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스티아의 음흉한 휴일
"정말 괜찮겠느냐, 트와일라잇?"
이제는 거의 자신 크기만 해진 트와일라잇을 앞에 두고는 셀레스티아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트와일라잇은 처음보다 훨씬 공주스런 분위기를 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왕관과 목걸이도 이제는 꽤나 잘 어울렸다. 트와일라잇은 셀레스티아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세요, 공주님! 이젠 저도 어엿한 공주에요. 공주에 관한 책도 다 읽었고 왕실업무에도 익숙해져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제까지 공주님이 제일 수고하셨는데 어디 휴가라도 가시거나 여유롭게 며칠 쉬시면서 차라도 마시세요."
"아무리 그래도 걱정되는구나..."
트와일라잇은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말했다.
"걱정마시라니까요! 제가 다 해결할게요."
셀레스티아는 몇번이나 말없이 고민하다 끝내 말했다.
"알겠다. 대신 무슨 일이 있거든 반드시 내게 연락을 해줘야한다."
"물론이죠! 자, 여긴 저에게 맡기시고 어서 쉬세요!"
트와일라잇은 뿔로 가볍게 셀레스티아의 몸을 찌르며 말했다. 셀레스티아는 끝까지 걱정하며 방을 나섰다.
"무슨 일 있으면 반드시 연락해야 한다. 알겠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셀레스티아는 방문을 닫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공주는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좋았어! 예쓰! 예쓰! 드디어 휴가다! 좋았어!"
도저히 이퀘스트리아의 통치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어린애처럼 소리지르며 바닥을 뒹굴으는 공주는 체통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셀레스티아는 이 휴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의 공주 즉위식 이후 셀레스티아는 밤낮 할거없이 바빴다. 엄청난 량의 왕실업무와 공주 수업등으로 눈코뜰 새 없었다. 제대로 한가하게 앉으며 케이크를 먹을 새도 없었다. 셀레스티아에겐 이번 휴가는 꽤나 큰 의미였다. 쌓여왔던 업무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유일한 출구였기 때문이었다.
셀레스티아의 머릿속엔 휴가동안 해야 할 일이 정리되어 있었다.
"우선... 케이크! 케이크가 필요해! 설탕, 크림, 푹신한 빵!"
셀레스티아는 자신의 방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오늘만을 기다리며 자신이 가장 아껴온 케이크, 대회 우승 작품인 핑키의 케이크였다.. 마지막 한조각을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접시에는 '-햇님이꺼'라고 쓰여진 종이만 있을 뿐이었다. 셀레스티아는 상황파악을 못했는지 냉장고문을 열어둔채 빈접시 만을 멍청하게 쳐다봤다.
"루... 나..."
셀레스티아가 이를 악 물며 중얼거렸다. 뿔에서는 강렬한 빛과 함께 소리가 울려퍼졌다. 금방이라도 루나를 자신의 눈앞에 소환해 자신의 동생에게 죄를 물을 기세였다.
"아니지."
뿔에서 난 빛과 소리는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셀레스티아는 쉼호흡을 하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오늘은 편히 쉬는 날이지. 그래. 게임이나 해야지."
셀레스티아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포니크래프트2 확장판이 나오는 날이었다. 셀레스티아는 이미 한정판까지 예약 구매한 1등급 호갱이었다. 사실 공주의 권위로 받은거긴 했지만. 컴퓨터 앞에 앉은 셀레스티아는 곧바로 게임을 실행시켰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이미 캠페인 모든 업적을 달성한 셀레스티아는 포니와 포니가 만나 겨루는 멀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셀레스티아는 게임을 별로 잘하지 못했다. 셀레스티아의 부대는 상대방한테 무기력하게 전부 당해버렸다. 셀레스티아는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해하고 있을 때 상대방의 채팅을 보았다.
초고수님이시다(전체) : ㅋㅋㅋㅋㅋ 게임 발굽으로 하는거 맞냐, 페가수스인 내가 날개로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네 ㅂㅅ
셀레스티아의 미간이 꿈틀했다.
써니1234 (전체) : 말이 너무 심한것 같군요. 게임을 못하는게 죄는 아니잖아요.
초고수님이시다(전체) : ㅋㅋㅋㅋㅋ ㅂㅅ아 게임 못하면 시간낭비 하지말고 니 큐티마크에 맞게 살아
셀레스티아의 뿔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셀레스티아는 쉼호흡을 다시 하고 채팅을 했다.
