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번 세미나는 한·일 양국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한·일 학계의 상반된 시각이 공개로 표출된 자리였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동안 배제됐거나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 내에서 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소녀 성노예로 인식되고 있지만, 1965년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면 대부분 성인 여성이었으며, 내가 직접 만난 한 위안부 할머니는 '강제연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고 '위안부는 군인들을 돌보는 존재'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들리지 않았던 얘기들을 다루기 위해 한·일 또는 한·미·일 3국 간의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는 이해당사자들과 학계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참여해 밀실 논의가 아니라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물리적 강제연행 과정에서의 군 관여 문제, 자유를 구속한 주체, 위안소의 성격을 비롯해 업자의 역할도 논의해야 한다"며 "군인과 위안부 사이에는 업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일본 정부의 협력자였다"고 주장했다. 일제 시대 당시 일부 조선인이 일본의 협력자로서 위안부 동원과정에 관여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국가가 나쁜 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협력자가 없으면 실행될 수 없다"며 "이들 업자의 역할을 논의하는 것은 같은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고 국가의 책임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찰하는데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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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는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회장을 맡은 이정실 조지워싱턴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비롯해 미국 워싱턴 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활동하는 한인단체 인사들이 참석해 박 교수를 상대로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던졌다.
이들 인사는 "도대체 위안부 피해여성 몇 명과 인터뷰를 해봤느냐", "예외적인 개인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