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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므로 음슴체.
밀게에 간단히 검색만 해봤는데 유해발굴감식단 얘기가 없어서 써봄.
본인의 군번은 얘기하지 않겠음.
유해발굴감식단 자체가 워낙 숫자가 적은 부대이다 보니 같은 부대 출신 사람이 읽으면 본인이 누구인지 유추 가능하므로
최대한 본인의 신상을 노출시키지 않는 선에서 썰을 풀어보겠음.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MAKRI(우리끼리는 '마크리'라고 부름)로
MND Agency for KIA Recovery & Identification의 약자임. KIA는 아마 Killed in Action, 그러니까 전사자라는 뜻이고
다시 말해 6.25전사자의 유해(다른 말로 호국영령)를 발굴하고 감식하는 전문 부대임.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부대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우리나라가 세계 2번째로 만들어진거임.
뭐 미국애들 부대 수준이 훨씬 높지만 그건 논외로 함.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많이들 봤을텐데, 그 영화 첫 장면 기억남? 그게 우리 부대 모티브로 따와서 한 건데, 아주 똑같지는 않음.
너무 자세하게 얘기하면 군 기밀 유출 관련해서 잡혀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함.
자세한 편제 등은 서술하지 않을 예정임.
부대는 서울 현충원 내에 있고, 건물은 아주 신막사.
옛날엔 구막사였는데 뭐 그것도 패스. 신막사지만 시설이 깨끗한 것에 비해 안좋은 점도 여럿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PX, 식당, 운동장이 다 현충원 내에 있는 군악대, 의장대랑 같이 쓴다는 점. 운동장도 사실 군악대, 의장대꺼 하나씩이라 우리는
늘 꼽사리였는데 그것도 중요치는 않음.
여튼, 이 부대에는 발굴병, 감식병, 운전병, 행정병, 영현병 등이 있는데
영현병은 부대 내에 머물면서 봉안소 근무하고, 유해 봉안식(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 등을 담당.
사실 발굴, 감식 쪽이랑 같은 부대지만 크게 친하지는 않았음.
아, 국방부 소속 부대이다 보니 육해공해병의 비율대로 인원이 구성되어
대부분이 육군이지만 공군, 해군도 몇 명있고 해병이 한 명 있었음.
발굴병은 전원 육군임. 공군, 해군, 해병은 주로 행정병이고 운전병에도 일부 있었음.
본인은 발굴병인데, 발굴병, 감식병은 특기병이라 지원받아서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선발함.
사학과, 고고학과 등 관련 학과를 2년 이상 재학했거나, 아니면 문화재 발굴 등의 경험이 3달인가 6달인가 이상 있어야 했음.
예전에는 그냥 전국적으로 각 부대에서 적당히 차출되어온 인원들도 있었는데 이 중에는 유해발굴과 전혀 상관없이 온 사람도 있었고,
그 중에는 또 부대에서 처치 곤란한 병사를 보내는 경우도 있었음.
발굴과는 팀으로 나뉘어서 활동하는데 각 팀에는 사진병이 하나씩은 소속되어 있음.
얘네들은 애초에 사진 특기병으로 들어온건데 논산훈련소에서 정말 재수없이 우리 부대로 떨어져온 것임.
사실 사진병은 잘 걸리면 높은 사람 쫓아다니면서 적당히 사진찍고 꿀빠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대는 거의 사진병의 무덤이나 다름없었음.
왜냐면 보통 사진병도 발굴병과 동등한 입장에서 동등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임.
역사를 전공해서 들어온 발굴병이나 사진을 특기로 들어온 사진병이나 그냥 똑같은 발굴병임.
논산에서 훈련을 받고 본인은 후반기 특기교육을 어디서 따로 받을 줄 알았음. 그게 제일 꿀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냥 얄짤없이 자대로 배치.
본인이 막 부대 배치받았을 때는 온갖 괴물같은 선임들이 많았음. 무서웠음.