써니1234(전체) : 무례하네요. 사실 저는 셀레스티아 공주입니다. 당장 그 말을 취소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것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공주로써 마지막 경고입니다.
초고수님이시다(전체) : ㅈㄹ ㅋㅋㅋㅋㅋ 니가 공주면 난 디스코드다ㅋㅋㅋㅋㅋㅋ
써니1234 (전체) : 난 분명 경고했다 너 어디사냐
초고수님이시다 (전체) : 여기 에버프리임ㅋㅋㅋㅋㅋㅋ 잘찾아보셈 호구공주님 ㅋㅋㅋㅋㅋ
셀레스티아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곧바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셀레스티아가 컴퓨터와 모니터를 통째로 창문 밖으로 버렸기 때문이었다. 셀레스티아는 흥분한듯 숨을 헉헉대고 있었다. 눈빛은 누구 하나를 잡아먹을 것 같이 살벌했다.
곧바로 셀레스티아는 진정을 시작했다. 휴가는 이제 시작이었다. 아직 가장 재밌는 것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래...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지."
셀레스티아는 곧 진정이 됐는지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셀레스티아는 곧바로 루나와 디스코드를 호출했다. 그 둘의 호출은 어렵지 않았다. 디스코드는 원래부터 무언가 업무가 있던 건 아니었다. 할 일도 없고 플러터샤이의 집에 놀러가는게 전부였고 루나도 트와일라잇이 공주로 즉위한 후론 매일같이 놀고 먹고 할 뿐이었다.
디스코드는 하품을 하며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일이야, 셀레스티아."
"무슨 일이야, 언니. 나 지금 잘 시간인거 몰라?"
셀레스티아는 아무 말 없이 둘에게 종이 뭉치를 건냈다. 둘은 종이뭉치를 받아들곤 첫장에 써있는 글씨를 읽었다.
"승천. 역활 및 대본. 이게 대체 뭐지?"
디스코드가 종이를 대충 넘겨보더니 물었다.
"포니크래프트2 캠페인 마지막 영상 이름인데 내가 너무 감명을 받았거든. 그래서 한 번 역활극을 해보려고."
"......"
루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귀중한 휴식시간에 자기를 불러놓고 하는 짓이 고작 역활놀이라니. 셀레스티아의 머리가 어떻게 된건가 생각했다.
"한번 해보자고. 재밌을거 같은데."
디스코드는 피식 웃으며 동참 했다. 루나는 진심이냐고 디스코드에게 놀란듯 물었다.
"우리 공주님이 심심하신거 같으니 해보자고."
"좋아. 그럼 모두 하는거지? 역활은 이래. 나는 멩스크. 루나는 칼날여왕. 디스코드는 레이너야. 대사는 거기 쓰인대로이고. 알겠지?"
"잠깐, 난 아직 동의를 안했다고."
루나가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이미 디스코드도 하겠다는 분위기로 기울어서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근데 멩스크면 악역 역활 아니야? 언니가 굳이 그런 역활을 하는거야?"
셀레스티아는 대답대신 히죽 웃었다. 햇빛처럼 너무 활짝 핀 웃음이라 루나는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루나가 방에 들어서자 셀레스티아는 여유롭게 돌아서서 루나를 바라봤다.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건."
루나는 하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한 채로 감정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망을 안가다니 뜻밖인걸."
감정없는 루나와 다르게 셀레스티아는 표정, 목소리, 몸짓이 연기에 완전히 몰두되었다.
"도망?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셀레스티아는 뿔을 빛내 마법으로 기다란 깃털을 불러들였다. 깃털들은 루나 주위를 감싸더니 일제히 루나의 몸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잠깐, 잠깐!"
루나는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설마 너같은 케이크도 다 먹어치운 짐승이 설치는데 내가 아무 보험도 안들었을라고?"
셀레스티아는 다시 마법으로 루나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 잠깐! 언니 설마 케이크 때문에 이러는.... 푸하하하하! 제발 멈춰줘!"
루나는 웃고 있었지만 괴로워 보였다. 날개로 깃털들을 방어해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깃털들은 루나의 얼굴, 목, 몸, 다리 구석 구석을 파고들어 루나를 공략했다.
그렇게 루나가 반쯤 웃음으로 실성 될 지경에 이르자 셀레스티아는 간지럽히기를 그만두었다.
"좋아! 이제 됐어. 난 여기서 쓰러져."
셀레스티아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한발자국 물러섰다. 루나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몸을 움찔거렸다. 얼굴은 눈물과 침범벅이 되어있었다.
