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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다. 그토록 너만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평생을 함께할 거라 약속했던 나는 죽었다.
삶에 처음만난 사랑, 마지막이길 빌고 또 빌었던 사람
꼭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던 다짐은 이별과 함께 졌다.
니가 기억할지 모르겠다. 너를 만난 후로 내가 조금씩
바껴간다는 말. 항상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던 말.
그러니 곁에 있어줘라. 연애에 서툴러도 최선을 다할거란
어느 카페 안에서의 서툰 고백. 그리고 그날의 첫키스.
그 때의 너는 누구보다 눈부셨다.
내 모든걸 다 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시간은 흘러 우리의 사랑이 깊어,
새벽이 젖어드는 밤, 어느 모텔에서 우리는 정을 나눴다.
서로가 서툴러 끝을 보지 못했어도 우린 행복했다.
꼭 껴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맘을 확인했다.
놀이공원을 가고, 벚꽃구경을 가고,
무더운 여름이 와도 우리는 늘 꼭 손을 잡고 걸었다.
연애가 처음이라 잘 모르던 나를 넌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난 항상 사고를 치고, 뒤늦은 후회를 하는, 웃기지도 않은
연애를 하면서도 우린 행복했다. 그땐 참 행복했다.
난 우리가 특별하길 바랬다. 난 너에게 늘 최고이고 싶었고
우리의 사랑은 일방통행만 있는, 그런 사랑이길 원했다.
선물도 아무거나 주고싶진 않아. 핸드메이드 팔찌,
내가 그린 그림. 우리의 모습. 서툰 요리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었다.
투닥투닥하면서도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는 그게 아니었나보다.
삼백일을 기다리며 매일을 일기로 채우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이 될거라 여기던
나에게 그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니가 일하는 그곳에서 널 향해 찝적대는 남자 둘.
넌 별거 아니라 말했고 난 믿었었다.
연락을 주고 받는 것도 싫어 그만두라 말했을때
너는 알겠다고 했고 얼마뒤에 난 니 핸드폰에서
또 연락을 하는 것을 봤다.
말하지 않는다고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내색을 하지 않는 나에게 너는 아무말이 없었다.
또 지난 어느 저녁 친구들과 논다며 나랑 연락이 끊어진 새벽.
너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내 전화기는 꺼져버렸다.
초조한 맘으로 새벽을 달래다 전원이 켜진 후에도 너는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다음 날에 미안하다며
술에 취해 잠들었다는 니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
그 새끼랑 같이 있었을까? 아님 누구랑 논걸까?
니 말 처럼 중학교 동창 집에서 잤을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아무렇지 않게 만난 우리는
이상하게 어색했다. 손을 잡는 일도, 키스를 하는 일도,
너를 안는 일도. 수백 수천번을 했던 일인데 너는 사람이 많다며
나를 밀어냈다. 그때 나는 직감했다. 우리에게도 이별이 다가왔음을.
시간을 갖자던 나에게 너는 넌 항상 쉽냐며 날 몰아세웠다.
나는 또 변명을 했다. 지금도 생각하지. 그 때 난 무슨말을 해야 했을까.
니 맘은 돌아섰다. 너에게 주려던 일기장의 마지막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나를 제발... 부디 제발 잊지 말아달라며 그 안에 눈물을 담았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집안에 누워만 있었다.
몰래 찾아간 너의 집에서 너를 마주쳤을 때 너는 다시 한번더
우리는 끝이라 말했다. 나는 널 바라볼 수 없었다.
혹시 돌아올까봐 니가 나간 후에도 요리를 만들고, 집을 청소하고...
니 친구를 통해 제발 니가 맘을 돌릴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핸드폰에 올 니 연락만 기다리고, 혹시 누가 알면 정말 헤어진게 되어버릴까,
나는... 우린 계속 행복하고, 난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돌이킬 수 없었다. 예전에 서로 다투다 헤어지자고 내가 말한 후로
너는 내가 점점 싫어져, 미워, 사랑이 식었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널 위해 준비한 일기를 놓고 오는 일 밖에 없었다.
일기를 두고 니 방안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쓰다듬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려준, 니 책상위에 있던 행복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이제는 벽을 보고 돌아섰다.
내가 만들어준 팔찌는 니 옷 사이 어딘가로 숨어 모습을 감췄다.
그렇지만 난, 그 후로도 너에게 매달렸다.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운동도 하고, 더 잘해주고, 더 열심히 살아, 꼭 성공해서 너랑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남자를 만나도 좋으니, 행복해져도 좋으니, 언제라도 돌아온다면
내가 꼭 다시 웃으며 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말하며 날 떠나갔다.
1주일, 2주일, 한달이 흘러 나도 이제 원래대로 사람같이 살기 위해,
내 약속처럼 다 잊고 열심히 살기위해 죽어도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너와 첫 인연의 끈을 끊었다. 꿈에도 나오고, 너와 함께 했던
모든 행복했던 일들이 나를 괴롭혀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남자때문에 헤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날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다는
니 말을 믿었기에, 난 니 곁에 다시 내가 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넌 그걸 아는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만난 친구의 핸드폰에서 니 사진을 봤다.
그토록 니가 아니라던, 여자친구도 있고 니 스타일 아니라던,
니가 일하던 곳의 남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모두가 축복을 빌어주던 모습.
내가 알던 사람과 모르던 사람이 섞여 있던 그 공간에
나는 없었다. 나라는 사람은 애초부터 없던 것처럼
모두가 너와 그새끼의 행복만 빌고 있었다.
울음은 나지 않았다. 헤어지던 그 날에 너무 많이 울어서 그랬을까.
난 애써 웃음 지으며 친구에게 어느정돈 알고있었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는 죽었다. 언젠가는 돌아올거라 여기며
나만 열심히 살고 있으면 될거라 생각하던 나는 다시 한 번 죽었다.
헤어진 후에도 다른 누구와 비교도 안될만큼 뜨겁고, 격렬하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사랑도 죽었다.
23살, 지독하리만큼 아팠다고 생각했던 사랑은 이제 없다.
1년간의 기억도 사라졌다. 우리가 했던 것은 사랑이었을까?
너희 둘은 지금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할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꼭 행복해지고, 누구보다 아름답게 사랑해라.
그렇지 않다면 너 때문에 죽을만큼 울고, 아파했던,
내 23살의 1년간의 기억은 그저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져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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