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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6550
    작성자 : 싸Ul눨느
    추천 : 25
    조회수 : 2340
    IP : 175.253.***.23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1/07/08 09:11:13
    http://todayhumor.com/?animal_6550 모바일
    [멍갤펌]우리 개 이야기
    우리 개가 나에게 오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나랑 같이 살게 되었을 때엔 상태가 좋지 않았어.
    인간을 믿지 않고,  움찔거리며, 사나왔어.
    그나마 나는 밥주는 사람이라 좀 낫다랄뿐,  우린 주인과 개, 이런 관계는 아니었어.
    불러오 안오고,  생까고.
    밥 줘도 개는 본체도 안해.  사료가 없어지는거 보니까 먹는가 보다.
    똥 싸는거 보니 먹긴 먹는갑다. 생각할 뿐.

    사납고, 민감해서 힘들었어.
    사람 지나가기만 해도 짖어대고 악을 써대고.
    나 없을때 마당에 놔두었더니 저래서 경찰 왔었나봐.
    5킬로도 안되는 개가 사납긴 얼마나 사나운지,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었어.
    내가 개를 제압 못하니까 의사샘님이 해줘야 하는데 못하셨어.
    결국 바람총인가까지 동원했는데 개가 하도 날래서 결국 못 맞췄지.
    마취약값만 반만 내고 왔네.

    그래. 진료도 못받는게 니 팔자려니 해.  난 할만큼 했어. 그러다 병걸려 죽으면 다 니탓이야.
    난 너 무서워서 손 못대겠어.
    동물농장보면 맹수도 치료를 받는데, 왜 우리개는 안되지?  저게 무섭다 한들 맹수보다 무섭겠어?
    그냥 그랬는데.......

    어느날 개가 쓰러졌어.
    막 토하고 그랬대. 회사 조퇴하고 달려가보니 거의 늘어졌더라구.
    병원에 데리고 갔어.
    축 늘어진 개는 반항도 안하니까, 피도 뽑고 했는데
    심장사상충이래.
    왜 예방 안했냐고 그러드라.
    왜 안했냐구요?
    워낙 포악해서 병원 셋을 옮겨 다니도록 의사샘이 다 포기한 개라 검사를 못해서 못했지요.
    치료를 뭘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니까,  이미 치료 단계를 지났대.
    이 개는 오늘 내일 죽을거래.
    이미 체온이 내려가고 동공이 풀렸대.
    근데 온 몸에 타박상이 있다네?

    나랑 살면서 내가 개 때린적은 없으니까,  아마 나에게 오기 전에 맞았나봐.
    여기저기 맞은 흔적이 있대.

    그때 갑자기 눈물이 났어.
    무슨 개냐면.
    5킬로짜리 똥개야. 잡종이야.
    아무도 이뻐해 주지 않을만큼 못생긴 개야. 왜 나한테 왔는지 나도 모르겠어.
    이 개는 아무리 봐도 사랑받은 티가 안보여.
    잡종으로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맞으며 살다가, 결국 심장사상충으로 죽어간다고 생각하니까 불쌍하잖아.
    의사가 개 데리고 가래.
    병원에 있어도 할게 없다고.  그냥 데리고 가래.
    그래서 울면서 데리고 집에 왔어.
    에구 불쌍한것. ㅠㅜ
    이 개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너무 키우는게 힘들어서 누가 가져가주지 않나 생각했어.
    티비에서 개과천선 나오면 우리개 어떻게 안되나.
    하이디 나오는거 보면서 우리개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좀 알고 싶어.  그렇게만 생각했어.
    동물농장에 나오는 얌전한 개 키우는 사람이 엄청 부러웠어.

    근데 죽는다니까 불쌍해서 막막 눈물이 나고.
    그래, 가는 길이라도.....하고 쓸어줬는데.

    안죽데.
    다음날 비틀비틀 일어나는거 같더니 
    다음날은 비틀비틀 물도 먹고,  내가 맛있는 캔 간식 사줬는데 다 먹었어.
    그때 생각했어.
    만약.....살아난다면.
    돈 얼마 들든간에 내가 심장사상충 치료해 줄게. 

    그리고 개 살았어.
    근데 살았다랄뿐.
    여전히 포악해. 
    지난번 이 개는 오늘 죽을거다. 라고 말해준 의사샘한테 데려갔는데 
    이제 기운 차린 개에겐 손을 못 대더라구.
    나더러 주인이 제압하지 못하는 새를 어떻게 진료하란거냐! 하고 화냈어
    덧붙여 심장사상충 치료약이 지금 한국에서 품절이라나?

    이 동네 수의사샘들 다 포기했어.
    나도 포기할라고 했지만, 그때 죽어갈때 한 약속이 있잖아.
    그래서 야후거기에서 동물병원 검색해서 쫙 뽑아놓고 1번부터 다 전화 걸었어.
    심장사상충 약 있냐, 포악한 개 진료할 수 있냐.

    그러다 결국 한 동물 병원에서 오케이 받았어.
    워낙 포악한 개라 이동가방엔 들어가지도 않고, 차도 탈 수도 없어서 다른 구에 있는 먼 거린데도 걸어갔어.
    과연 이 개를 의사샘이 치료할 수 있을까.