여튼, 가자마자 나는 유해발굴을 위한 자체 교육을 받음.
교재를 받고서 그냥 온 몸의 뼈와 세부적인 특징을 외우기 시작함. 그리고 전신의 뼈를 그리는 연습도 함.
이게 왜 중요하냐면
유해를 발굴하게 되면, 뼈가 뉘어진 모습을 보고서 어떤 자세로 전사한건지, 또 뼈의 상태를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는 적은지 많은지 등을 식별해야 하고 자세하게 그려서 기록을 해야했기 때문임.
그래서 본인은 별 온갖 뼈이름을 다 외우기 시작함. 대부분 알다시피 인간의 뼈는 200여개인데 그걸 다 외우진 않음.
왜냐면 척추만 해도 22개인가 24개인가 되는데 (이게 지금 헷갈린다는게 기쁨) 보통 목등뼈, 가슴등뼈, 허리등뼈의 세 가지로 구분함(이것도 원래 학술명으로 외웠는데 기억나지 않아서 기쁨)
특히 자잘하게 많은게 손이랑 발에 있는 뼈들인데 아주 간혹 덕후 수준이거나 정말 전문적으로 공부할 생각 있는 사람들은 죄다 외웠지만,
보통은 발에 있는 큰 두 가지 뼈 (으아 이것도 기억 안나네) 이름 두 개만 외우고 특징을 외움.
머리도 정말 여러가지 뼈로 구성되어 있는데 머리뼈는 남녀구분이나 나이구분에 도움이 되는 특징들이 꽤 있으므로 비교적 상세히 공부함.
일단 머리는 아래턱뼈(Mandible)를 제외한 두개골(Cranium 맞나?) 로 구성되는데, 뭐 눈두덩이, 광대 등등을 학술용어로 외움.
그리고 사지뼈(팔, 다리)와 골반뼈는 전부다 외우고 특징도 다 공부함. 쇄골은 Clavice, 어깨뼈는 Scapula 등등
그리고 이것들의 좌우구분하는 법 등을 공부함.
왜냐면 우리가 유해발굴을 할 시에, 흙에서 그냥 막 바로 집어버리는게 아니라
처음에 유해나 혹은 유품의 일부가 나오면 그로부터 사방 2M정도를 가장자리에서부터 조금씩 파들어가서
나중에는 붓이나 대칼(대나무를 칼모양으로 자른 것)로 세밀하게 흙 등을 걷어내고 매장된 형태 그대로 유해를 노출시키기 때문임.
그래서 매장된 형태 그대로 유해를 발굴해서 기록하고 지면에 보여지는 형태로만 드러난 뼈가 왼팔인지 오른 다리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함.
두꺼운 나무뿌리가 유해 위를 덮고 있으면 전체적인 노출이 어려워서 부분만 보고 유해의 세부적인 정보를 알아내야하므로
각 뼈의 세부적인 특징을 꿰고 있는 것은 필수능력임.
(그리고 이걸 우리의 사진병들도 대체적으로 다 해야했음. 내 후임으로 온 사진병의 경우,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고 사진만 좋아하던 녀석이라 유해발굴에 관해 공부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고, 고생도 많이 했음.)
유해발굴은 보통 3월에서 7월, 9월에서 11월까지 시행되고 한겨울과 한여름은 혹한기와 혹서기이므로 유해발굴을 하지 않음.
혹한기에는 땅이 얼어서 발굴하기 힘들고 혹서기에는 말그대로 너무 더워서 할 수 없음.
아, 부대가 서울 현충원에 있는 고로 나는 정말 기대 많이 했음. 수도권에 살고 있고, 대학도 서울 소재 대학이었으므로
면회도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었음.
근데 아뿔사 유해발굴하는 동안에는 주구장창 파견임. 고로 3~7월, 9~11월인 8개월 동안에는 자대에 없고 떠돌이 생활임.
한 팀은 정원 8명에 운전병 1명으로 맥스 9명이지만 보통 정원이 꽉 차진 않고 운전병 제외하고 6~7명이 보통의 편제였음.
