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게시물ID : humorbest_653095
    작성자 : 깜지
    추천 : 88
    조회수 : 22473
    IP : 121.64.***.67
    댓글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31 20:52:22
    원글작성시간 : 2013/03/31 18:53:05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3095 모바일
    목성의 노래(BGM)

    목성의 노래


    2189년 실종된 비행사의 12년간 의 기록.
    렌겔 하츠는 이오 탐사 중 목성 의 자기권에 들어가 그 인근에 좌초했다. 그는 자급자족형 부유 콜로니
    에서 식이체를 섭취하며 생존했는데, 발견 당시 렌겔은 오랜 무중력 생활의 여파로 골밀 도와 근육의 수
    축력이 크게 감소 했으며 정상적인 지상 직립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우주 공
    간에 노출된 사 례가 없었기에 이 사건은 오래도 록 매체에서 다뤄졌다. 놀라운 것 은, 장기간 문명과
    사회에서 단 절된 상태에 살아갔으면서도 렌 겔의 정신 상태는 지극히 평범했 다는 사실이다. 화성 귀환
    기지에 돌아온 이후 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 운 여인'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이것은 그의 12년
    간의 기록이다. (전면에 부착된 숫자는 그의 기 록 순서를 지칭한다.)


    1. 테스트, 음성 기록과 영상 장치 를 체크했다. 이거 멀쩡히 작동되 는 거 맞나?

    13. 시그널 데이터에 남겨진 전파 패턴이 신경 쓰인다. 반복되는 시 간은 2분내지 3분.

    21. 마실 물까지 녀석들에게 줘버렸 다. 어서 열매를 맺어주었으면 좋 으련만.

    33. 구조대에게 계속해서 통신을 보 내고는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목성의 전자기 파 뿐이다.

    37. 이제 알았다. 목성의 플라즈마 진동 때문에 구조 요청이 닿지 못하는 것이다. 저 거대한 행성이 있
    는 한 나에게 구원의 여지란 없다. 빌어먹을…. 무력감이 몰려온다. 지금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일 은
    아무 것도 없다.

    44. 가니메데의 공전 궤도에 다다랐 다. 달 보다 흉측한 크레이터가 눈에 띤다. 곰보의 형상, 상처투 성
    이의 위성이다. 이 커다란 친구 덕분에 조금은 자기장의 영향에 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88. 좋은 소식이 있다. 오랜만에 토 마토를 먹을 수 있었다. 합성 단 백질 외의 식량이 생겼다. 앞으로
    경작량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189. 전송을 포기했다. 가니메데 다음 은 거대한 분화구 덩어리인 칼리 스토가 순차적으로 콜로니의 앞
    을 지나쳤다. 그러나 목성의 파장 이 너무 강해, 여전히 구조 신호 가 벗어나질 못한다.

    240.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목성에 서 들려오는 저 에코보이스는 분 명 무작위적인 자연 현상임이 분
    명한데 놀랍게도 그 중에 어느 정도 반복되는 부분이 있었다.

    360. 전파 패턴을 복사했다.

    404. 의미 없는 짓이란 것은 알고 있 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을 보낼 것이 필요해, 이런 것이라도 필 사
    적으로 매달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자동화가 가능한 모듈 이 자기장 때문에 파손된 까닭에 나는
    번거롭지만 종이와 펜을 이 용한 원시적인 방법으로 이를 행 하고 있다.

    . . .

    음성 기록을 끝낸 후 식사를 했 다. 메뉴는 교종 감자와 합성 단 백질이다. 오트밀 같은 밍밍한 맛 이
    느껴진다. 오트밀, 그러고 보 니 오트밀은 무슨 맛이었지? 질 감도, 식감도 이제 어느 것 하나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생활로 연 명해 온 것만도 오늘로 벌써 5년 째다.

    "이봐.(hey.)"

    우주에게 말을 건다. 당연히 대 답이돌아올 리는 없다. 여기엔 그 누구도 없으니까. 사실 아무도 없 는
    것은 아니다. 저 멀리, 5.203Au 떨어진 곳에는 내 고향이 있다. 하지만 물론 내 목소리가 거기까 지 닿
    을 리는 없다. 이러한 기행 은 단지 언어를 잊어버릴 것 같 아서,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독 을 견뎌내
    고자 하는 발악일 뿐이 다. 그래서 나는 홀로 떠든다. 거 대한 세계를 마주보며, 군청인지 흑암인지 모
    를 배경에 수놓인 수 천 수억의 별들에게. 그마저도 지치고 나서 방열 창 밖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눈이
    보 인다. 목성의 눈, 대적반이다. 가 공할 공전 속도에 생겨난 줄무늬 , 수성보다도 큰 소용돌이다. 멀
    리서는 이렇게나 아름답지만 그 내부는 작열하는 지옥이다. 구름 상층부는 영하 110도에, 대기 평 균 온
    도도 영하 140도에 육박한다 . 태양과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질량이 조금만 더 컸더라
    면 이것은 제 2의 태양 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태 양계도 쌍성계가 되었을 텐데. 도 태된 행성,
    태양이 되지못한 별 인 것이다.

