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1987년 체제하 전체 총선의 투표 중 ‘산 표’는 단지 50.07%(총 66,534,388표. 평균 9,504,913표)에 불과했다. 반면 ‘죽은 표’는 49.93%(총 66,351,710표. 평균 9,478,816표)였다. 놀라운 수치다. 모든 선거에서 산 표와 죽은 표가 비슷했다. 투표를 해도 표심 절반은 즉시 죽는다.
19대 국회는 53.01%만이 산 표였고 46.99%는 죽은 표였다. 실제 투표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이게도 산 표는 전체 주권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결국 주권자의 민의 절반은 국회에 전혀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타파돼야 한다. 국민 의사의 절반이 대의기구 바깥에 위치해 왔기 때문에 의회는 갈등을 수렴하고 해소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왔다. 국민 의사와 대표 구성 사이의 왜곡의 해소는, 한국 사회가 사회 문제를 제도를 통해 민주적이고 안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필수 개혁과제이다.
제도를 통해 강제로 죽이는 절반의 표심들은 이번 개혁을 통해 반드시 의석수로 살려내야 한다.
매번 반복되는 지역별 주권 왜곡 역시 차제에 혁파돼야 한다. 영남과 호남만을 표본으로 살펴보자. 19대의 경우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55.8%를 득표해 영남 전체 77석 중 43석이 맞으나 실제는 73석을 차지했다. 표심보다 30석을 더 가져갔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20%를 득표해 15석이 맞으나 실제는 3석을 차지, 12석을 덜 가져갔다. 득표수에 따를 때 영남에서 두 당 의석수의 차이는 28석이어야 하지만 실제는 70석에 달했다. 즉 영남에서 주권 왜곡으로 새누리당이 이익을 본 의석수는 42석이다.
호남의 경우 전체 30석 중 민주통합당은 53.1%를 득표해 16석이 맞으나 실제는 25석을 차지해 9석을 더 가져갔다. 새누리당은 5.4%를 득표해 2석을 가져가야 하나 실제는 0석이었다. 두 당의 차이는 14석이어야 하나 실제는 25석이었다. 호남 역시 주권 왜곡이다.
영남과 호남의 의석수를 득표에 맞게 조정하면 새누리당은 영남 43석, 호남 2석으로 도합 45석이 된다. 민주통합당은 영남 15석, 호남 16석으로 도합 31석이 된다. 새누리당은 73석에서 45석으로 줄어들고, 민주통합당은 28석에서 31석으로 늘어난다. 영호남에서 두 당의 의석수 차이는 기존 45석에서 14석으로 31석이 줄어든다.
제도로 인한 주권 왜곡의 이익은 압도적으로 새누리당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득표에 맞추면 제1당의 위치를 바꿀 수도 있는 숫자다. 게다가 주권 왜곡도 해소되며 지역별 의석 분포도 훨씬 균형적이다. 두 지역에서 두 당의 강고한 지역 패권도 허물어진다. 두 당은 기존 101석에서 76석으로 감소된다. 다른 당 의석 25석을 제도 왜곡을 통해 더 가져가는 것이다.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 수준으로 낮은 투표율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다. 80년 이후 현재까지 평균 투표율은 한국은 65.77%이나 호주와 벨기에는 94.73%, 91.99%이다. 19대 총선은 겨우 54.2%였다.
그러나 투표율이 높을수록 사회 갈등은 완화된다. 민의 반영과 의회 능력도 제고된다. 따라서 투표율과 참여 제고를 위한 투표 시간 연장과 세계 수준으로의 선거 연령 인하는 당연하다. OECD에서 오직 한국만 19세다.
주권의 행사는 헌법적 시민권의 필수 요체다. 이제 투표율 증대를 위한 혁명적 제도 창신이 필요하다. 모든 주권자에게 투표 참여를 의무화하는 의무투표제를 도입하자.
의무투표제를 통해 주권자의 의사가 의회와 정부 구성에 왜곡 없이 반영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와 한국적 삶은 근저부터 변화될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짧은 당리를 넘어 우리의 민주주의와 삶의 질을 높일 제도 혁신을 이루길 소망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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