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2011년 4월 '민주정책연구원'에 기고된 글입니다. 필자인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의 동의를 구하고 전문을 1boon에 게재합니다. 이 글은 안 편집장이 사회팀장시절 취재한 사회 기저의 빈곤과 그 악순환에 대한 이야기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자정신과 현실인식, 정책대안이 생생히 살아있는 명문으로 소셜미디어에 회자되는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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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 간 빈곤 취재에 골몰했다. 특히 청년 빈곤에 주목했다. 대형 마트에 취업해 청년 비정규직들과 어울렸고, 영구임대아파트 단칸방에 처박힌 빈곤청년을 만났으며, 학교를 그만두고 거리에서 지내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을 인터뷰했다. 나는 애초부터 '청년'이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스무 살이 푸르른 것은 아니다. 거무죽죽한 일상을 겨우 살 아내고 있는 10~30대가 있다. 그들을 그냥 '푸른 나이'라 부르는 것은 위선이다.
예컨대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에 이르고, 모든 취업·실업 정책은 이들 대졸자에 맞춰져 있지만, 아예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나머지 20%에 대해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대학진학률 통계에는 지방대는 물론 전문대·방송통신대 등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이 서울 소재 유명 4년제 대학과 같은 반열에서 취급받는 '통계적 기만'을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보다 더한 ‘통계적 충격’이 있다. 퇴학, 휴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초중고생이 30만~40만 명에 이른다. 그 일부는 조기유학을 떠나는 상류층 자녀지만, 대부분은 빈곤층 청소년이다. '학교 밖에서' 서성대는 그들은 이미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뒤늦게 마음잡는다 해도 시급 4천~5천 원짜리 아르바이트로 10대와 20대를 버틴다. 그 궤적을 밟아 사실상 영구빈곤의 궤도에 오른 30대가 역시 수십만 명이다. 물론 이들의 정확한 규모를 알려주는 통계는 없다.
그런 통계가 있다 해도 숫자는 진실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한국의 빈곤율은 약 15~20% 수준이다. 중위소득 50% 이하일 때 '빈자'로 분류되는데, 2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이 300만원이고 그 절반이 150만원이므로, 한국 인구의 15~20%는 월 150만원 미만을 버는 가정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매년 바뀌는 통계 기준으로 인해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절대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약 150만 명이다. 사실상 기초수급권자이지만, 아들 또는 형제가 어디선가 돈을 번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된 '기초수급 경계집단'은 약 400만 명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열의 하나가 근근이 산다. 그런 가족의 구성원인 10~30대가 마냥 푸른 시절을 보내고 있겠는가.
이런 숫자를 보고 '소외받고 가난한 청년들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면, 50점짜리 답이다. 빈곤·노동·교육 관련 통계의 진정한 파장은 따 로 있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배척당한 10~30대가 이렇게 많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하며 살고 있나? 왜 우리 눈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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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좋아 올려봅니다. 전에도 올라왔지만 끌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