시간이 약간 지나서야 루나는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이게 뭐야! 대본이 안맞잖아! 언니가 갑자기 이유없이 쓰러지는게 어딨어!"
셀레스티아는 여유롭게 말했다.
"원래 연기는 애드립도 있어야 해."
그 광경을 디스코드는 폭소를 터뜨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오, 이건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군. 태양의 공주와 달의 공주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군."
셀레스티아는 그 말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갑자기 화살을 디스코드쪽으로 돌렸다.
"디스코드. 다음 장면은 네차려야. 루나한테 키스해."
디스코드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얘긴 대본에도 없었잖아."
"그래, 언니! 사기치지마! 난 포니크래프트2 클로즈베타 유저라고! 그런 장면 없었어!"
"공주의 명령입니다. 두 분은 신속히 키스를 하십시오."
이제는 논리따윈 없었다. 셀레스티아는 키득 웃으며 마법으로 서로를 억지로 다가서게 했다. 둘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디스코드는 애초부터 마법의 힘을 대부분 잃은 상태였고 루나는 셀레스티아의 마법에 대항 할 수준이 되지 않았다.
"싫어! 싫다고!"
점점 가까워지는 디스코드를 루나는 맹렬히 부정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디스코드도 셀레스티아의 돌발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 저기. 셀레스티아. 사실 내가 플러터샤이와 약속을 잡아놔서 급하게 가봐야 하거든. 이만!"
디스코드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루나의 입술은 결국 허공을 갈랐다.
"칫."
셀레스티아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이윽고 루나에게 걸었던 마법을 풀어주었다.
몸이 자유로워진 루나는 셀레스티아 앞에 서며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해, 언니......"
루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셀레스티아방을 뛰쳐나갔다. 셀레스티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나가 나간 곳을 향해 메롱을 했다.
"그러게 누가 내 케이크 먹으랬니?"
이후 셀레스티아는 평화롭다 못해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차나 마시는 건 셀레스티아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 역시 그걸 해야겠어."
셀레스티아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방문 밖에 있던 로얄가드에게 당분간 절대 들어오지 말라 강요하곤 다시 방문을 굳게 잠갔다.
"휴일날, 아무도 없을 때 이걸 하기만 기다렸어."
셀레스티아는 흥분감에 휩쌓이며 중얼거렸다. 셀레스티아는 눈을 감고 집중을 했다. 뿔이 빛나기 시작하던 셀레스티아 앞에 시야가 일렁이더니 다른 장소가 눈에 보였다. 바로 다른 포니들이 사는 곳을 관찰하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백성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세우기도 뭐한 완전한 사생활 침범 마법이었다. 셀레스티아는 휴일이 되면 혼자 은밀하게 이 마법을 써서 다른 포니들을 관찰하곤 한다.
이 마법은 다른 포니들에겐 셀레스티아가 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없었고 셀레스티아는 화면을 통해 다른 포니들에게 간섭을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제일 먼저 본 것은 트와일라잇이었다. 트와일라잇은 하루 업무가 끝났는지 혼자 방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있었다.
"애플잭은 래리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걱정마, 슈가큐브. 네 옆엔 항상 내가 있잖아."
트와일라잇은 자신이 쓴 글을 무심코 중얼거리고 있었다. 셀레스티아는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트와일라잇, 얘가 또 자기 친구들 이야기로 팬픽을 쓰네. 예전에도 스파이크만 없으면 팬픽을 쓰더니만 공주가 되어도 안바꿨네."
트와일라잇은 자신의 은밀한 취미가 다 밝혀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표정엔 감정을 이입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셀레스티아는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애플잭과 어울리는건 대쉬란다."
트와일라잇은 갑작스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곤 뒤를 돌아봤다. 트와일라잇은 황급히 자기가 쓴 팬픽을 감추고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봤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셀레스티아는 그 모습을 보며 깔깔 거리더니 화면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레인보우 대쉬가 보였다. 대쉬는 자기 집 침대에서 대링두를 읽고있었다. 침대 옆 탁상에는 대링두 시리즈 전권을 쌓아놓은 채 정독하고 있었다.
"오, 대링두는 언제 봐도 정말 재밌단 말이야! 읽고 또 읽고 해도 정말 새로워. 이 책이 원래 어린애들 동화책으로 제작됐다는게 믿기지 않아!"
셀레스티아는 질렸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얘는 볼 때 마다 저 책을 읽는단 말이야. 질리지도 않나."