    "한 순간만이라도 조용히 해줄 수 없을까."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 저 플라 즈마 진동이 멈춘다는 것은, 목 성의 폭발이 정지한다는 것을 의 미한
    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 렇게 된다면 나는 화성의 구조대 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 다. 물론
    대답은 없다. 돌고래 소 리와 비슷한 음파만 메아리 칠 뿐이다. 나는 요즘 이 전파를 분 석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섞여 들어온 혼합 전파들을 제 거하고, 반복 패턴을 정리한다.

    "가르쳐 달라고, 이봐."

    미친 짓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 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이것뿐이 다. 여흥거리가 없는 이 우주에서 , 몇
    번이고 반복되는 검은 하늘 속에서 제정신으로는 살아있을 수 없다. 인간은 섭취와 수면만으 로는 살아
    갈 수 없다. 보다 높은 삶의 목표와 그것과 동반한 투쟁 이 생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런 저런 생각을 이어가는 동 안 드디어 패턴 분석이 완료되었 다. 예상과는 달리 이 리듬은 완 전히 같
    지는 않다. 바꾸어 말하면 완벽하게 다르지도 않다는 것이 다.

    . . .

    745. 나는 이것을 치환하기 시작했다.

    788. 실마리가 잡혀가기 시작한다. 이 만한 정보가 있다면 목성에 맞서 전파를 뚫고 연락할 방법이 생길
    지 모른다.

    788-2. 나는 과대망상증에 걸린 모양이 다.

    . . .

    단어 사전을 완성했다. 이것은 목성의 언어이다. 전파 패턴을 분 석하기 시작한지 1년 하고도 반 이 지
    났다. 이제는 그것을 응용할 때가 온 것이다. 첫 번째 패턴과 두 번째 패턴을 조율해서 만들어낸 글자.
    이것을 변환기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음성 모두를 모두 치환해서 결과 를 만든다. 이렇게 한다면 외
    계인 의 목소리도 번역할 수 있다. 그 렇다, 본래는 그런 목적으로 만 들어진 기계인 것이다. 저 거대한
    별의 노래를 이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한 다면….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행성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포착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게 정상적인 말 이 될 리가 없
    다. 된다고 해도, 그 것은 억지로 끼워 맞춘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지만… 어쩌면 목성 이 뿜어내는 파
    장을 분석하여 그 와 같은 주파수를 배제시킬 수 있게 된다면 구조대에 신호를 보 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간 나의 노고는 절대 헛수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으, 여전히 시끄럽구만."

    계속해서 구조 메시지를 분쇄시 켜버리는 저 목성의 소리가 너무 나 거슬린다. 단순한 플라즈마 폭 발이
    이런 소리를 만들어낸다니 믿을 수가 없다. 어떤 원리로 저 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만한 시간을
    들였음에도 아직까 지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저 멀리 내 고향에 살아가는 현 명한 학자들이라면
    멋들어지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눌 렀다. 곧 이어 분석한 패턴을 음 성으로
    바꾸는 과정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실패다. 완전히 실패했다. 아니, 당연한 결과다. 이렇게 되어버릴 것을 알 고 있
    었기에 이 실패는 성공인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를 향한 조소이다. 이제 무슨 낙으로 하루를 보
    내야 하는 것일까. 내일 이 막막해져온다.

    "잠깐…."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패턴의 정보가, 평소라면 알아차릴 수 없는 그 부분이 확실히 눈에 들 어왔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초 기치환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 터 어긋나 있었으니 안 되는 것 이 당연하다.
    이것은 치명적인 실 수였다. 하, 아직은 시간을 보낼 방법이 남아있는 것이다.

    . . .

    1124. 2차 수정을 완료했다.

    . . .

    "끝이다…."

    드디어 완성했다. 최대의 변수부 터 최소의 한도까지 완벽하게 보 수했다. 만일 행성의 언어가 있다 면
    그 하품소리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두렵다. 이미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될 것인
    지 뻔하다. 나는 순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로 끝이기 때문이 다. 4년의 걸친 내 쓸데없는 노
    력 에 종지부를 찍는다. 아마 이것이 끝나버리면 나는 삶의 의욕을 잃 고서 자살할지 모른다. 쓸데없는
    짓이란 걸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목성의 패턴은 수시 로 달라지고 있어, 그것을 예측 해 신호를 반사해
    내는 것은 무리 였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이 우주선에는 그만한 장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는 왜 이런 의미없는 짓을 했던 것일까? 호기심과 공포. 그 두 가지는 내 유년시절부터 끝없이 싸워왔
    다. 정글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이 궁금해, 나는 매번 고소공포 증을 느끼면서도 위로 올랐다. 그
    렇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나는 아무리 무서웠어도 결국은 그것 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 었
    다. 그래서, 그렇기에 나는 우 주 비행사가 되었던 것이다. 인류 의 저 너머를 내 눈으로 보고 싶 었다.
    별을 넘어 저 멀리 은하의 바다까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눌렀다. 약간의 잡음이 들려오며 번
    역기가 가동되었다.