한 명, 한 명이 귀중한 작전수행가능인원이므로 5명이서 팀을 꾸리게 되면 꽤 많이 힘들어지고, 8명이면 그나마 편해졌음.
사실 8명일 때는 보통 말년과 온지 2~3주 밖에 안된 신병이 포함되기 마련이므로 결국 5~6명이 발굴수행가능한 인원임.
각 팀은 한 두달 간격으로 지역을 이동함. 보통 발굴 범위는 사단규모임. 여러 개의 팀이 전국 지역으로 흩어져서
해당 지역의 부대로부터 인원을 차출받아 발굴활동을 진행함.
경북, 경기도, 강원도가 주 발굴지역이며 경남, 충청, 전라도 지역도 소규모지만 일부 유해가 발굴됨.
예를 들어 경기도 오유시에 99사단이 있다고 하겠음.
그럼 99사단에서 우리를 위해 한 개 생활관을 내줌. 비어있는 생활관을 주기도 하고, 원래 살고 있던 병사(아저씨)들을 내쫓고 우리를 들여보내주기도 하고, 예비군용 생활관일 때도 있고, 아예 외따로 떨어져 있는 다목적 건물에 빈 방을 주기도 하고 그건 그 지역부대마음.
그리고 발굴을 위해서 보통 1개 중대 병력을 내어줌. 2개 중대인 경우도 있고, 나중에 사단에서 욕심이 과해지거나 많은 유해를 찾으려고 안달이 나면
6개 중대 병력을 투입한 정도 있었는데 으아 이건 그냥 산 하나를 순식간에 끝내버림.
발굴은 크게 전사지역과 제보지역이 있는데,
전사지역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사전에 조사하고, 지도를 보고, 탐사를 하는 등하여 전투 예상지역을 땅파서 발굴하는 것이고
제보지역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말그대로 제보를 받아서 6.25전사자의 유해가 묻혀있다는 땅을 파서 발굴하는 것임.
주력은 전사지역이지만 제보지역부터 얘기를 하겠음.
제보지역에는 보통 1~2명의 발굴병과 0명에서 1개 소대 가량의 지원병력이 투입되는데
보통 소규모일 경우에는 발굴병만으로 해결.
그런데 이 제보라는 것이 어정쩡한 경우가 많음. 전쟁은 약 60년 전 일이니 어르신들도 기억이 잘 안나시고, 당시에 낮에는 한국군편, 밤에는 북한군편으로 어쩔 수 없이 북한군에 협력한 적이 있어 그게 들춰질까 두려워 아예 제보를 안 하시는 경우도 있음. 또 산의 경우 크게 지형이 바뀌지 않지만,
제보지역은 보통 뒷마당, 논밭 근처 등 사람의 거주지역과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60년 사이에 지형이 많이 변하고 땅이 파헤친 적이 있어
제보한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함.
골때리는 것은 허위제보임. 제보를 받아 발굴을 해서 유해가 나왔을 경우 소정의 제보비를 드리는데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한 구일 때와 여러 구일 때의 차이가 있고 MAX금액도 정해져있음. 그 이상은 아무리 유해를 많이 찾아도 MAX금액만 드림.
여튼 이게 나름 쏠쏠한 용돈이 될 수 있는 지라 간혹 그냥 대충 적당히 자리를 집어주는 경우가 있음. 가물가물하거나 어디서 주워들었거나 해서 적당히 파보라고 시키는 거임. 안나와도 그만이니까. 나오면 좋고 하는 생각으로 제보하는 경우가 있음.
더 골때리는 건 유해는 유해인데 전사자가 아닌 경우임. 자기 소유 땅에 분명히 유해가 있긴 한데 그게 뭐 그냥 민간인인 걸 알면서도(가매장이나 혹은 주인이 없어진 무덤이 황폐화되었을 경우) 자신들이 처리하기 곤란하니까 우리한테 전사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우리보고 파게 만드는 것임. 그러다 전사자처리되면 돈도 받는 거고. 여튼 그래서 슈밥바, 팀장(부사관으로 보통 상사)이 제보받을 때 가능한 자세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함. 이게 구라인지 아닌지.
