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실화가 단 2%밖에 없는 완전 쌩구라로, 등장하는 단체 및 인물은 실제와
단 2%만 겹치고 나머지는 다 견습작가의 쌩구라로 사료되오니 혼란을 일으켜 주세요 ※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했다. 다 이장했다고 자신했지만, 자꾸 이장 못했다고
소송이 걸리고 깍두기들이 찾아오는 것이 영 껄끄러웠다.
"김부장, 장사 한 두번 하나? 다들 어거지쓰는 거야. 밀어붙여!"
황이사는 그렇게 김부장의 등을 두들기고 갔지만, 이번에는 너무 기분이 안 좋았다.
물론 대규모 건설 사업을 벌이다 보면 알박기, 묘지 이장 관련 문제, 기존 거주자의 반발 등
걸리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물론 본사도 처음에는 깍두기부터 시작했다지만,
왕깍두기...가 아니라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깍두기의 티를 벗어버리고
이제는 제법 튼실한 중견 건설회사로서 튼튼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상장회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그런 상장회사의 세 번째 자회사의
자랑스런 정규직 부장이라는 것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있는 김부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상장회사의 부장이 보아도 이번 건은 너무 심했다.
묘지였던 곳을 불하받아 개발 들어간 적은 수없이 많았다. 오죽하면 세 번째 자회사는
구울 집합소라는 별명까지 붙었겠는가. 본사에서 뭔가 껄끄러운 땅을 얻게 되면
그 땅을 깨끗이 정리하여 건물을 올리는 것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몫이었다.
하여 회사 별명이 묘지를 파서 시체를 먹고 산다는 구울이 집합했다는 구울 집합소였다.
그래서 묘지 민 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미 백 기(묘지 백 개)를 처리했음에도
지금 이장 관련 소송만 마흔 네 건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큰 묘지도 아니었는데
너무 많았다. 게다가 찾아오는 깍두기들도 급이 달랐다. 회사 일 층 로비를 차지하고
짜장면 시켜먹는 것은 예사고 본사까지 쳐들어갈 정도로 무식하고 강한 것들이었다.
난생 처음 겪는 이 이상한 일에, 김부장은 그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끈을
놓아 버렸다.
"효웅 선생님이시죠?"
알음알음으로, 그래도 너무 티나는 무속인들은 제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영성에 능한
전문가를 찾다 보니, 어느새 김부장은 지긋한 흰머리를 하고 죠스바를 빨고 있는 덩치 크고
머리 큰, 정말 무슨 곰 같은 덩치에 아이같이 해맑게 미소짓고 있는 한 남자를
사무실로 맞아들이고 있었다.
"아, 김상식 부장님? 예, 효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김부장에게 명함을 하나 건넸다. [무속 연구가 현효웅] 이라는 이름과
간단한 연락처만 적혀 있었다.
"뒤집으시면 부적이 있습니다. 아마 삿된 것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김부장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려다 그만 슥 명함을 뒤집어 보았다.
보통 보던 토속적인 기호들은 하나도 없고, 원과 삼각형, 오각형, 선과 점이 복잡하게
뒤섞인 기하학적 무늬가 명함 뒷면을 은색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부적이...특이하네요."
"예, 기하학을 토대로 전세계의 무속에서 이데아를 추출하여 한국적 토양에 맞게 조합한
부적입니다. 에네르기가 담겨 있어서 잡것들은 함부로 못 덤빌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김상식입니다."
둘은 명함을 교환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묘지를 밀어내고 터를 다졌는데,
너무 소송이 많이 걸려 있고 깍두기들도 어이없이 싸가지없는 놈들로만 찾아와서
혹시 터에 뭔가 문제가 있는 지를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흠...저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결정권은 있으신지?"
"아, 어떤 분이신가요? 전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김부장은 잘난 척 어깨를 폈고 효웅은 소파 깊숙이 어깨를 뭍었다. 그리고 흐르듯이 말을 이었다.
"강검사라고...아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검사라는 말을 듣자마자 김부장은 튀어올랐다. 왕깍두기...가 아니라 회장님이
일선에서 쇠파이프 들고 뛸 때부터 옆에서 같이 각목들고 뛰어서는 아니었다.
"검사, 검사요? 아니 무슨 검사는 저기 그러니까..."
