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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51227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22
    조회수 : 2286
    IP : 210.103.***.39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27 20:45:21
    원글작성시간 : 2013/03/27 13:01:22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1227 모바일
    오늘 글들 보다가 느낀 게

     

    게임 하다보면 꼭 정형화된 스타일에 고집을 세우고 핏대를 올리는 양반들이 게임을 말아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양반들 하는 말 보면 딱 그래요. '뭐는 어디로 가야하고 뭐는 뭐뭐해야하는데 아 님은 뭐하는거임?'

     

    근데 그런 스타일은 어디까지나 상대방과 우리편 구성비가 딱 맞는데다 스탠다드라고 해줄 수 있는 구성(2경전 4중형 4중전 3구축 2자주 정도?)에나 그럴싸한 거지, 실제로 게임 들어가면 저 구성비대로 나올 일이 거의 없죠. 게다가 포지션이 정해지긴 했지만 운용법이 영 다른 스타일의 전차도 있거든요.

     

    병이나 망리, AMX계열 상위티어 전차들이 딱 거기에 해당되죠. 주어진 포지션이 요구하는 정석적인 플레이와는 다른 독자적 운용법을 요구하는 전차들이 있단 말이죠. 거기에 성능이 어느 한쪽에 특출나서(주로 기동성)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는 수도 있죠(특히 헬캣의 경우 경전 없는 상황에서 속도 믿고 살짝 둘러보고 오는 식)

     

    까고 말해서 전차의 포지션은 그냥 끼워 맞추기에요. '이건 대체적으로 이렇게 몬다'라는 가이드가 제시되었을 뿐이지 '이거 아니면 닥치고 역적!'은 아니라는 거죠. 헌데 보면 미니맵 마크만 보고 최전방 갈갈이를 하니, 니가 왜 앞으로 나가니, 왜 정찰을 안하니 등등의 소리를 하는 아저씨들이 있어요.

    그래놓고 자기는 중전차를 탔으니 앞뒤없이 사지로 기어들어갔다 터지면 왜 남들보고 보조를 안하냐고 징징거리죠. 보통 남보고 이런저런 플레이를 강요하는 사람은 그거에요. 같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게임하는데 보조 맞춰주는 들러리'로 생각하고 마는거죠.

     

    그런 양반네들은 뭐 자기가 게임 재미있으라고 하는거고 이기는 게임이 재미있다고 하는 거니 이겨야 한다고 해요. 헌데, 그런 양반들이 또 이겨놓으면 한마디씩 붙여요. 자기가 별로 활약을 못했니 뭐가 어쨌니 투덜거리죠. 애초에 그 사람들은 이기는 걸 떠나서 '자기가 얼마만큼 멋지게 활약을 해서 이기느냐'를 게임을 즐기는 최상의 목표로 정하는 거에요.

     

    그런 양반들은 엎치락뒷치락 하는 상황에서 버티고 있던 사람이 페달 꽉꽉 밟으면서 한놈 물고 늘어지겠다고 들러붙는 걸 이해를 못해요. 무식하게 왜 그러냐고만 따지죠. 하지만 배경을 보면 그 놈 하나를 잠시 묶어두는 걸로 포구쪽에 짱박힌 아군이 나와서 나머지를 작살낼 수 있죠. 그런 흐름 따윈 이해를 못 해요. 그냥 뭐는 뭘 해야 되니, 뭘 어째야 되니만 알지, 상황에 따라서 들어가고 빼야 하는 거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그냥 자기만 이기면 장땡이고 자기할거만 존나 하다 라인 하나가 작살이 나면 남들 야유나 하고 말죠.

     

    경전차가 왜 강행을 해서 적 동향을 알아보려 애를 쓰는지도 몰라요. 그양반들은 이론상으론 경전차가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야 하니 시야를 밝혀줘야 하니만 알죠. 그것보다 상대방의 총체적인 전술이 어떤지, 적 주력이 어떤 방향인지를 파악해서 우리편 중 누군가가 거기에 증원을 가던가 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못해요. 그냥 경전차가 정찰 도중 터지면 그냥 불평하고 말지, 경전차가 터지면서 우리 쪽이 거의 텅텅 비워두다시피한 라인으로 적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정보를 캐지하진 못해요. 그러다 본진이 싹 밀리면 왜 니들이 안 막았냐고 투덜거리고 말죠. 리스크가 큰 강행정찰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 저건데도 그걸 왜 하는지를 이해를 못하죠.

     

    그리고 게임을 주도로 이끄는 건 언제나 입 다물고 자기 상황에서 최대한의 컨트롤로 상대방을 박살내는 사람들이에요. 저쪽이 투덜거리건 불평을 하건 뭘 어쩌건 간에 자기 눈앞에 뭐가 있으면 확실하게 박살내고, 누가 위험하다 싶으면 말없이 가주고, 전부다 우르르 몰려가는 라인이 있으면 비어있는 자리를 묵묵히 채워주는 그런 사람이죠. 게임 할 때 보면 그런 아저씨들이 제일 안타까워요. 저런 사람 서너명만 있으면 항상 이길텐데, 꼭 그런 사람은 상대편에 두 명이고 우리쪽엔 한 명이라서 지거든요.

     

    자기 주도로 승리를 쟁취하고 싶다면 솔직히 이거 말고도 다른 게임 할 거 많아요. 하지만 이건 남들이랑 손을 맞춰가면서 하는 거죠. 거기에 좀 괴악한 스타일로 전차를 모는 사람이 있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정석과 판이한 스타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게 절대악은 아니라는 거죠. 물론 속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런 거 보고 답답한 사람은 자기가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한 계속 답답할 게 뻔할 거에요.

     

     

     

    p.s 엘 할루프에서 한 에피소드. 뢰베가 11시로 안달리고 본진에 눌러앉았습미다. 달려가던 중전 둘이 불평을 하며 뢰베를 지갑이니 뭐니 줄창 까댔습미다.

    ...그리고 그 중전은 11시에서 함부로 들이대다 처절하게 갈려나갔고, 뢰베는 정찰 안 된 상황에서 밀고 올라온 적 여섯을 거의 혼자서 틀어막다시피 하며 박살을 내고 11시로 밀고 올라오던 적도 마저 조져버렸답니다. 해피엔딩.

     

     

    p.s 2  마성이 깃든 마법의 숲에서 한 에피소드. 중전차는 경전차들에게 나대지말고 등대질이나 닥치고 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여기저기 지시질을 했답니다.

    ...그리고 그 중전은 강행정찰로 스팟되서 첫빠따로 터져나갔고, 뒤이어 스팟된 전차들은 신명나는 폭죽이 되었습니다. 새드엔딩.

     

     

    papercraft의 꼬릿말입니다
    인간의 멘탈과 자신감은 지갑의 두께에 비례하고 은행융자의 액수에 반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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