제일 골때리는 건 어디까지나 강력한 심증뿐인 추측인데, 우리가 인간트랙터가 되는 경우임. 제보지역에는 슈밥바 밭인 경우가 종종 있음.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이 피난갔다가 돌아와선 마을에 있는 전사자들을 마땅히 묻어주기 어려우니까 적당히 밭 가장자리에 묻어주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임.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곳에서 유해가 발굴된 적도 꽤 있음.
문제는 전혀 그런 낌새가 없는 곳임. 제보를 받아서 갔는데 밭 가장자리에 현재로선 밭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땅이 있음. 뭐 잡초가 가득하거나
아니면 땅이 굳을 대로 굳어서 그냥 맨땅이 되다시피한 곳들. 제보자가 말하길 '거기에 묻혀있음!!'
그러면서 제보내용이 부정확하면 (뭐 삼촌한테 들었다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정말 두루뭉술한 제보) 우리는 짙은 의심을 품은 채
하염없이 땅을 파는 것임. 보통 생토(쌩토)라고 하는 맨땅이 나올 때까지 파는데 케바케지만 밭 근처에는 1m 정도 파는 경우가 많음.
파서 뭐가 안나오면 그 옆을 또 파제낌. 거기가 안나오면 또 그 위와 밑을 파제낌.
이런 식으로 파다보면 잡초는 다 뿌리 뽑히고, 굳은 땅은 산산히 파헤쳐져 가루가 되고, 우리는 마무리로 다시 덮어줌.
그러면 정말 좋은 밭이 하나 탄생. 슈밥바.
본인은 한 제보지역에 10여구의 유해가 매장된 것을 발굴한 적도 있음. 앞서 말했듯이 피난갔다 돌아와서 마을사람들이 한 곳에 묻어준 경우인데,
(묻었다기 보다 그냥 적당히 흙으로 덮었다는 개념이 가까울 것 같음. 시체가 썩어서 전염병이라도 돌면 안되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음.
간단히 쓸까 싶었는데
글은 길어지고
전사지역 발굴과 그 밖의 여러 내용도 쓰지 못함. 지쳤음.
혹여 이 글의 반응이 좋다면 2탄?에서 서술하기로 함. 질문들이 달린다면 이 또한 2탄을 쓰게될 경우 답하겠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려던 근본적인 목적을 쓰겠음.
본인이 쓴 글이 유해발굴에 대해 다소 호국영령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편하게 얘기하기 위한 것임.
유해발굴병의 대부분은(본인이 모든 발굴병의 마음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소수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한 역사적, 국가적 사명감까지 갖고 있진 않더라도
항상 전사자에 대한 예의와 감사함을 담아 발굴에 임하였음.
이름없는 산야에서, 햇볕이 잘 들지도 않는 어느 구석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전사자가 잠들어계심.
이분들을 양지로 꺼내어 좋은 곳에 모시고 가능하면 핏줄을 찾아드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자 의무였음.
아, 혹시 주변에 아는 분이 6.25전사자와 친척되시는 분인데 유해를 못찾고 계시다면
인근 보건소 등에서 채혈 등을 통해 유전자정보 등록하는 것을 추천함.
아무리 유해를 발굴하고 감식해도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려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없는 경우가 99% 이상인데, 유전자 감식을 하고
친척 (특히 직계 중심)의 유전자가 등록되어 있다면 비교를 통해 간혹 가족을 찾아드릴 수 있음.
그래서 성공한 경우도 간혹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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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보고 싶을 까봐 아래 덧붙임.
아래는 인터넷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관한 글인데,
맞는 얘기도 있고 조금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도 있음.
글 내용 중에 36사단 출신으로 발굴지원 경험이 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아마 국유단 간부가 교육할 때
과장해서 한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은 것 같음.
