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정말 뛰어난 플레이어지만 그는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를 컨트롤 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시즌4 초반 큰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탈락했던 것은 이준석과 김경훈을 컨트롤하지 못했던 탓이 컸지요. 이준석은 1회부터 이상민을 타도해야 되는 적으로 생각했으며 결국 3회 볶음밥으로 결정타를 날리게 됩니다. 장동민과 이상민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리기 시작합니다. 장동민이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상민 같은 플레이는 못한다고 하죠. 그것은 그렇게 큰 리스크를 매번 감당할 수는 없다는 장동민의 한계를 말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동민의 방식이 옳았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골기질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두뇌회전이 빠릅니다. 자신의 생존과 이득에 대한 계산을 누구보다 빠르게 하며 초반부터 뭉치는 다수연합에 반기를 들죠. 그런데 장동민은 연합을 추구하면서도 두뇌형 플레이어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높은 게임이해도를 매번 보여줍니다. 거기에 실리와 명분까지 내세우는 장동민의 정치는 얄미울정도로 흠잡을때가 없는 플레이에요. 그로인해 계속되는 일방적인 승리가 분명 지루해 보이는 건 맞지만, 생존을 해야 되는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장동민의 플레이를 거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지니어스 출연진들은 단순히 누군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쉽게 따르는 바보들이 아닙니다. 스스로 장동민의 말에 납득을 하니까 움직이는 건데 그만큼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잠시 시즌1로 돌아가보면 김구라의 패착은 독단적이었다는 겁니다. 자신의 전략이 옳든 말든 밀어부쳤다는 것이죠. 그렇게 김구라는 악당이 됐고 홍진호라는 주인공을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홍진호는 장동민에 대해서는 '주도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독단'과 '주도적'은 그 뜻이 매우 다르죠. 실제로 406 가넷도둑을 보면 장동민과 홍진호는 끊임없이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장동민이 홍진호의 의견을 따르기도 하고, 홍진호가 장동민의 의견을 따르기도 합니다. 홍진호가 장동민을 대놓고 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실리와 명분을 내세우는 장동민의 플레이는 배척할 구실을 찾기 힘들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홍진호는 장동민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지 못하고 '장동민한테 묻히니까 따로 가겠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편집을 통해 한시간으로 압축된 영상만 보면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는 건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장동민의 정치력은 단순히 큰 목소리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는 능력에 있다는 겁니다. 407에서 이준석과 김경훈이 협박에 못이겨 장동민의 플랜에 동조한 건 결코 아닙니다. 게임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난국을 헤쳐나갈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되는 것이죠. 장동민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이런 탁월한 능력들이 과연 시즌4에서도 우승을 안겨줄지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누군가 이런 강력한 인물을 꺾고 우승하는 그림도 나쁘진 않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