셀레스티아는 문득 쌓여진 책 중 포장이 뜯기지 않는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이번에 새로 발간된 시리즈였다. 대쉬는 새로운 시리즈를 읽기 전 이제껏 나온 시리즈를 다시 읽고있는 중 이었다.
"그거 대링 두 동료인 브레이브 죽고 고대의 편자로 아휘조틀을 물리치고 끝난단다."
"뭐? 그게 진짜야?"
대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셀레스티아는 즐거운듯 소리내어 웃으며 화면을 재빨리 바꾸었다.
이번에는 래리티였다. 래리티는 평소와 같이 옷가게에서 자기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들을 팔고 있었다. 래리티는 손님인 수컷 포니에게 옷을 설명하며 팔고 있었다.
"여기 있는 옷들이 손님과 잘 어울리실거에요. 손님이 체격이 약간 작으시니 이거나, 혹은 이게 적당할 거에요.
"글쎄요. 여기 있는 옷이 전부 제가 속한 곳과는 수준이 안맞을거 같군요."
수컷 포니가 쌀쌀맞게 말했다. 래리티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대답한다.
"오, 그럼 원하시는 옷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수컷 포니는 차려입은 생김새로 보아 캔틀롯 상류층 처럼 보였다. 사실 포니빌의 포니들은 악몽야 같은 때 복장 주문이 아니면 옷을 거의 입지 않아 대부분의 손님은 캔틀롯 포니였다.
사실 수컷 포니는 셀레스티아도 아는 얼굴 이었다. 셀레스티아 앞에서는 아부를 떨면서 뒤에서는 공주의 권위를 이용해 호가호위하는 포니였다.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 딱히 나쁜 짓을 하는건 아니니 처벌할 수 없었다.
문득 셀레스티아는 기발한 생각이 났는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셀레스티아는 래리티가 뒤로 돌아있고 수컷 포니가 옷을 구경하고 있을 때 화면 너머의 래리티의 엉덩이를 뿔로 살짝 찔렀다.
래리티는 엉덩이의 감촉을 느끼고 움찔했다. 곧바로 뒤를 돌아보며 수컷 포니를 노려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죠?"
래리티가 소리쳤다. 수컷 포니는 영문을 모른 채 래리티를 마주봤다.
"그게 무슨 소리..."
"변명은 필요없어!"
래리티는 도약을 하더니 수컷 포니의 뺨에 날라차기를 날렸다. 수컷 포니는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래리티는 여전히 씩씩대며 수컷 포니를 노려봤다.
"지금 당신, 날 때린거야? 이 캔틀롯 최상류층과 어울리는 나를? 당신 실수한거야. 난 셀레스티아 공주님도 알고 있다고! 곧 처벌 받을 줄 알아!"
사실 마지막 말은 울먹임에 가까웠다. 수컷 포니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고 터덜터덜 가게를 나섰다.
"누가 널 도와준대니. 쌤통이다."
셀레스티아는 코웃음치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화면을 바꿔 슈가큐브 코너를 비추었다. 부엌에선 핑키파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컵케익을 만들고 있었다.
핑키는 컵케익을 만들다 고개를 돌려 말한다.
"공주님! 오랜만이네요!"
핑키의 행동은 누군가가 마치 허공에 대고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요즘 바빴는데 이렇게 휴가를 받았단다."
셀레스티아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사실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처음, 핑키가 셀레스티아에게 인사했을 때 셀레스티아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마법이 잘못된건가, 핑키가 셀레스티아의 존재를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다른 포니들에게 다시 시도 했지만 역시나 자기를 알아 볼 수 없었다. 오직 핑키만 자기를 알아본 것이다.
"공주님, 마침 잘 왔어요! 머핀을 방금 구웠는데 드셔보세요."
"고맙구나."
셀레스티아는 마법으로 머핀을 가져왔다. 이렇게 처음에는 놀랐지만 점점 익숙해지더니 만날 때마다 케익이니 머핀이니 과자니 하는걸 주고받게 된 것이다.
핑키가 어떻게 알아채는 건지 셀레스티아는 아직도 원리를 모른다. 사실 핑키는 유니콘이 아님에도 마법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어, 한 때 핑키를 공주로 만들까 생각도 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라가 3일안에 망할거 같아 관두었다.
"요즘 트와일라잇은 어떻게 지내나요?"
