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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49505
    작성자 : MX-LS7
    추천 : 37
    조회수 : 3097
    IP : 175.201.***.32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24 12:11:55
    원글작성시간 : 2013/03/24 03:12: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649505 모바일
    [해군] 천안함을 기억하며..


    나에게 있어 천암함을 절대 잊지 못하고, 잊어서는 안될일이다. 

    맨정신으로 쓰지 못해, 지금 음주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2010년 3월 26일 21시 30분. 부대에서 비상이 걸려 번개통신으로 비상을 걸어 기지로 복귀했다.

    솔직히 별생각 없었다. 주말인데 괜히 술 못먹게 할려고 갈굴려고 상부에서 비상걸어서 복귀시간 체크하려는줄 알았다.

    어느때처럼 그냥 훈련이거니 하고 별 생각없이 관사에서 츄리닝 입고 슬슬 걸어서 부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세시간정도 아무말없이 부대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사관부쪽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카더라 통신으로  아해군 모 PCC함이 침몰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설마하고 편대 관사에 들어가 티비를 켜고 YTN을 돌리자 긴급뉴스로 아해군 초계함 침몰이 뉴스로 나왔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안나왔지만 부대에서 카더라통신으로 2함대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이 나왔다.

    설마 설마 했다. 서해안을 속속히 들여다보고 하는 초계함이 왜 침몰을 하나 싶으면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들 살아남았을것이고 재수없는 한둘이나 사고로 사망했겠지 하면서, 사무실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전자정보체계에 접속했다. 그리고 메일쓰기로 천안함을 선택하고 천안함의 명부를 봤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설마 설마 하면서 봤다.

    내가 기관부니 우선을 기관부에 아는 사람이 있나 하면서 마우스를로 내려갔다.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중사 박경수

    충격이 컸다. 05년 전남함에 초임하사로 전입했을때 경수선배는 기관부에서 고참하사중에 넘버 3였다.

    그는 나를 같은 달에 전입했다면서 전입동기다 하면서 실수를 해도 귀엽게 봐줬고, 내가 영외에 나왔을때 관사도 안나오고 원룸도 잡지 못했을때 자신의 관사로 나를 불러서 같이 살았다. 그리고 선배가 아파트를 구해 나와서 형수와 조카와 같이 살때 인사를 갔는데

    형수님이 진심으로 살갑게 맞이해줬을때 정말이지 눈물나게 감동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때 검열이 있어 함총원이 정복을 입고 나왔을때, 경수선배는 하사계급을 단 정복이지만

    명찰위에 리본휘장이 있어서 그게 뭐냐고 물었을때 그는 월드컵때 일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달았다고만 했다.

    그때도 난 몰랐다. 그리고 난 영외를 나오고, 경수선배가 발령이 나고  발령으로 인한 영외하사 회식때  총무보조로 고참하사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을때 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제2서해교전때 참수리 357에 승조하고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전시상황이 얼마나 참혹했었고, 잠을 자도 자는게 아니라

    언제나 악몽으로 깨어난다는 것을.. 

    그때 나는 진심으로 바랬다. 경수선배가 다시는 배를 타지않고 육상에서만 근무하기를.. 그리고 그는 육상 화학대로 발령이 났고, 내가 전남함에서 영종도로 발령이 나기전에 화생방 교육장에서 만났다.

    교관과 훈련생으로 만났지만, 화생방실에 들어가 CS가스가 타들어갈때 우리는 서로 방독면을 벗겨내려고 장난을 쳤다.

    그게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고, 우리는 서로가 바빠 연락이 안되었고, 그가 교관을 마치고 중급반 교육을 받으러 갔다고만 알았는데.

    그는 천안함 뉴스에서 나왔다.

    내가 전남함에서 영종도로 갔을때 많은 일이 있었다.