누구한테 교육받았을 지 대충 알 것 같음ㅋㅋㅋ
대표적으로 20kg이 되는 개인 짐을 짊어지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는데
행군할 때 가라군장싸듯이 우리도 가라군장을 비스무리하게 장비를 챙김.
장비에는 항시 휴대해야하는 필수장비가 있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장비들이 있으므로
보통은 항시 휴대해야하는 장비들 위주로 챙겨다니고
1인 1장비보다 2인 1장비인 경우가 많음. 자세한 건 다음에.
그리고 굴지의 산악팀에 우리 부대 출신이 많다는 얘기도 있는데
우리가 전역할 때 하는 말이 '앞으로 3년 간 산은 쳐다도 안 본다'임.
슈밥바. 산은 지겹게 탔고 그때문에 무릎 연골 닳은 사람 많을 거임.
사진에 본인은 없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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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JPAC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겁니다.
“단 한명의 전우도 전장에 남겨두지 않는다”
라는 모토로 전쟁이 끝난지 수십년이 지나도 전세계 오지에 흩어진 미군 전사자를 지구 끝까지 추적해
결국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되돌리는 미군의 유해 발굴부대죠.
JPAC은 적국인 북한에서도 한구당 5000만원 가량을 지불하면서 미군유해의 발굴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집념이죠.
죽은 뒤까지 책임지는 이러한 사후처리 때문에 미군의 투지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입니다.
미국 외에는 전세계 그 어떤 국가도 이러한 부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개 육군 중령의 진급도 포기한 십년에 걸친 노력 끝에,
대한민국에 세계 2번째로 JPAC과 같은 유해발굴 전문부대가 창설됩니다.
바로 MAKRI, 즉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MND Agency for KIA Recovery & Identification)입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첫 장면 보셨지요? 바로 그 부대입니다.
비전투 특수부대죠.
원래 2000년도부터 육군에서 추진하던 한시적인 기념 사업이었는데
2006년 국방부로의 창설이 결정되면서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됩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현충원의 50억짜리 연구소겸 막사에다
수십대의 보급차들도 전부 사제 차량입니다.
이렇게 화려한 부대가 또 있을까요?
그러나 이만한 지원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부대란걸 곧 알게될겁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하 마크리)은 조사과, 발굴과, 감식과, 지원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사과에서 전쟁지를 조사하면, 발굴과에서 발굴을 하고, 감식과는 DNA감식을 통해 유족을 찾죠. 그리고 나서는 지원과의 영현팀이 국립묘지에 안장합니다.
국방부기 때문에 병사 및 간부는 육, 해, 공군, 특전사 구분이 없고, 모두가 섞여있습니다.
단 발굴과의 발굴병은 전부 육군인데, 대부분 산악지형의 수색대 등에서 관련전공자를 차출해옵니다.
왜냐면 6.25때 격전지는 전부 산 꼭대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개인당 20kg에 달하는 짐을 짊어지고 1000고지 이상의 산들을 하루에 적게는 20km, 많게는 40km씩 이동하며 발굴작업을 진행합니다.
개인 짐들이 뭐냐면, 개인 식량과 물은 물론이고 삽이나 호미 트롤 벌목도같은 각종 철제 발굴장비와 GPS, 통신장비, DSLR, 캠코더, 심지어 관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호를 식별하기 위한 나무 표지판을 무려 200개씩이나 짊어지고 다니죠.
물론 한사람이 다 짊어지는것은 아니고, 1개 팀 7명이 나누어 짊어집니다.
(편제는 특전사와 똑 같아서, 1지역대 2지역대로 나뉘어있고 그 아래 8개의 팀이 있습니다.
팀마다 분대장(팀장)은 상사급 부사관이고, 병사들도 대부분 20대 중반의 조금 연령이 높은 부대죠.)
아무튼 그렇게 한팀이 나누어 짊어지면 개인당 20kg정도가 나옵니다.