"아, 걱정 마십시오. 권력의 흐름에서 밀려나도 한참 밀려난 한량검사입니다.
말이 검사지 검사짓 제대로 하는 거 한 번도 못 봤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래도 김부장은 너무 불안했다. 혹시 못 파낸 해골이라도 파낼까 싶어 무속 전문가를
모셨는데, 난데없이 검사라니.
"저, 그래도 영감님이 오시면 제가 좀 곤란한게..."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검사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제 졸개로 오는 것이니까
김부장님만 쉿 하시면 됩니다. 그냥 현장에서도 추레하게 있을테니 걱정 마십시오.
아, 그리고 검사랑 같이 올 예정인데, 아무리 한량검사라도 검사는 검사다보니
시간 잡기가 좀 빠듯할 것 같습니다. 여유는 충분하신지?"
"아, 아무렴요. 그런데 그 영감님이 꼭 필요하신가요?"
효웅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뒤집었다. 그리고 원 다섯 개가 하나의 원 안에 균등하게
겹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김부장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 부분이라서 필요합니다."
김부장이 알아들었을 리는 없었다.
그리고 강검사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터 다진 공사장에 날 데려가시겠다고요?"
"강검사, 한 건 해야지."
"한 건은 둘째치고 지금 연쇄살인범 잡힌 거 몰라요? 부지깽이도 사시붙여서 일 시키고
싶은 상황이구만."
"그래도 넌 노는 거 다 알아. 경찰서에서 출동했다는 보고 들어오자마자 검사장 찾아가서
잡범기록 다 인계받았다며?"
"그건 또 형님이 어떻게 알아요?"
"니 검사장 마누라가 내 단골이다 임마."
"쳇. 알았어요. 나간다고요, 나가. 언제가 좋으슈?"
"니 술 빨 일 없는 밤이지 뭐."
"예, 예, 알았습니다아~ 그럼 다음 주 목요일에 시간 내지요."
"알았다 임마. 그 날 맥주는 내가 산다."
"두 시간 이상 걸리면 양주 추가 콜?"
"아가리묵념."
통화를 마치고, 효웅선생은 받아 온 공사장 조감도를 직접 찍어 온 현장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아무래도 문제는 공사장 터 그 자체는 아닌 것 같았다. 뭔가 하나가 더 있는데,
정말로 가서 본체 탐지를 하지 않는 한 알 길은 어려웠고 이렇게 감이 안 잡힐 때
혼자 달랑달랑 가서는 영체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처할 수가 있었다.
"내가 촉은 좀 좋단 말이지."
혹시 몰라서 청응을 데려가겠다고 말을 해 두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청응이 지켜봐 준다면, 적어도 영체의 무차별 공격을 받을 걱정은 없었다.
밤 10시, 휑한 공사장 터에 붉은 조명만이 외로이 비추는 가운데
벤츠 한 대와 에쿠스 한 대, SM5 한 대가 달려와서 순서대로 주차를 했다.
벤츠에서 왕깍두..회장님이 건장한 비서 한 명을 대동하고 내리자, 에쿠스에서는
김사장이 황이사와 김부장을 대동하고 내렸으며, SM5에서는 곰 한 마리와
고글을 쓴 웬 거지새끼 한 마리가 슬 기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현효웅이라고 합니다."
"장회장이오. 만나서 반갑소."
효웅선생이 곰다운 덩치를 무기(?)로 전직 깍두기들 사이를 누비며 인사하는 동안,
거지새끼는 추레한 몰골로 차에 기대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긴, 언제 취조실에서 만날지 모르는데 섵불리 얼굴을 틀 수는 없었다.
"저 분은...?"
김사장이 거지새끼에게 관심을 보이자, 김부장은 그대로 튀어올라 머리가 하늘까지
닿을 뻔했다.
"아, 제 졸개입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제가 운전면허가 없어서 운전 좀 시킨 놈이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김부장의 심장의 안위를 위하여 효웅선생이 먼저 대답해주었고, 그래서 그 거지새끼는
아무 마찰 없이 효웅선생의 뒤를 따라 터 다진 공사장의 한 가운데로 갈 수 있었다.
"음, 맥은 여기다."