    09년 부산에서 열린 관함식으로 인해 전남함은 부산으로 갔었고, 가기전부터 어깨가 이상해서

    훈련중에 잠시 빠져서 국군대구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고, CD를 받아서 관함식이 끝나고 평택에 올라와서

    몇일 있다가 국군수도병원에 가서 CD판독을 했고, 우측 어깨 회전근개염좌 라는 것을 판명받아 즉시 입원을 하고

    다음날 수술을 하고 3개월 정도 있다가 퇴원을 하고 전남함으로 복귀를 했다.

    원래 신체등급 4등급이라 육상으로 빠져서 의무복무 후 1년 연장한것을 마치고 전역했어야 하지만

    장기복무를 꿈꾸고 있었던지라 함정근무를 선택한것이다.

    그리고 3개월동안 배에서는 많은 인원이 바뀌었고, 나와 바뀐 기관장의 사이는 너무나 안좋았고,

    때마침 내 직별수병 있던 아이를 구타함으로 인해 난 장기복무 추천과 진급추천을 포기하고 다른대로 발령을 나야했다.

    그 친구에게 구타한것은 지금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나태함과 게으름, 거짓말도 한 몫을 한다는 것을 말해두겠다.

    기관장이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 말을했다."너 발령나야 한다." 나는 어린나이에 화가 나서 개겼다.

    "이왕 보내주실거면 기함으로 보내주십시요. 초계함이나 동종함정에는 못가겠습니다. 이 배에서만 5년 근무했습니다.

    진급추천도 못받고, 장기추천도 못받았습니다. 기함으로 보내주십시요."

    그는 나를 비웃었다. "너 지금 너가한 실수로 귀양가는거다. 그냥 내가 가라는 대로 가라. 너 천안함으로 가라."

    "죽어도 못가겠습니다. 어차피 저 배타면 안되는 몸입니다. 장기와 진급때문에 배 타는건데 호위함도 아닌 초계함 가라면

    절대 못갑니다." 하고 하사가 소령에게 샤우팅하고 방문을 꽝 닫고 나와버렸다.

    몇 일후 천안함에는 다른 사람이 배정되었고, 나는 내 동기와 트레이드가 되어 영종도로 가게되었다.

    아마 그때 나 대신 천암함에 가게 된것이 선배 임재엽 하사나, 후배 조정규 하사 인것 같다.

    임재엽선배나 조정규는 후반기 교육기수가 길어서 얼굴을 많이 익혔다. 임재엽선배는 나보다 2기수 선임이었고, 정규는 나보다 1기수 후임이었다.

    특히 조정규는 후반기 교육장에서 나에게 많은 갈굼을 받았다. 나이어린 여자친구 만난다고 갈궜고, 나보다 키크고 덩치크다고 갈궜고,

    하지만 그는 나보다 어렸지만 어른이었나 보다. 내가 갈궈도 항상 허허 하면서 넘겼고, 실무에 나와서 봤을때 쌩까도 되었지만 먼저 나를 보면  아는체를 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난 그들로 인해 내가 괜히 땡깡 부려서 멀쩡한 사람들이 나 대신 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실의에 빠져 지냈었다.

    그리고 얼마후 여름에 휴가를 받아 고향에 왔을때, 인천에서 출발해 대전에 들려 현충원에 들려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묘를 참배하고 내려오는데, 왠지 모르게 순천에 있는 송광사에 가서 그들이 좋은데 가기를 기도하고 템플스테이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송광사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는데, 예약이 잘못되었는지 실무일을 보시는 분이 안된다고 했다.

    난 말했다. 현역 해군인데 천안함 사건을 겪고 많은 전우를 보내고 또 내 탓인거 같아서 항상 답답하고, 그들이 좋은곳으로 가기를 위해

    뭔가 할수 있는게 좋은절에 와서 절이라도 하는게 좋을거 같다고 하니까 옆에서 일 보시던 스님이 바로 나를 데리고 절 안으로 데려가서

    템플스테이를 하게되었다.