아마 이친구들이 전국에서 제일 산을 잘타는 병사들일겁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산악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산악인중 이 부대 출신이 상당하지요.
산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6.25때 군인들이 팠던 개인호를 찾아냅니다.
보통 하루에 300개정도의 개인호를 찾아 굴토를 하죠.
물론 7명으로 이뤄진 1개 팀이 한 지역을 맡기 때문에 300개를 다 팔수가 없어서
해당지역의 부대원들이 지원을 나옵니다.
교육받고 있는 지원부대 병사들.
사실 저도 36사단에 복무할때 지원 작업을 나간적이 있습니다.
지원병들이 각자 호를 파다가 유품이나 뼈가 나오면, 발굴병들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이 친구들의 삽질 실력을 보면 정말 무식하단 소리밖에 안나옵니다.
우리가 하루종일 겨우 파놓은 개인호를 순식간에 수영장만하게 만들고,
심지어 삽 두개와 호미 하나로 사람이 걸어다닐만큼의 토굴을 파낸것을 볼땐 기가 막혔습니다.
이렇게 파다 보면 수류탄이나 고폭탄, 지뢰 등 폭약들이 잔뜩 나오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사고는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폭발물처리반 EOD와 항상 함께 다니고 생명수당도 매달 별도로 만팔천원 받는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뼈 주위로 저렇게 넓게 파고, 우리가 알고 있는 붓질이 시작됩니다.
아주 경이롭죠..
저 입벌리고 있는 전사자 사진을 처음 봤을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 이분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건데
이렇게 이름모를 산야에 아직도 고통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묻혀 계시다니..
이렇게 뼈만 보면 잘 와닿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해들 곁에는 항상 유품이 나오지요.
그들의 군장류와 스푼, 시계, 반지, 안경, 담뱃대, 수첩, 어머니 사진, 도장, 아직 보내지 못한 편지등..
유품들을 보면 비로소 우리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던 인간이었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심지어 버드와이저 맥주캔이나 콜라병, 화장품류도 나옵니다.
아마 미군에게서 지원받았겠지요.
그리고 유품 뿐이 아닙니다.
유해 근처에는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습니다.
바위에 박혀있는 소련제 모신나강트의 소총탄입니다.
다 쏴보지도 못하고 전사해 아직도 황동빛 그대로 남아있는 M1탄박스도 나오지요..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숲과 단풍만 봐서 모르겠지만
그 밑에는 전국 어디나 이렇게 전쟁의 흔적과 순국선열들의 유해들이 묻혀있습니다.
이렇게 유해 한구를 다 발굴하고 나면
실측도 및 사진, 영상촬영등을 하고
(위 사진은 여러구가 겹쳐 묻혀진 것 같아)
소관에 안치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주나 막걸리, 명태포로 약식 노제를 지내지요.
현장에는 대통령 및 장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계급이 한참 낮은 전사자에게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렇게 마음을 다해 거수경례를 하는것을 보면 참 멋지죠.
물론 대통령 또한 호국 영령들에게 경의를 다합니다.
다음으로 이제 관에 싸여진 호국영령의 유해는 병사들의 경례를 받으며 산 아래로 모셔집니다.
산 아래에는 특수차량 한대가 유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버스인데, 이 버스 안에는 이동식 감식소가 있습니다.
중앙감식소는 서울 한곳인데 발굴지역은 전국의 모든 산야기 때문에 지역별로 저렇게 이동식 감식소가 이동해 대기합니다.
버스 안에는 이렇게 각종 감식장비가 다 있습니다.
여기서 유해를 실측하고 아군인지 적군인지, 아군이라면 국적과 성별을 판별합니다.
그리고 유해 봉송차량에 다시 실리는데,
이 봉송 차량도 굉장합니다.
버스 안에는 대리석으로 짜여진 수납칸에서
다른 산에서 하산하신 호국영령의 전우분들이 기다리고 계시죠.
스타렉스 버전까지 있습니다. 달리는 영안실이랄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