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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515
    작성자 : 동물의피
    추천 : 19
    조회수 : 3840
    IP : 121.181.***.192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0/07/29 14:46:45
    http://todayhumor.com/?panic_6515 모바일
    [펌] 배가 고팠던 여자아이 [BGM]



    무더운 여름,

    나는 대학을 졸업후 몇달째 취직을 못해 프리랜서로 활동중이었다(백수)

    그날도 시끄러운 매미소리때문에 낮 1시가 다되어서야 눈을뜨고서는

    발로 컴퓨터 전원을 켠후 부엌으로 가서 먹을게 없나 뒤적거렸다.

    냉장고에는 쉬어빠진 김치와 몇몇 반찬들이 있었지만 귀찮은 생각에

    라면을 먹기위해 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물이끓기까지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물이끓는 소리가 들려 주방으로 가서 대충 라면을 끓인후

    내 방에 작은 상을 펴고 먹으려는 순간,

    창밖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쳐다보니 왠 여자꼬마아이가 창밖에서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니! 우리집은 7층인데 어떻게!? 는 훼이크고 우리집은 1층이기 때문에

    놀이터에서 놀던 꼬마아이가 호기심에 창문으로 내방안을 쳐다보는거라 생각하고

    말을 걸었다.

    " 꼬마야 거기서 뭐하니? 남의집을 함부러 그렇게 들여다 보는거 아니야 "

    꼬마아이는 익살스럽게 웃었고 별다른 말은 없었다.

    " 꼬마야 오빠 지금 식사중이니까 저리가라~ "

    " 오빠 라면먹어? "

    꼬마아이는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어보였고 제법 귀여웠다.

    "보면 모르니, 라면먹잖아. 너도 먹고싶으면 엄마한테 끓여달라고 그래"

    "엄마 지금 없어. 나 지금 배고픈데 나도 좀 줘 오빠"

    달랑 한개끓인 라면을 나눠줄 생각도 애시당초 없었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아무리 꼬마라고하지만 함부로 집안에 들여놓았다가 무슨 오해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잘 설득해서 돌려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 오빠 화낸다? 나중에 어머니 오시면 끓여달라고 하구 그렇게 남의집 창문 함부로

    들여다 보는거 아니랬지? 놀이터 가서 친구들이랑 놀아-"

    "놀이터에 아무도 없어. 집에도 아무도 없어 그래서 나 배고파 한젓가락만 주면 안돼?"

    "ㅎㅎ 안돼 이거 나혼자 다 먹고 밥까지 말아서 먹을꺼다~ 오빠가 다음에 길에서 만나면

    맛있는거 사줄테니까 빨리 가~ 니가 쳐다보니까 라면도 못먹겠다야~"

    "칫- 오빠는 욕심쟁이네. 오빠랑 안놀아"

    꼬마아이의 모습은 창문에서 사라졌고 나는 꼬마와 이야기하는 동안 불어버린 라면을

    먹으며 발가락으로 TV리모컨 전원을 눌렀다.

    라면을 다 먹고 구직사이트에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이력서에 쓸 사진을 다시 찍을까

    하는 마음에 씻은후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다.

    내가 사는곳은 지은지 20년정도 된 아파트인데 우리집은 1층이었고 바로 근처에

    놀이터가 있기때문에 창밖으로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집을 나선후 아까 그 꼬마가 아직 있을까 하는 생각에 놀이터쪽을 봤지만 그 꼬마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옆동라인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었고 나는 호기심에 무슨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 속으로 끼어들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의 바닥에는 하얀천이 깔려있었고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평소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알고 지내던 옆동 아주머니에게 무슨일인지 물어보았다.

    "글쎄 어린아이가 13층에서 떨어졌대나봐.."

    "네..?"

    "그집에 어머니가 딸을 혼자 키우는 모양인데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시고

    혼자놀다가 그만 사고로 베란다에서 떨어졌나보네.. 쯧쯧.. 어린것이 불쌍하게.."

    "그렇군요.. 그럼 저 흰천은..?"

    "아직 시체를 싣고가지 못해서 흰 천으로 덮어놨다네.. 불쌍한게.. 저 어린것이.."

    "네.. "

    나는 너무 안스럽고 안타까웠지만 차마 시체를 싣고가는 모습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엠뷸런스가 도착했고.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흰천을 살짝 걷어냈다. 나는 차마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과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부모님은 또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실까..'

    시신을 엠뷸런스에 싣기위해 옮기는 도중 흰천이 살짝 바람에 들어올려졌고

    나는 그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 아이의 얼굴은 천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슬쩍 보이는 옷은

    아까 창밖에서 보았던 그 아이가 입고있던 원피스였던 것이다.

    "설마..."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충격으로 인해 내가 집을 나선 목적도 잊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여자아이가 내방 창밖에서 나를 보며 웃고있다.

    꼬마는 여전히 낮에 본 그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라면 안먹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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