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해군훈련소 #3
그렇게 한참을 내리던 비를 맞으며 고된 빵빠레(야간비상훈련)가 끝난 시간이 새벽 1시정도 되었나? 우리 6중대 350명은 인원을 나눠가며 목욕을했다. 목욕 10분 20분 하는게 아니라 씻을만하면 끄잡아 냈다.. 그렇게 그날의 야간 빵빠레는 끝나는듯했다.. 내무반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또... 이 망할 방송이 나온다..ㅠ.ㅜ
소대장목소리였다.
"6중대 자나?"
훈련병들은 어떠한 소리도 내질 않았다. 다시 들려온 소대장의 목소리
"뭐야? 6중대 자나?"
훈련병들은 어찌할줄 몰랐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내 가악~~~ 소대 그대로들어! 라는 방송이 나왔고,.. 우리는 "6중대 2소대!!" 라고 복창을 해야했다.. 그날 소대장님께서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을려나.. 설마 아까 빵빠레하고 목욕도 했는데 또 빵빠레 하겠어? 라고 다들 위안을 삼았으나,..
소대장 : 현시각부로 왼발에 딸딸이 오른발에 워커신고 병사집합 2분 전.. 총원 병사떠나!
훈련병들 : 총원~~ 병사떠나!!
란 소리와 함께 병사를 뛰쳐나갔다.. 소대장과 하사한명은 과실보고서(종이쪽지로된것)을 지참하지 않은 훈련병들은 손을 들라고했고,.. 재수가 없이 나도 걸려버렸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아까 기합을 받아서 그런지 30분만 기합을 받다가 되돌아갔다..
새벽 6시 45분 방송에 "총기상~ 15분전" 이 나오고 우리 훈련병들은 침구류며 모든것을 깔끔하게 정리를하고 츄리닝을 입은채 구보를 했다. 해군에서는 3보이상 구보라 하지 않았는가? 아침부터 뛰니까 가슴은 얼마나 터질듯 아팠는지... 그렇게 우렁찬 군가를 부르며 구보가 끝나고 하루가 밝았다. 뭐 해군훈련소에서는 구보만 하느냐? 그게 아니다. 목소리가 작으면 작다고 목소리불량으로 오리걸음또한 묘미였던것 같다.
쌤브레이당가리(해군수병이입는 작업복)을 입고 아침밥을 먹으러갔다. 아침마다 하루 1개의 삶은 계란이 나왔는데,.. 이걸 새어가며 훈련소 수료일을 기다릴 뿐이였다. 해군에서는 특이한게, 모든 훈련병들은 사제물품을 갖고 있을 수 가 없었고, 시계도 볼수 없어 지금이 몇시인지 알길이 없었다. 아침주면 아침인줄알고 점심주면 점심인줄알았다.
내가 입대했을때까지만해도 해군훈련소에서는 일체의 어떠한 사제물품도 사용하지 못하게하였는데 이는 군대에 온 훈련병들은 모두 같은 대한민국의 자식이고, 사회에서 부자였고 가난했고의 차이가 없음으로 일절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한 여름의 기수라고 볼 수 있는 7월군번의 최악은 바로 물을 마시는것 이였는데,.. 훈련소에서는 찬물을 주지 않았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100도에 가까운 끓는물을 스틸컵에 마시는데,.. 병아리 오줌만큼도 못마시고 뒷 동기녀석들은 빨리 안마신다고 지랄을 해댔다.. 이때문에도 어찌나 싸웠는지,..
또, 훈련소에서 먹지말라는 야외 수돗물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훈련소에서 먹지말라는 이유가 이 야외 수돗물은 석회수이기때문이였다..그냥 물이 암바사보다 좀 진한 그런물이였음)
그래도 탈이 나지는 않았다.. 훈련은 내내 뜀박질에 대기하는거 밖에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입소하고 몇일 지나서 M16 분리부터 태권도 등을 배웠다. M16의 경우 총을 분리하면 엄청나게 많은 부품들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
막상 m16을 분해해보니,... 총이 고작 부품이 이것밖에 안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훈련소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것이,.. 소대장이나 조교(하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랐다. 경상도 사투리를 처음접해보기도했지만 진해 사투리라서 그런지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않아 동기녀석들 따라하기 바빴다..