    [@#$@#…@!%^….]

    이전과 같다.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뭘 기대한 것일까?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담배가 있었 다면
    한 모금 크게 빨아 당겼을 텐데. 강렬한 허탈감과 무력감이 엄습해왔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것은 죽음
    뿐이란 말인가?

    “…어?”

    그 때였다. 번역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익숙한 음성이 었다. 목소리였다. 영어였다. 내 언어,
    그것은 인간의 말이었다.

    [들려… ^%&%$…들려요? @%% …들리나요?] "뭐…."

    들리는가, 분명히 그렇게 물어 오고 있다. 5년간 반복되던 패턴 의 정체는 이것이다. 약간은 어긋 나는
    부분이 있지만 이것은 수정 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 자세히 보니 그 부분의 전파만 휘어져있 다. 다시
    치환을 시작한다. 역시, 여기에 기초적인 오류를 범했다. 수작업으로 해나가다보니 실수 를 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수정하고 다시 번 역기를 튼다. 스피커를 통해 소리 가 흘러나온다. 나는 흥분을 감추 지
    못하고서 그것을 기다린다. 가 슴이 두근거리다.

    [들리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 나요?]

    나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 나는 우주적인 신비를 목격하고 만 것 이다. 나는 지금, 목성과… 태양 계에
    서 제일 큰 행성의 목소리를 전해들은 것이다. 나는 여러생각 에 압도되어 잠시동안 동안 멍하 니 우주
    를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 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나는 이 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멍청하
    긴, 그런 건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은가? 무섭지 않다면 거 짓말이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느껴
    져, 나는 지금 순수 한 경외심만으로 저 거대한 행성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인류 의 역사는 지금
    까지 막연한 무지 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것을 타파 할 이성을 택했다. 나는 최초로 태양계의 행성의 의
    사를 받은 것 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거기에 걸 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나는 자판에 손을 가져가 문자
    를 입력했다. 그것을 목성의 전파 로 수정해서 보낸다면 대화를 하 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이론 적
    으로라면 가능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어쩌면 이 주변에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이….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 전파의 발신지는 틀림없이 목성을 가리 키고 있으니까.

    [목소리… 내 목소리가 들리나 요?] "드, 들린다. 확실하게 들린다."

    전파를 발신한다. 구조용 신호기 를 행성과 이야기하는데 쓰다니. 정말이지 어이없을 정도로 비싼 무전
    기가 아닐 수 없다. 위이잉, 갑자기 하늘이 흔들렸 다. 목성의 전자기장이 거대한 폭 발을 일으켰다. 대
    적반의 눈이 이 쪽으로 기운다.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흥분하고 있
    었다. 그리고 나도. 곧 거대한 음파가 수신된다. 목 성의 답장이다. 나는 바로 그것을 해독한다.

    [누구, 누구입니까? 들리나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당신은 무엇입니까?]

    틀림없는 의문사로 그렇게 말하 고 있다. 아까 꺼내든 말을 다시 한 것을 보면 얼마나 상대가 기 뻐하는
    지를 알 수 있다. 확인하는 것이다. 내가 답신을 했다는 사실 을. 자기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내 존재를 알리기로 했다.

    "나는 렌겔. 렌겔 하츠. 인간이다. "

    인간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소 개를 한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목성은 곧 답을 해왔다.

    [렌겔, 렌겔, 렌겔. 인간, 인간은 무엇입니까?]

    . . .

    3098. 즐거운 이야기 상대가 생긴 덕 분에 나는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
    다.

    3099. 나 렌겔 하츠가 인간이라는 생 물의 개체 중 하나라는 것과 우 리가 그 쪽을 목성이라 부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3340. 일주일간 쉬지 않고서 대화만을 했다. 나는 목성을 '너(You)'라 지 칭했다. 작은 문제점이 생겼
    다. 대화는 성립하지만, 녀석은 내가 인지하 는 단어들을 모른다. 그래서 목성 이 나에게 건네는 말들은
    대부분 이 질문뿐이었다. 알려주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나는 매우 지쳐있었다. 나는 나에
    게 수 면이란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취하지 않으면 생물로서 죽게 된 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3341. 확인하지 않은 음성만도 67개다. 내가 잠든 사이 목성이 나에게 말을 건 것이다. 대부분이 '잠이
    들었습니까?' 와 '지금 수면이라 는 것을 취하고 있습니까?' 였지 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제 발
    대답해주세요. 또 혼자가 될 것 같아서 무서워요.' 였다.

    3460. 이 녀석은 고독하다. 만들어진 몇 십 억년 동안 혼자였다. 상상해보라, 나는 고작 5년 정도 로 이
    렇게나 미칠 것 같은 세월 을, 목성은 영원과도 같았을 시 간을 견뎌온 것이다. 나는 밍밍한 음성보다
    도, 감정 이 담긴 목소리를 원했다. 프로그 램을 수정한다. 내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도록, 목성의 감정
    을 수 신할 수 있도록.

