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창조과학과 기독교와 관련한 이야기로 인해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창조과학 = 기독교' 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최대한 잘 풀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너무 적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창조과학회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기독교인이거든요.
0. 과학과 신학의 관계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대립은 기본적으로 신학과 과학의 관계와 그 역할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현상이 발생하거나 나타나면, 과학은 그 원인을 찾고 분석하고, 결과를 추론하거나 도출합니다.
하지만 신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일종의 인문학입니다. 신학은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주고자 합니다.
문제는 이 해석학적 기준을 두고 과학의 영역에도 그 잣대를 들이밀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이나 파악을 하지않고, 그 해석에 맞춰서 원인을 끄집어 넣습니다. 그렇게 창조과학이라는 괴물이 탄생한것입니다.
1. 창조과학회의 시작
제가 기독교인이기에, 창조과학의 시작을 어느정도는 압니다. 2천년대 초반, 성경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고자하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지금과는 달리 시도는 영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어떤 기적적인 것이나, 쉽게 이해할수 없는 것들을 오늘의 시각과 과학기술 수준에서 이해해보고자 한것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규모가 커지고, +@창조과학자들의 고집이 더해져서, 성경의 해석학의 잣대를 가지고와서 과학적 근거를 요리조리 요리해서 기독교인들을 솔깃하게 만듭니다. 저도 솔깃했었습니다.
"잘 모르니까요."
잘 모르는데, 과학자들이라는 사람이 와서 성경의 이건 이렇게 '과학적으로' 맞고, 저건 저래서 '과학적'으로 맞다고 한겁니다. 저같이 신학은 알지만 과학은 모르는 무지렁이가 혹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부끄럽지도 저도 혹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창조과학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기성 교회에 잘못된 유사과학의 지식을 전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에까지 이르게 된것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잠깐의 항변(?)을 하자면, 몰라서 당한것에 대해 너무 몰아세우지 말아주세요. 다만, 과학과 관련하여 알려고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서는 야단쳐주세요.)
2. 창조과학의 헛점들
제가 창조과학의 문제를 알게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학교에 들어가서였습니다.
(잠깐 제 소개를 하자면, 장로교 통합교단의 신학생이며, 계획대로라면 2년뒤에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06년 학부 2학년 시절에 '창조와 진화'라는 학부 수업이 개설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관심이 많았기에 수강을 했습니다.
당시 교수님은 '최승언 교수님'이셨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서울대 천문학부에서 교수를 하시다가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마침 저희학교에서 수업을 맡아서 학부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창조과학이 가지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배울 수 있었고, 기독교인으로서 가져야하는 올바른 창조와 진화에 대한 입장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1. 기본적으로 창조과학은 시간의 인과관계와 그 힘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노아의 홍수와 관련하여 지층과 퇴적층을 근거로 드는데, 과게님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것은 어떤 단기간의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된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퇴적층과 화석을 근거로 하여 (지금은 이게 왜 근거가 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그당시에는 결정적 근거라고 엄청 선전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노아의 홍수 사건이 사실이었다. 라고 결론짓습니다.
창조과학에서 주장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이런 것들입니다. 근거가 희박하거나, 혹은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와서 침소봉대하여 선전합니다.
2-2.. 하지만 창조과학회가 기독교 학계 안에서 왕따가 된것은,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쳐먹질 않는다는겁니다.
어쩌면 말과 글로써 대화하는 신학자들 사이에서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된것이라 할수도 있죠. 네. 말이 안통합니다.
이건 어떤가요? 저건 어떤가요? 물어보면, 돌아오는건 거의 이단 심판에 가까운 말들입니다.
궁금하고, 의문이 생겨서 질문을 한것뿐인데, 돌아오는건 믿음이 있니, 없니입니다. 최소한 어느정도 출신성분이 검증된(?)신학자들끼리 모인자리에서 무슨 이단심판을 합니까..? 점차 교계와 학계안에 그 설자리를 잃어간거죠.
2-3. 근데 웃긴건 이게 여전히 성도들에게는 먹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기성교회의 잘못이라면 잘못일수 있죠. 실제로 창조과학의 광풍을 경험하고 그것을 그대로 믿으시는 목사님들도 계시고, 또 그렇게 믿고 말하고 다니는 성도들이 교회에 많으니까, 틀렸다는걸 알아도 쉬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과계님들께서 분노하시는 국정인사문제의 영역까지도 온게된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그러면 기독교 학계 안에서의 진화와 창조는 어떻게 이해되는가?
기독교 안에서 진화와 창조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3~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것들부터 차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젊은 지구론 : 네. 이게 여러분들이 분노하시는 유사과학, 창조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라 할수있습니다. 원래는 신학적인 선언이며 영역이었는데, 이게 어느순간 과학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가장큰 문제가 된 것입니다.
2) 오랜 지구론 : 그나마 오늘날 받아들일 수 있는 창조론 중의 하나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7일은 단순히 시간적으로 7일이 아니고, 시대적 개념이다. 예를 들자면, 창세기 1장의 '빛이 있으라'를 빅뱅의 시기, 태양이 만들어지던 시기로 생각하는겁니다. 6일째 인간이 만들어진 것도 가장 나중의 시기의 일이다. 이런식으로요.
3) 지적설계론 : 이것도 한때 엄청 각광받았던 창조론중의 하나입니다. 어떤면에서는 요즘에도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학적으로 봤을때, '눈먼 시계공'과 같은 질문이 나타나면서 그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할수있습니다.
4) 유신론적 진화론, 진화적 창조론 : 네. 오늘날 신학 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창조론이 바로 이겁니다. 말이 좀 어려워보이긴 하는데, 쉽게 말하면 이겁니다. '신은 모든 생명을 진화되도록 창조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진화를 통해 그 창조를 계속하고 계신다.'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서울대 천문학부의 우종학 교수님이 계십니다. 원래는 과학을 하는 기독교인었는데, 하도 공격을 당하다보니, 이제는 이쪽 분야로 책도 내시고 강연도 다니십니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에 우종학 교수님 검색하시면 관련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무크따'라는 책도 쓰셧습니다. 이분이 가장 싫어하는 단체가 바로 창조과학회입니다.
개인적으로 창조과학은 기독교의 진리와 가치를 창조과학이라는 범주에 가둬버리고,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게 만드는 주범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가 창조를 말하고, 창조에 대한 언급과 그 신학적 선언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창조과학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 신학적인 질문이나 관련된 것 중에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댓글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