    아무것도 모른체 그냥 무작정 왔는데, 스님들은 날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들어온 스님이 말했다. 송광사에서 공부하는 스님중에 한 분이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잠수함승조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분이 계신데, 그분도 군생활을 접고 들어와서 공부하고 계신다. 그런데 당신을 보니 천암함 뉴스를 보고 고뇌한 그분과 비슷한거 같아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니 기도 잘하라고 가라.

    참 인연이란게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암튼 난 절에들어와 멀뚱멀뚱 거리는데 기도오신 어느 보살님이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송광사에는 두개의 암자가 있다. 하나는 법정스님이 계셨던 불일암이란 암자가 있고, 하나는 불일암 밑에 광원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당신이 시간이 나면 광원암이라는 암자로 가봐라. 거기 계신 스님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실 거다 란  말을 해주고, 몇시 몇시에

    식사시간이고 예불시간이니 지키라는 말을 해주었다.

    밥시간은 꼬박꼬박 챙겨가며 잘 먹었고, 예불은 몇개 빼먹었지만, 다음날 새벽 예불은 정말 장관이었다.

    학교 소풍때 와서 보던 송광사가 아닌 뭔가 장엄하고 웅장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예불을 드렸다.

    새벽예불 분위기는 정말 말로서 설명을 못하겠다. 직접 템플스테이로 느껴보길 바란다.

    예불후 아침을 먹고 빈둥빈둥 거리는데 보살님이 암자로 가보라고 말씀을 하자, 가보기로 했다. 

    길을 몰라서 해매다가 법정스님이 계셨다는 불일암에 들렸고,(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었었다.)

    광원암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암자에 가서 계십니까 계십니까 몇번을 해도 인기척이 없자 이왕 온거 땀도 흘렸으니 세수나 하고 가자고 세수를 하는데

    암자문이 열리면서 스님 한분이 나오셔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봤다

    솔직히 템플스테이 하는데 다른방 쓰시는 보살님이 여기로 가보라고 했다. 가면 스님이 차도 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해서 왔다.

    이렇게 이야기 하니 그분은 웃으시더니 들어오라고 했다.

    난 그 스님이 녹차나 주시고 적당히 좋은 이야기나 해주시려니 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랐다.

    방안에 있는 책꽃이들은 동서고금, 종교를 떠난 책들이 많았고, 그는 아무말 없이 버너와 후라이팬을 꺼내더니 커피콩을 볶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커피빈을 그라인더에 갈기전까지는 커피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는 커피빈을 다 볶고 그라인더에 갈고, 드립커피를 나에게 내어주고 입을 열었다.

    무슨일로 왔느냐? 나는 길고 긴 이야기를 다 했다. 나로인해 두 사람이 나 대신에 죽은것 같고, 월드컵때 죽을 뻔한 경수선배도 계속해서

    살수 있는데 나와 엮여서 괜히 천안함으로 발령이나서 죽은것 같다. 

    그 스님은 말했다.

    부처님이 왜 인도왕자에서 괜히 나와 고행을 하고 수양을 한줄 아느냐? 난 주워들은데로 그는 왕실의 생활이 지겹고, 사람들이 생로병사로

    고통스러워하는것을 의구심 가져서 나온거 아니냐고 하니 그는 맞다고 했다. 그리고 말을 더 이었다.

    사람이 생로병사로 죽는것은 당연하다. 인생의 98퍼센트는 고통과 번뇌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 98퍼센트를 잘 견뎌내고 나머지 2퍼센트를 즐거움으로 찾고 고통속에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도를 닦는게 인생이라고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데로 당신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타고난 사주팔자로 먼저 이 세상을 떠난 것이고, 결코 이 세상이 끝났다고 그들의 업이 끝난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른세상에서 호국영령으로 남을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것을 원치않는다. 당신은 그들이 현생에서 못끝내고 

    간것을 지켜내라. 더 열심히 살아야 그들이 당신을 보고 웃을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술이 취해 그가 한말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머리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했고, 내가 송광사에 온 이유는 무언가 나와 송광사와 인연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말을 했다.

