에 실려 문화재청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하루에 수천 장씩 그림을 그려대던 아이`, 중학생 영배는 최근 잃었던 그림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다. 그가 8살 때 그린 지하철 그림이 티셔츠, 머그잔 등 디자인 상품에 실려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림을 잘 그리는 용택이와 영배의 공통점은 자폐증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여름방학부터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52)가 운영하는 `자폐인 디자인스쿨`에 다니고 있다. 자폐아동 교육전문가인 이 교수는 지난 8월, 자폐인들의 그림을 활용해 디자인상품을 개발하는 기업 `오티스타`를 설립했다. 그들이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인 이득도 얻었으면 해서다.
이 교수는 "시각적 표현능력이 뛰어난 것은 자폐 장애의 한 특성"이라며 "디자인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펜이 아닌 컴퓨터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한 가지 집착 대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상을 그리게 한다"고 소개했다.
디자인스쿨에서는 방학에 주2회, 학기 중 주1회 그림수업을 한다. 지난 7월부터 총 14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8회차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에도 졸업을 거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아직도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자폐학생들이 수업 중 그린 그림은 전문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티셔츠, 머그컵, 에코백, 클리어파일, 엽서, 명함 등 다양한 디자인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직은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언젠가 이들이 그림을 그려 소득을 얻는 것이 이 교수의 바람이다.
"얼마 전 아이들이 처음으로 20만원씩 돈을 벌었어요. 그날 저녁 한 아이 어머니가 남편 손을 붙잡고 울었대요. 평생 아이가 벌어온 돈을 만져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요. 할머니 빨간색 내복을 사러 간다며 가족이 정말 행복해 했어요."
이 교수의 최종 목표는 `오티스타 카페`를 세우는 것이다. 후각이 민감하고 규칙을 잘 따르는 자폐인 특성을 활용해 바리스타를 양성하고, 한쪽에선 디자인 상품을 전시ㆍ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이곳에선 자폐인 누구나 그림을 배울 수 있고, 그 부모도 잠시 자녀와 떨어져 쉴 수 있다.
그는 "자폐인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능력을 찾아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일"이라며 "내년쯤 해외 자폐학회에 참가해 이런 사업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매일경제 이현정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베오베는 바라지않습니다... 날씨 좋은날 나들이 하시면서 구경한번 오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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