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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55170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6
    조회수 : 1695
    IP : 119.195.***.230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5 09:43:44
    원글작성시간 : 2013/04/05 00:59:04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5170 모바일
    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 3부 -



    그래도 천 년 송이라는 게 박력이 있기는 하네요?”

     

    지연이는 향나무 몸통이 남정네들 근육이라도 되는냥 쪼물딱 거렸다.

    숨이나 돌릴 겸 촐랑거리는 지연이를 내버려 둔 채,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들었다.

     

    재미있게도,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산골 마을이라 공기 하나는 좋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담장에 등 돌려 담장에 엉덩이를 걸쳤을 때였다.

     

    언제부터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할머니와 조우한 것은.

     

    할머니는 귀신을 보고 놀라 망부석이라도 된 듯.

    눈알이 빠져라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못 보던 사람을 봐서 놀라셨나, 눈 깜빡임 한 번 없는 할머니가 걱정마저 들 때였다.

     

    총각. 저기 아가씨, 저기가 무슨 나무인 줄은 알고 저러고 있는 건가요?”

    천 년 묵은 향나무잖아요.”

     

    할머니의 얼굴엔 암울한 그림자가 주름살에 붙어 자욱히 배겨가고 있었다.

     

    저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원래 미신을 쉽게 믿는 어르신들이리라.

    생판 남을 걱정을 하는 마음이 고맙고,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지연아!”

    ! 선배.”

    나와 있어. 거기 함부로 들어가는데 아니래.”

     

    지연이가 씩씩한 걸음으로 다시 담장을 넘었다.

    그나마 지연이라도 기운이 돋는 듯 보여 다행이었다.

    지연이는 얌전히 내 옆에 다가와 다소곳하게 앉았다.

     

    새근새근 하고 숨소리를 내는 게

    향나무 가서 조금 까불고 왔습니다. 선배!” 하고 보고하는 것만 같았다.

     

    내친김에 할머니에게 김성규씨에 대해 인터뷰를 따볼까,

    가슴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할머니는 두리번 두리번 땅의 잡풀들을 눈으로 골라내고 있었다.

     

    할머니, 혹시 김성규씨 라고 기억 하세요?”

     

    할머니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하셨다.

     

    저 나무는 옛날에 으르신 들께서 부르기를 인과목. 인과목이라고 부르셨었어요.”

    ?”

     

    인과목? 그런 나무는 들어 본 적 이 없다.

    나무에 관한 지식이 얕다고 해도 인과목이란 나무이름에는 의구심이 들 듯 싶었다.

     

    어르신은 담장 넘어로 고개를 돌렸다.

    곧게 뻣은 나무가지로 시선이 어른거리던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사람 과일이 열매를 맺는다고, 인과. 그래서 인과목이라고 부르셨었지요.”

    향나무에서 열매가 맺어진다구요?”

     

    실웃음이 나왔다. 사람 열매? 향나무에 무슨 열매가 피어서 사람을 빚대어 열매라 칭했을까.

    향나무의 열매를 들어 본 일이 없어서 기억을 더듬었다. 먹어봤다는 사람도 못 들어 봤다.

     

    저 향나무에서는 열매가 맺어져요. 총각. 사람 열매.”

    열매 모양이 사람 같은 모양인가요? 할머님. . 인삼같은 모양을 말씀하시나요?”

    아니, 아니. 사람이 목을 걸고 있는 날이 많아서 사람 열매라고들 그랬지.”

     

    지연이가 소름이 끼쳤는지 내 팔 소매를 덥썩 잡아왔다.

     

    처녀 딱하게 됐수. 내가 미리 왔었으면음 알려 주고 갔을 텐데.”

     

    할머니의 낮음 음성이 지연이를 더 겁먹게 만들고 있었다.

    지연이는 몸을 바싹 붙여오며 아주 팔짱을 끼워들었다.

     

    저 담장을 넘어간 사람치고, 저 나무에 목을 걸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어요.”

     

    믿음이 가지 않는 지방미신이었다. 나에게만큼은.

    그에 반해 지연이는 어느세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2부 끝 3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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