    아무튼 난 한결 가벼워진 맘으로 광원암을 떠나 집으로 와 부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몇년 더 군 복무를 하면서 후배나 수병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힘들지만 군생활도 열심하고 전역후에도 열심히 살라는 말을 했다.

    작년 12년 1월 13일 전역신고를 하고 난 애인과 통영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애인에게는 전역전부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전역하고 내려갈때 언제 다시 현충원에 올지 모르지만 전역신고는 해야겠다고,

    그녀는 혼쾌히 알았다고 하고 내 의사를 존중했다.

    원래는 해군이 좋아하는 소주 댓고리와 출동중 밤에 간단히 돌려먹는 냉동식품을 준비해서 가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서 준비를 못하고

    현충원에 들렸다. 전역복을 갈아입고 신고를 하려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아 사복차림에 천안함 묘역에 가서 경례를 하고 담배를 한대 피워 올렸다. 그리고 아는 분 묘 한위 한위 마다 담배불을 붙여 올렸다.

    한참 담배가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어느 가족이 와서 내가 올린 담배를 다 치우고, 단체상석 위에 술과 음식을 올리고 절을 했다.

    그 가족은 또 한 묘에 가서 또 케익을 올리고 추모했다. 가까이 가서 물어봤다. 혹시 손수민 중사 가족이시냐고

    그 가족중에 아버님이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나는 말했다. 손수민과 친하지도 얼굴도 잘 모르지만 해군 부사관 동기였다고

    그리고 오늘이 우리기수 전역일이라고 평택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눈에 밟혀서 도저히 그냥 못 내려가겠다고 그렇게 아버님과 몇마디

    말을 하고 난 서둘러 인사를 하고 차를 몰고 내려갔다. 그리고 묘소를 바라봤을때 아버님의 젖은 눈망울과 쓸쓸히 피워 올리는 담배연기를 보니 울컥 눈물이 나왔다. 차라리 내가 아무말 하지 말걸 그랬나 싶었다. 괜히 죄송스럽다.

    그리고 글을 쓰고있는 이순간도 그 분이 눈에 밟힌다.

    내가 오늘 이 글을 쓰는것은 베오베 가는 그런 이유는 아니다. 솔직히 베오베 그따위는 별 관심없다.

    천안함이 자작극이다 하는 말부터 군인이 경계를 못하면 죽어도 할말이 없다. 라는 말들이 많은데 천안함장병들은

    해군출신이라면 다 안다. 그들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이 주어진 위치에서 맡은바 임무를 다 했다는 것을.

    깨어지고 도태된 장비로 그들은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해내었다.

    천안함 장병들을 욕하기보단. 몇십년 되서 폐선되어야 할 함정과, 도태된 장비를 쓸수밖에 없게한 군 수뇌부와 정치권 그리고 대한민국을 흔들려는 불온세력을 욕하라.

    천안함 장병들은 자신이 할수 잇는 모든 것을 다 해내었다.

    술이 머리 끝까지 올라와 더이상 쓰지도

    수정도 못하겠다.


    호국영령이시여, 이 나라를 굽어 살피소서.



    천안함재단 http://www.cheonanham.org/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준위 한주호 이창기 

    원사 최한권 남기훈 

    상사 김태석 박경수 문규석 강준 김경수 박석원 안경환 신선준 김종헌 최정환 민평기 정종율 

    중사 임재엽 문영욱 손수민 이상준 심영빈 장진석 조정균 서승원 방일민 박성균 조진영 서대호 차진균 김동진 박보람 

    하사 이상희 이용상 이재민 강현구 이상민-88년생 이상민-89년생

    병장 정범구 김선명 박정훈 안동엽 

    상병 강태민 김선호 조지훈 나현민

    일병 정태준 장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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