    3560. 수정이 완료되었다. 이제 희노애 락을 전달할 수 있다. 목성도 기 뻐했다. 내 기분대로 목소리의
    패 턴을 어린 소녀의 것으로 바꾸었 다. 귀여운 목소리다.

    3562. 이오를 보았다. 얼음의 균열이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웠다. 얼음, 물, 기체로 만들어진 은색의 위
    성. 잊고 있던 향수를 느꼈다.

    3605. [렌겔과 다른 개체는 어디 있습 니까?]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목 성은 그것을 물어온다.

    "저 멀리 태양이라는 거대한 항 성 가까이 위치한 푸른 별에 내 동족들이 살고 있어. 인간만이 아 니야.
    수천, 수만, 아니 수억의 생 명들이 살아가고 있지."

    그간 알려준 지식들을 토대로 목성은 이해할 것이다. 녀석은 습 득이 빠르다. 너무 빨라서 놀라울 정도
    다. 한 가지를 알려줌과 동시 에 엄청난 정보를 습득한다. 마치 지식에 목이 마른 듯이.

    [동족, 인간은 모두 렌겔과 같습 니까?] "아니, 달라. 인간이라는 생물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개체
    마 다의 성질은 조금씩 다르다." [어째서 입니까?]

    글쎄, 어째서일까. 나는 처음으 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대학 시절 철 학 강
    의라도 들어놓을 걸 그랬다.

    3783. [렌겔도 죽습니까?] "그래, 나도 죽게 되겠지. 언젠가 는."

    그렇게 말하자, 목성은 처음으 로 질문이 아닌 대답을 했다.

    [렌겔의 죽음은 슬픕니다. 죽음 을 바라지 않습니다.]

    3802. 목성은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수면이 생물에게 어떤 의미를
    가 지는지를 알게 된 모양이다. 처음 생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 해서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녀석
    의 질문 공세는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울 정도다.

    3855. [인간, 인간은 어째서 전쟁을 합 니까?] "그건 나도 대답할 수 없어. 다들 이유가 다르니까. 어쩌
    면 그래서 싸우는 걸지도 몰라." [렌겔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까? ]

    녀석은 나를 만물박사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궁금한 게 많아. 모르는 것 도 많지." [당신도 나와 같군요. 매우 기쁩 니다. 공통점입니다. 우리
    는 닮아 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열창이 흔들릴 정도로 목성의 전 자기파가 울렸다. 진정하지 않으 면 큰
    일 날지도 모르니 주의해달 라고 말하자, 목성은 곧 그 진동 을 멈추었다.

    4087. 처음으로 녀석과 싸웠다.

    [당신은 악마입니다. 잔인합니 다.]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 물을 희생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목성은 화를 냈다.

    [렌겔이 살기 위해 렌겔과 동등 한 개체를 섭취하는 것은 싫습니 다.]

    생명은 평등하다. 분명 그렇게 말을 했기에, 나는 말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자, 목성은 한마디 를 끝으로 침묵했다.

    […저도 렌겔의 죽음은 바라지 않습니다.]

    4103. 목성이 침묵한 요인은 다른데 있었다. 소행성이 낙하한 것이다. 열세 개나 되는 요철 덩어리들이
    목성의 대기로 떨어졌다. 육안으 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큰 폭 발이 일어나 대적반 아래 적운에 끔찍
    한 흠집이 생겨났다.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불안함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4117. 이틀이 지나고서야 목성이 말을 걸어왔다. 너무도 반가웠다.

    [작은 아이들이 부딪혔습니다.]

    운석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4118. 녀석은 운석의 궤도를 바꾸었다. 스스로 자신에게 유도한 것이다. 그 순간의 중력 그래프가 한없
    이 위를 향한 기록이 남아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왜 스스로 상 처를 입힌 거야? 그렇게 묻자 녀
    석은 답했다.

    [렌겔이 말해준 저 너머의 푸른 아이에게 닿게 하지 않겠습니다. ]

    푸른 아이는 지구를 말하는 것 일까.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운석이 목성의 궤도로 끌려가지 않았다
    고 가정할 때, 그것은 분 명 지구의 위험 지대에 가까워졌 을 것이다. 지킨 것이다. 저 멀리 나의 고향
    을, 지구를. 생명의 보 고를.

    "아프진 않아?" [아프다, 아프다는 무엇입니까? ]

    아, 그랬었지. 녀석에게 통각과 같은 개념이 있을리 없었다.

    4119. [푸른 아이가 부럽습니다.]

    요즘 들어 목성은 자신의 감정 을 나에게 자주 표현한다.

    "왜?

    [그 아이는 생명을 만들어냈습 니다.]

    4201. 녀석은 지구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그 질량과 구조, 형태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었다. 목성은 지
    구가 자신보다 몇 십 배나 작다 는 것을 듣고서는.

    [귀여운 아이.]

    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5.9736×10 24kg의 질량을 가진 행성이 귀엽 다고 한 것이다. 확실히 목성은 그
    와 비교하기 우스울 정도로 거 대하다. 지구의 탄생과정 따위를 이야기 하는 사이에, 타이탄이 다가왔음
    을 확인했다.