공포의 화생방
오늘은 화생방을 한다고했는데,.. 화생방이 뭔지 몰랐던 우리와 동기녀석 중에 ROTC 훈련을 받다가 장교로 임관하려다가 해군상근병으로 끌려온 친구녀석이 있었는데, 온몸에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분비물이 나올정도로 무섭다고했다. 그때까지 그녀석의 말을 모두 믿지 않았다.
예전 97년도까지만해도 화생방은 경화동 해군기초군사학교 내(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병사 뒷쪽의 연병장 LVT상륙차 옆쪽에 무덤같이 생긴 벙커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화생방을 하는곳이였다. 우리는 멍때리며 대기를 했고,.. 소대장은 방독면을 보여주면서 다리매, 허리춤매 등을 알려주었다. 물론, 훈련병들에게는 방독면이 지급되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한 교육이 끝나고,.. 우리는 재활용 전투복을 입고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앞사람 허리춤을 앉아서 잡고 벙커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매캐한 냄새가 나긴했는데,.. 들어가보니 무령왕릉같았다. 그렇게 4명으로 길게 뻗은 줄에서 동기녀석들 허리춤을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화생방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턱허니 가슴의 숨이 멈추는듯했다. 숨을 못쉬니 와 정말 미치겠더라..
그것도 그럴것이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맨몸으로 들어가 가스를 그냥 마셔야 되니 펄쩍 펄쩍 개구리 뛰듯이 뛰는 동기녀석도 있었는데,..그때 소대장인지 하사조교인지가 몽둥이로 때리고 발로 차고 난리도 아녔다. 그렇게 화생방이 시작하고 군가를 4곡 5곡정도를 부르고 눈물 콧물은 물론, 아침에 먹었던 우유까지 다 토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렇게 한 20분정도 화생방을 하고나니 가까스로 숨이 쉬어졌다. 그리고 이제 좀 괜찮아 졌다고 진정한 동기녀석들과 이제 이 지옥과 같은곳에서 나가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벙커가 ㄷ자로 되어있더란;; 그래서 군가 한곡 더 부르고 왔으니.. 적어도 25분 정도는 화생방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화생방 벙커에서 나온 우리는 정신이 없었고, 무진장 더운 날인데도 바깥공기를 마시니 살것만 같았다. 밖에서 대기하던 소대장은 우리를 불러놓고 양팔을 벌리고 연병장을 뛰게 하였는데.. 우리 동기녀석 중 한녀석은 화생방 후유증인지 몸에 좁쌀만한 기포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왔었다. 그렇게 해군기초교 화생방을 마치고 나와서 대기하는데,..
동기녀석들이 허리춤을 잡고 들어가는걸보고.. 와ㅆㅂ 뒤지겠네..하면서도 꼬습기도했다. 물론, 우리 소대가 가장 먼저 들어갔기에 다음부터 들어가는 소대는 연기가 있는 그대로 들어가서 들어가자마자 뛰쳐 나오던 훈련병도 있어 소대장한테 엄청 밟히기도했고.. 나하고 같이 지원입대했던 녀석은 화생방 훈련을 끝내고 나와서는 등짝에 워커발이 찍혀있기도 했다..
그렇게 해군기초교에서 최악의 끔찍한 화생방 훈련을 마치고
그제서야 우리는 이렇게 힘든 훈련도 이겨낼수 있는
대한민국 진짜 남아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되었다.
- 다음편에 계속 -
다음편은, 유격,각개전투,수영,밥먹다가 울뻔한이야기,
천자봉이야기,..
*1997년도 까지는 해군에 극기주,제한배식이 없었음..
그이유는 매일 매일이 극기주였음.ㅋㅋ
추억의 해군훈련소 #1
추억의 해군훈련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