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이나 연구 등 한시라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김옹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커녕 못다한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심정으로 독립운동사를 복원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한국에서 역사학자 염인호 교수(서울시립대)가 보내온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 사진을 보고
전우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을 마친 것은 숨을 거두기 보름 전의 일이었다.(위 사진 참조).
그는 죽음을 예감하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작업은 그중 가장 중요한 것에 해당하는 모양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번쩍 들어 아들 해양씨가 책상에 옮겨놓자 말라 비틀어진 팔목을 들어 확대경을 들고는
빛바랜 한 장의 사진에서 옛 전우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훑어가기 시작했다.
무려 63년이나 지난 사진이다.
그러나 육신이 촛불처럼 스러져가는 상황에서도 김옹의 기억력은 초인적인 것이었다.
90여 명의 조선의용대원 중 얼굴이 가려진 단 2명만 제외하고는 전 대원의 이름은 물론 별명까지 확인해냈던 것이다.
한쪽 다리가 없는 데다 기력이 소진되어 몸이 자꾸 한쪽으로 쏠리면서 중심을 잡기 힘들었지만
그는 아픈 눈을 비비면서 조선의용대 창설 기념 사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 일을 내가 안 하면 영원히 력사의 퀴즈(수수께끼)가 될 것이야.”
가까스로 작업을 끝낸 뒤 침대로 옮겨지면서 그가 가느다랗게 내뱉은 말이었다.
이번주 이이제이 이제서야 들었는데.......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조선의용대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 편...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뜨거운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