    4204. 물리지구학과 분자생물학은 내 전공분야였다. 마치 제자가 하나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대단해, 대단합니다.]

    생물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부 분에서, 녀석은 탄성을 질러댔다.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진동하는 대기
    가 여기까지 영향을 주었다. 진정하라고 말했지만, 들리지 않 는 듯 했다.

    4213. 녀석이 침울하다.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지구처럼 될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작열하는
    대기와 냉점에 가까운 기온, 더욱이 끝없이 소용돌이치 는 죽음의 바다만으로 이루어진 기체의 행성에
    생존 할 수 있는 생물은 없다. 게다가 지구에서 생 명을 이끈 가장 큰 공로자는 태 양이다. 광합성의 결
    과로서 바다 에 산소가 스며들고, 그것을 시 작으로 생물의 다양화가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목성과 태
    양의 거 리는 멀었다. 그것은 생존의 탄생 을 전재로 삼기에 절망적인 거리 였다.

    4215. 대기압 100kpa 질소 77% 산소 21% 아르곤 1% 이산화탄소 0.038%

    이것이 지구의 대기 분포이다. 현재의 생물이 살아가기에 적합 한 환경이다. 이 중 어느 농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생태계가 절반 이상 사멸한다. 목성은 자신의 분석 결과도 궁 금해 했다.

    대기압 70kpa 수소 ~86% 헬륨 ~14% 메탄 0.% 암모니아 0.02%….

    거기서 목성은 비명을 질렀다. 슬픈 목소리였다. 깨달은 것이다. 그것이 생물에게 얼마나 치명적 인 환
    경인지를. 목성은 그렇게 삼 일 간 울부짖었다.

    4224. 목성은 자신에게 의문을 가졌다. 대부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해주었지만, 끝없이 질문만을
    이어낸다. 그 중에서는 약간 아이 러니한 것도 있었다.

    [저는 어떻게 보이나요?]

    나는 자신 있게 말해주었다.

    "아름다워, 무척이나."

    목성은 침묵했다. 한 시간 반이 나 지나서야 답신이 왔다.

    [지구는, 푸른 아이는?]

    나보다 더 아름다운가, 라는 것 에 대한 질문이었다.

    "비교하기는 어려워. 지구에는 있고, 너에게는 없는 것이 있는 반면에, 너에게만 있고, 지구에 게는 없
    는 것이 있으니까." [그래도 제가 더 거대하니까.]

    묘한 것에서 질투를 하는 것 같 다. 정말 귀여운 것이 누구인지를 모르고서.

    4227. 며칠간 뾰루퉁한 태도의 녀석에 게 좋은 것을 알려주었다. [형제, 제 동생이 있습니까?] "그래,
    셋이나 있지. 토성, 천왕 성, 해왕성이야."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되는 그것 들의 정보를 말해주자, 녀석은 유독 한 행성에게만 반응을 보였 다.

    [토성, 토성.]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는다. 대기 의 색깔이 자신과 같은 갈색이라 는
    것에 기쁜 것일까.

    4228. 토성을 둘러싼 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목성은 호기심을 보였다. 언젠가 본 얼음과 암모니
    아로 이루어진 토성의 띠에 대해 그대로 설명했다.

    [부러운 아이.]

    이 녀석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심술을 부린 다.

    "너에게도 있어, 예쁜 고리가." [있습니까? 고리가 있습니까?] "그래."

    목성의 고리 계(系)는 희미하다. 먼지와 네 가지 주요 성분으로 구성된다. 할로 고리라고 하는 입 자들
    의 두꺼운 내부 토러스를 만 들고, 밝고 예외적으로 얇은 주 고리와 두 개의 넓고 두꺼운 희 미한 두 줄
    의 고사머고리들. 멀리 서 바라봤을 때의 그 모습은 그 야말로 절경이다. 어떤 의미에서 는 토성의 고리
    보다도 아름답다.

    [기쁩니다. 저도, 그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너는 토성보다 아름다운 띠를 가지고 있는 거야."

    목성의 흔들림에 나는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감정 전환이 빠른 것이 장점인 녀석이다.

    4300.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스스로가 무엇이라 생각 해?"

    의외로 답은 빨리 들려왔다. 하 지만 그것은 동문서답처럼 느껴 졌다.

    [저는 주변의 아이들을 끌어들 여 그것으로 유지합니다. 멀리서 부터 흘러나오는 줄기에 잡혀서 빠져나
    오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동시에 그것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당기는 것은 아마 태양 을 말하는 것이다.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태양계를 떠돌며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 또 한 중력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이 지, 이 우주는 우연에 의해서 만 들어진 것
    일까. 나는 오랫동안 잊 고 있던 신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는 어떻게 태어났어?" [가장 오래된 기억은 떨어져 나 온 때부터 시작됩니다.] "떨어져 나와?" [저
    는, 아니 우리는 하나였습니 다.] "우리?" [렌겔이 태양계가 부르는 우리 전체와, 지금은 밖으로 떨어져
    나 간 아이들. 우리는 모두가 하나였 던 것 같습니다. 아득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쯔음부터는 가
    벼운 것은 가벼운 것끼리, 무거 운 것은 무거운 것끼리. 언젠가부 터 우리들은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리
    곤 고정된 채 변화 없이 안 정되었습니다.]