"잘 하고 있단다. 이제 꽤 능숙해져서 혼자서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
"그거 잘 됐네요! 그럼 파티를 열어야죠!"
"하하. 그건 나중에 하자꾸나. 그럼 이만 가야겠다."
"네! 히히히."
핑키가 허공에 발굽을 흔들었다.
"핑키파이..... 너 괜찮아?"
옆에서 지켜보던 애플잭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응? 뭐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얘기하질 않나 머핀을 사라지게 하지 않나, 뭐 신내림이라도 받은거야?"
애플잭은 셀레스티아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핑키가 미쳐버린 줄 안 것이다.
"하하하, 무슨 소리야. 공주님이 왔다가셨잖아."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셀레스티아는 화면을 바꾸고 마지막 포니를 비추었다. 바로 플러터샤이. 플러터샤이는 자기 집 오두막에서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부후! 멍청한 녀석들!"
플러터샤이가 책상앞에서 소리쳤다. 셀레스티아는 위화감을 느끼고 화면의 각도를 바꾸었다.
"이 플러터샤이님을 이길 포니는 아무도 없다니까!
플러터샤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화면너머로 하는 게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포니크래프트2였다.
플러터샤이는 소리내어 웃으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초고수님이시다(전체) : 님 혹시 포니 크래프트 구매하신거에요?
점멸추적자(전체) : ?? 네
초고수님이시다(전체) : 게임도 못하는데 돈 아깝게 그걸 왜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플러터샤이는 다시 폭소하기 시작했다. 평소 그 소심하고 조용한 플러터샤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셀레스티아는 말없이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는군! 찌질하게 버티기나 하고... 빨리 내 승리의 제물이 되거라!"
셀레스티아가 뿔을 한 번 반짝이니 모니터가 꺼졌다. 플러터샤이는 상황파악을 못했는지 모니터를 멍청하게 쳐다봤다. 그리고는 컴퓨터가 꺼져버렸다는 걸 알아챘다.
"으아아아!"
플러터샤이가 엄청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쪼개버릴 기세로 키보드를 쾅쾅 두드린다.
"디스코드! 당장 튀어나와!"
플러터샤이가 소리치자 거실에서 디스코드가 걸어나온다. 디스코드가 나타나자마자 플러터샤이는 온 힘으로 발굽을 디스코드 복부에 맞았다. 디스코드는 배를 움켜잡으며 괴로워했다.
"네가 했지? 누가 그따위 장난 치랬어!"
플러터샤이는 아무 말도 못하는 디스코드의 등을 팔꿈치로 찍어누르고 다리에 로우킥을 날렸다.
디스코드는 한동안 배를 잡고 숨을 고르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난 정말 모르는 일..."
"시치미 떼지마!"
플러터샤이가 말을 끊더니 디스코드의 다리 사이를 걷어찼다.
"플러터샤이... 정말이야... 내 말을."
"닥쳐!"
플러터샤이는 본격적으로 디스코드를 패기 시작했다. 디스코드는 뭐를 할 틈없이 무기력하게 맞고 있었다.
셀레스티아는 자신이 보고있는 장면에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웃어야 되나 화내야 되나 무서워해야 하나 미묘했다. 한가지 확실한건 플러터샤이는 능숙한 솜씨로 디스코드를 때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주님! 휴가는 잘 지내셨나요?"
트와일라잇이 셀레스티아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 셀레스티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네 걱정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었단다."
"에이, 걱정 안하셔도 돼요. 공주님이 안계신동안 저 혼자서도 잘 해냈는걸요."
"그렇다면 자랑스럽구나, 내 충실한 제자야."
트와일라잇은 며칠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잔뜩 흥분했다.
"공주님, 휴일엔 어떤 일 하셨어요? 역시 공주님이시니 우아하고 어른스런 휴일을 보내셨겠죠?"
셀레스티아는 잠시 생각하다 싱긋 미소지었다.
"즐거운 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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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제목에 19를 붙히면 조회수가 급증한단 자료가 있어서 한번 붙혀봄. 낚시 죄송.
이번 팬픽은 꽤나 매니악해서 이해가 잘 안될지도 몰라요. 마무리도 대충 짓고 기승전결따윈 무시한다!
이제 주연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은 래리티빼고 다 씀! 래리티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몰라 보류중임. 제 팬픽은 캐릭터에 대한 저의 주관적 이미지를 솔직하게 쓴거라 래리티는 도저히 생각이 안남.
점멸추적자는 제 스2 아이디. 만약 보시면 실력을 비웃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