효웅선생이 공사장 터 한 곳을 지정해주자, 거지새끼는 투덜거리면서 그 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쳇, 양주 안 살거면 저 깍두기들 신상명세나 내놔요. 나도 승진 좀 하게."
"얼씨구 말도 잘하셔. 동네 초딩이나 잡아들여서 인터넷이나 정화해."
효웅선생의 핀잔을 말끔하게 씹은 거지새끼, 사회에서는 강검사로 불리고
이 쪽 업계에서는 청응거사로 불리는 거지새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호흡을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딱 3초 후, 그의 몸은 거짓말같이 지상에서 슥 떠올랐다.
영안전개(靈眼全開).
"따슥, 말은 조까치 해도 수련은 하나 보네."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도 한 눈에 알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공중으로 한 척(대략 30cm)이나 떠오른 것으로 보아, 최근 들어 한 영안전개 중에서도 최고급이었다.
제주도에서 했던 것처럼 사람 키 높이 이상으로, 진짜 새처럼 날아오르지는 않았지만.
이제 공사장 터, 나아가 주변 동네까지 가위 눌리거나 귀신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왕깍...회장을 비롯한 저 멀리서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밤에 할 일이 없어 공사장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이 저들 말고 또 있다면.
"흠, 술값 하겠다고 덤비는데 일 시킨 내가 놀 수야 없지."
효웅선생도 심호흠을 몇 번 한 후, 본체 탐지 도구를 꺼내 들었다.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맥 찾는 도구로 영체를 찾았지만, 청응이 가지고 있던 귀신들린 십 원 짜리를
술자리에서 슬쩍 훔친 이후 그 것을 자신의 피를 먹인 실에 매달아 진자를 만들어 쓰고 있었다.
아마 청응은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 청응은 도력이 수준 이상이 된 후에는
영안전개를 할 때면 언제나 눈을 감았고, 효웅선생은 그 때 본체 탐지를 했으니까.
그런데, 본체 탐지 도구를 꺼내들자마자 효웅은 놀랠 수밖에 없었다.
귀신들린 십 원 짜리가, 살짝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빙빙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본체에 깃든 영체 수준이 아니었다.
이 터 자체, 그러니까 이 땅 전체가 영체의 본체였다.
영체는 이 땅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연이 사악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악해서 자연은 거울처럼 그것을 되돌려 줄 뿐이다.
그리고, 영체의 본체를 탐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도, 본체를 잡아 내어 영체의 활동을
막겠다는, 즉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사악한 마음을 먹은 사람이니 안전할리 없었다.
다만 청응이 억제하고 있을 따름이다. 만약 청응이 영안전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면,
자신이 본체 탐지기를 꺼내는 순간 땅 그 자체, 아니면 그 안의 어떤 것이 바로
공격을 해왔으리라.
"땅을 다 파야 해요!"
효웅선생은 저 멀리 있는 깍...사람들에게 크게 외쳤다. 하지만 이 밤에 땅을 팔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들은 효웅의 말을 들었는지 갑자기 웅성웅성하더니, 김부장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뭐라고요? 땅을 다 파라고요?"
"땅, 어쩌면 땅 밑 전체가 다 본체입니다. 얼른 파서 다 꺼내야해요!"
"예? 지금요?"
"예, 당장요!"
청응의 영안전개 시간은, 길어야 30분이었다. 그 이상은 집중을 하여 영안을 전개할 수 없고
다만 시야에서 귀신을 쫓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영안전개를 30분 한 후에는 지쳐서
바로 잠들기 때문에 그마저도 못할 지경이었다.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입니까?"
"30분 안에, 아니 더 빨리 다 파서 찾아야 합니다. 위험해요!"
30분 안에 본체를 찾지 못하면, 저번처럼 자신들도 공격받을 것이고 청응도 잠에 곯아 떨어져
가위에 심하게 눌려, 영혼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본 자신의 잘못이라고
효웅은 가슴을 쳤지만, 지금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오직 실낱같은 기대는 백작여사 뿐이었다.
비록 서울에서 꽤나 먼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백작여사가 여느 때처럼 동료들의 위기를 알고
황호를 보내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아니면 30분 안에 땅을 다 뒤집어서 모든 본체를 다 끄집어 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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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퇴마소설입니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부터 구라일까요? 크흐흐흐.
너무 길어져서 2편은 이따가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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