    태양계 발생설 중에는 어느 거 대한 항성이 충돌하여 그것들이 흩어지며 하나로 되돌아가기 위 해 끌어
    들인 중력에 의해 만들 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하 게 조율된 만유인력의 균형, 인 력과 척력이 교
    묘하게 배분되어 공존한다. 기적과 신비로 가득 찬 유구한 세계, 그것이 바로 우주 이다.

    [모든 것이 하나였을 때, 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보다 포근하고 따뜻한 세계. 모든 것이 하나
    에, 저 역시 전체 것이었습 니다.] "돌아가고 싶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렌겔과 대화를 나누
    기 위해서 그 러고 싶지 않습니다.]

    4456. 이제 녀석과 대화가 힘들어진다. 지성의 차이가 이렇게나 벌어질 줄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가
    끔은 너무 어려운 말을 하기에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요즘은 녀석에게서 가르침 을 받고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기껏해 야 이 우주와
    비교하였을 때 극 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서 목성은 영겁의 시간을 겪어오며 세계를 봐왔다. 목
    성이 몰랐던 것 은 기껏해야 인간의 언어 정도였 다. 이제야 본래대로 돌아온 것이 다. 연상의 연인과의
    자리를 되잡 아가는 것일까. 연인?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 . .

    7860. 이제 12년이 흘렀다. 콜로니에서 지낸지 그만한 시간이 흐른 것이 다. 목성과의 대화에 빠져 너무
    도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 째서일까, 나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다. 이런 생활이 편
    해지고 말았다. 눈을 뜨면 대적반이 아침을 반 기고, 교대로 흘러가는 위성들은 인사를 건넨다. 그래,
    나는 목성 과의 생활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 다.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해왔기 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
    르는 것이 없다. 목성은 이제 나의 친 구이자, 스승이자 가족이 되었다. 나는 언제까지고 우주의 흐름을
    목성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일식 이 일어났다. 대적반 표면에 거대 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오랜 시간
    목성을 바라본 내 눈에는 그것이 마치 윙크처럼 보인다. 마치 결혼 한 사이처럼, 목성의 모든 변화 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평범한 연애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기에 안아 줄 수도, 키스할 수 도 없다.
    그저 멀리서 지구의 317.8 3배나 되는 거대한 아이를 지켜 볼 뿐이다.

    9905. [이별입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나는 어리둥절 했다. 무슨 말일까? 이별이라니? 통역기가 잘못 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목성이 단어 이해를 잘못 한 것일까?

    [저는 이제 긴 잠에 빠져들게 됩 니다.]

    어째서, 라고 묻자 녀석은 쓸쓸 한 목소리로 답했다.

    [렌겔이 가르쳐 준 여러 가지들 에 대해서는 고맙다 이상의 표현 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 무 리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지고 싶습니다.] "가지고 싶다니, 뭘?" [생명을. 푸른 아이도 분명
    저와 같았을 것입니다. 렌겔의 정보에 의하면, 원시의 환경도, 기본적 인 베이스도 당시에는 생명이 태
    어날 환경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 지만 바뀌게 할 수 있습니다. 몸 이 너무 거대하기에, 그것을 조 정하
    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 요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생명을, 아이들 을 만나
    고 싶습니다. 신진대사를 최소화하고 구조의 통일에만 충 실히 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다고 단 언할 수 있어? 나는… 나는 이제 네 생각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신진대사를 줄인다니, 스스로 동면에 들어간다는 것일까? 행성 이 스스로 그런 행위를 할 수 있 단 말인
    가? 나는 목성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렌겔 은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 니다. 인간과 같은 고등의 생물을 품는
    것은 아직은 힘들지만, 아 마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생 명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진심이다. 녀석은 각오하고 있었 다. 자체적으로 의사를 지닌 테라 포밍을, 아직까지 인류가 제대로 실
    행하기 버거워했던 거대한 계 획을 목성은 스스로 행하려는 것 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렌겔과 대화 는 마지막이 됩니다.]

    쓸쓸한 목소리와 함께 목성의 대적반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그 것은 분명 목성 스스로가 온도를 높이며,
    내부의 기체를 멈추는 징조이다.

    [렌겔, 렌겔. 저 멀리 푸른 별에 서 온 인간. 처음 만난 생명.]

    위이잉, 목소리가 흐려진다.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푸른색 이 되고 싶습니다.]

    희미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즐거웠습니다. 기뻤습니다. 오 랜 시간을 보내면서 렌겔과 지낸 짧은 시간들이 가장 벅찼습니다. 외롭
    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은… 지금은 슬픕니다. 너무 슬픕 니다.]

    소용돌이치던 붉은 대적반의 눈 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것은 마 치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 나는
    멍청하게도 아무런 말도 하 지 못했다.

    [렌겔, 렌겔. 당신이 좋습니다.]