    난리 났어.
    싸움 났어.
    의사샘이랑 개랑 난리 난리 났어.
    의사샘은 개를 제압하기 위해 이불을 들고 덮치고.
    개는 죽는다고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난리나고.
    의사샘님이 결국 개 머리를 짓누르는데 성공하고, 내가 입마개를 씌웠을 때에는
    개가 거의 숨넘어가기 직전이었어.

    근데 심장사상충 아니래.
    피뽑고, 현미경 검사하고, 화학검사까지 했는데 아니래.
    그럼 우리 개는 왜 죽어갔나요 하고 물어도 그건 모르겠대.
    어쨌든 심장사상충이 아닌건 좋은데 피부병이 있대.
    곰팡이도 세균도 아닌데,  뭔가 호르몬계통에 문제가 있다나? 장기 치료가 필요하대.

    그래서 개의 치료생활이 시작되었어.
    그후로도 병원 갈때마다 난리 났어.
    한번은 하도 먼 거리라 동생이 차로 데려다 줬는데 그때 하필 개랑 의사샘이랑 싸우면서
    사방에 똥 뿌리고,  오줌 뿌리고.......
    나야 내 개똥 뒤집어 쓴다지만  의사샘 까운에 바지에 똥 다 튄거 어쩔거야,  동생에게 똥 튄거 어쩔거야 ㅠㅜ
    덕분이 쇼크먹은 동생이 다신 안 데려다 준대.

    어쨌든 그런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간식은 금지. 
    으아...우리개랑 나 사이에 있지도 않은 신뢰가 다 무너질지도 몰라.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 명원 가면....

    근데 점점 개랑 사이가 좋아지드라.
    개가 내 앞에서 밥을 먹게 되었고.
    내가 준 약을 잘 먹어.
    여전히 부르면 온다던가 애교를 떤다던가 하진 않지만
    만지게 한다던가,  내 앞에 앉아있는다던가 해.
    그냥 내버려 두면 내 방안으로 들어오진 않지만 방문 앞에서 털퍽 앉아있구.

    신기하다?

    돈이 한들에 16만원씩 들어. - 이거 무슨 날벼락이야?
    근데 돈 든 티가 나.
    완전 망가져 있던 개가 점점 살아나고 있어.
    곰팡이 같은게 가득했던 귀도 깨끗해지고 있고
    털이 난다?
    빨갛던 배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산책때 병든개 데리고 다닌다고 늘 조마조마 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웃어주는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이쁘단 소리도 들었어!!!! 

    와. 자신감!!!

    거기다가 말야.
    개랑 나랑 사이도 좋아지고 있고. - 이제 부르면 와.
    그리고 개도 조금 유순해 진거 같아.
    여전히 사람 지나가면 막 짖어대지만,  이리오라고 하면 멈추어.
    매일 산책 데리고 나가서 그런가. 사람들을 보며 공격태세를 취하지도 않아.
    의사샘도 그랬어.
    개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이제사 비로소 강아지의 눈빛이 되었다고.

    그 전엔 강아지가 아니고 뭐였는데요?

    그리고........
    나 울었어.
    뭐에 울었냐면.
    지난달에.....우리 개가 처음으로 의사샘님 품에 안겼어.
    입마개 없이.

    나 깜짝 놀라서 안절부절했어.
    그러지 마새요. 샘님. 물려요.
    우리 개 싸나와요.
    근데 그 개가 의사샘님이 안아올리니까 그 품에 가만 있는거야.
    물론 긴장은 하는데........

    그래도 나 너무 놀라서 입 딱 벌렸어.
    우리개가, 입마개 없이 사람에게 안겨 있다니.
    믿을 수 없어.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눈물이 또 나드라구.
    그리고 지난주엔......또 의사샘님 품에 역시 안겨서 귀청소를 했어.
    우리개 귀청소 엄청 싫어해. 나 한번도 못해봤어. 
    사실 귀는 민감하잖아.
    근데 의사샘님이 귀청소가위에 솜을 찍어서 귀를 후비는데도 찡그리기만 하지 가만 있더라.
    뭐야. 얘 누구야.
    이 개 누구네집 개야. 


    여전히 치료중이지만.
    이제 주사는 안 맞게 되었어. 약만 먹이기로 했어.
    병원비가 조금 줄었어. -= 근데 갑자기 왠 부가가치세?
    약도 조금씩 줄여보재. 경과가 좋으니까.
    간식으로 황태를 조금 주기 시작했는데,  완전 좋아해.
    완전 애교 떨고 난리도 아냐.


    이제 같이 살만한거 같아.
    똥 오줌....은 맘에 안드는 곳에 싸지만,  그곳에만 싸니까 나름 대처방법이 생기고 있고.
    죽어라 짖는 것도 좀 진정되었고.
    사람들을 보면서도 멀뚱하고. - 물론 애교 피우거나 하진 않어.
    조금 예뻐진 것도 있고....
    물론 비싼 강아지처럼 귀티나거나 이쁘진 않다고 해도 말야.


    의사샘님을 잘 만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암튼 병원은 잘 선택하고 봐야 해.
    싸Ul눨느의 꼬릿말입니다
    저 이거보고 다 큰 처잔데 움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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