    목소리는 끊어졌다. 후에 흘러나 오는 소음도, 전기장도, 자기장 도, 그 어떤 센서에도 걸리지 않 는다.
    눈물이, 오열이 세어 나왔 다. 어째서, 지금 떠나야만했던 것일까. 녀석은 왜 그토록 생명을 잉태하고
    싶어 했던 것일까. 왜 왜 왜, 의문만이 산더미처럼 불 어난다. 이제는 내가 질문을 하고 , 네가 답해주
    어야 할 차례가 아 닌가. 그런데도 벌써 그것을 멈추 어 버리다니. 슬픔이 몰려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그만 오열하고 말았다.

    9906. 목성이 침묵한 지 일주일이 지 났다. 대적반이 있었던 자리를 계속해서 주시한다. 우주는 여전히
    고요했다. 나에게 는 이렇게 큰 비극도 우주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아무런 비중도 없 다. 작다. 인간은
    너무나도 작은 존재다. 크기만이 아니라 생각, 인지능력, 지성… 그 어느 것 하 나 이 거대한 세계에서
    가치가 없다. 쓸데없는 기대를 가지고서 호출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목성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
    는다.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 순진무구한 그 녀석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들
    고싶다. 목소리, 다정한 그 목소 리를….

    “…목소리?”

    그런가, 자기장이다. 바보같이,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목성의 자 기장이 사라졌기에 나는 이제 구 조요
    청이 가능해졌다. 귀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바보 녀석은 이것을, 이걸 노린 거다. 하나도 기쁘
    지 않다. 나는 화를 낼 수밖에 없다. 몇 번 이고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멍청 이, 바보 자식. 나는 너와
    함께 쭈 욱 살아갔어도 좋았었는데…. 그 랬는데….

    9909. 단 여섯 번의 시도 끝에 나는 무 전에 성공했다. 현실감이 없다. 12 년 만에 다른 인간과 대화해
    본 것은. 역양이 다른 것을 보아 상 대는 타국인이다. 하지만 그런 것 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걸까? 다
    른 나라, 다른 인종, 다른 개체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모두가 푸 른 별에서 태어난 생명인 것을.

    9920. 구조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나의 생존 자체를 놀라워했다. 표류 당 할 당시의 몸무게보다 12킬로
    그 램이나 줄었지만 내 건강상태는 양호했다. 하지만 그 부분이상으 로 그들은 놀라고 있었다. 내 정 신
    이 어떻게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그들은 내가 들려줄 이야기에 더욱 충격을 금 치 못했
    다.

    9921. 목성의 침묵은 모든 이들을 충 격에 빠뜨렸다. 생성된 이후부터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폭염을 뿜
    어내던 행성이 멈춘 것이다. 그 내부는 매우 느린 속도로 천천히 식어가고 있을테지. 1도를 내리 는 데
    만 해도 수천, 아니 수억 년 이 걸릴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모 두 말했다. 연구원들은
    나를 정신 병자 취급했지만 기록된 데이터 가 말해준다. 목성은 의지를 가지 고 있었다. 그 녀석, 아니
    그녀는 분명히 있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 고, 작은 공통점에 기뻐하고, 자 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질투
    를 느끼는 귀여운 소녀가. 목성은 지금 긴 잠에 빠졌다. 앞 으로도 계속될 영원의 고요에서, 별들의 노
    래 소리를 자장가 삼아. 지금 목성은 무슨 꿈을 꾸고 있 을까?

    9922. 기록 종료. 사용자 렌겔 하츠의 권한으로 승인 해지. 데이터는 자동으로 베이스에 등 록됩니다.

    . . .

    서기는 끝이 났다. 이제 태양계 에 인류는 없다. 13억 년 전, 그들은 신 은하로 떠 났다. 과거 백 년 채
    살지 못했던 그들의 수명이 2천년 이상 늘어 난 까닭에 개체 수가 증가해버려 지구의 수용인원을 간단히
    넘어 선 것이다. 자연스레 그들은 보금 자리에서 멀어졌다. 무수한 수의 우주선이 대기권 너머로 날아갔
    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푸른 여신의 별은 항성 주위를 돌고 있었다. 버림받
    은 어머니의 별은 이제 천 천히 발화할 것이다. 수성은 이미 몇 천 년 전에 묻혀버렸다. 종말 이 다가오
    고 있었다. 곧 대기는 타오르고, 육지는 녹아가고, 바 다는 증발해버릴 것이다. 이제 이 별에 생물은 살
    수 없다. 푸른 별 은 몇 백 년에 걸쳐 천천히 기온 이 오르고 있었다. 미래를 예측한 인류는 그래서 다
    른 땅으로 향했 다.

    '이어지길, 끝까지 이어지길. 내 아이들의 생명이 끝까지 이어지 길.'

    푸른 별은 마지막까지 그것을 염원했다.

    '이제 당신의 차례인가요? 저를 이어 푸른 별이 되어주실 건가요 ?'

    누구도 듣지 못하는 목소리가 멀리 울려 퍼진다. 태양이 다가온 다. 하늘이 부서져 간다. 바다가 비명을
    지른다. 대지가 죽어간다. 고온에 뒤섞여가며 지축은 흔들 리고 분쇄되어간다. 이제 59억 년을 견뎌온
    지구는 사라졌다. 앞으로 태양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더 멀리까지 그 빛을 보낼 것이다. 한층 찬란
    해진 백광이 멀리 뻗어나간다. 그리고 는 닿았다. 과거 기체로만 이루어 진 적갈색의 행성에게로.

    그 대기에 비치는 스펙트럼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푸른빛이 다. 태양계는 다시금 생명을 잉태 했다.

    목성의 노래 The End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Hk51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3/03/31 19:10:09  211.222.***.177  헐불쌍하다  145768
    [2] 2013/03/31 19:21:08  121.151.***.119  있을리가없지  396457
    [3] 2013/03/31 19:22:04  211.36.***.32  달린다무적의  365589
    [4] 2013/03/31 19:25:30  121.145.***.107  데자와  97909
    [5] 2013/03/31 19:29:20  125.143.***.118  pepcoke  354367
    [6] 2013/03/31 19:41:15  61.43.***.18  벨벳  88061
    [7] 2013/03/31 19:54:27  58.65.***.187  PinkiePie  87380
    [8] 2013/03/31 20:31:34  211.109.***.19  한단어드립  346840
    [9] 2013/03/31 20:52:15  110.70.***.85  그럼20000  276614
    [10] 2013/03/31 20:52:22  203.226.***.19  gRay  26973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73317
    고급호텔에서 조식뷔페 즐기는.manhwa [3]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6:44 1926 11
    1773316
    쥴리견 33마리 "검사 탄핵절차 즉각 멈춰야" [9] Link. 24/11/27 16:28 709 18
    1773315
    용혜인"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는 공소조차 기각됐어야 했다" [7] 근드운 24/11/27 15:24 1054 22
    1773314
    나는 작금의 상황이 JON NA 어이 없네 [3] 다래삼촌 24/11/27 15:23 1128 28
    1773313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4] b.t.y 24/11/27 15:23 960 19
    1773312
    남자들이 잘 붙는 원피스 [12]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5:17 4658 17
    1773311
    여친이 가슴 확대 수술을 받는다는데..jpg [23]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4:38 2685 22
    1773310
    ㅎ히히히히히히 [16] 싼타스틱4 24/11/27 14:28 665 17
    1773309
    고드름에 맺힌 물한방울 마시는 흰머리오목눈이.gif [6] 펌글 우가가 24/11/27 14:02 2638 24
    1773308
    JYP 소속 유명가수 누드 사진 유출 [14] 마데온 24/11/27 13:46 2607 16
    1773307
    귀여운 부엉이~~!! [9] 96%변태중 24/11/27 13:33 1077 16
    1773306
    해외 RC동호회 정모 [4] 마데온 24/11/27 13:15 2203 28
    1773305
    둘이 들어갔다가 셋이 나오는 것은???ㅋㅋㅋㄱ [2] 펌글 우가가 24/11/27 12:35 2992 24
    1773304
    정우성 혼외자 논란에…이소영 “인생 모습, 제각기 달라” [17] 라이온맨킹 24/11/27 12:31 1788 22
    1773303
    싱글벙글 가지튀김 만들기..jpg [14] 펌글 나르는킥 24/11/27 12:30 2444 17
    1773302
    폐지 줍던 할머니가 발견한 정약용의 책 [2] 펌글 우가가 24/11/27 12:11 4221 24
    1773301
    암세포가 몸 속을 이동하는 방법 [10] 펌글 4일 우가가 24/11/27 12:09 5414 22
    1773300
    우리 탈북자인거 어떻게 알아요? [10]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1:54 2237 32
    1773299
    멋있게 퇴사하는 방법 [5] 댓글러버 24/11/27 11:53 2845 19
    1773298
    겨울에 귀마개 쓴 송아지 [2] 변비엔당근 24/11/27 11:37 2457 18
    1773297
    저는 국짐을 극우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15] 캐스팅보트 24/11/27 11:26 1400 29
    1773296
    사연한끼(감자탕) [4] 코믹 24/11/27 11:23 2459 26
    1773295
    쯔양이 운동하면 생기는 일 [9]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1:21 3160 24
    1773294
    극혐, 벌레주의) 연봉 1억1천 한다 vs 안한다 [27] 펌글 우가가 24/11/27 10:28 3320 18
    1773293
    골때리는 지하철 [7]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10:25 2994 27
    1773292
    소꿉친구 특유의 거리감 manhwa [14]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09:58 1913 17
    1773291
    음식에 관심없어서 그냥 목소리 큰사람 따라간다는 황정민 [2]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09:55 3039 34
    1773290
    싸가지 없는 겨울 [8] 변비엔당근 24/11/27 09:49 3016 34
    1773289
    욕조에 입욕제 뿌린썰 [22] 펌글 감동브레이커 24/11/27 09:40 3286 27
    1773288
    한국의 흔한 장농 [1] 오호유우 24/11/27 09:34 3713 21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