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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작가 입니다
저작권은 마하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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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경찰서 14층. 그곳은 말 많은 민간인들에게 있어 항상 퀴퀴한 소문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었다.
그 하늘 문턱을 쿡쿡 찔러대는 사치스러운 장식도 한 몫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코를 찌르는 비리의 냄새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것들이 그득히 자리 잡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기자들이 쉴 새 없이 가방 속에 몰래 카메라를 숨겨 넣고 잠입을 시도했겠는가 말이다(그리고 여지없이 힘센 형사들
손에 가로막혀 쫒겨나고 말이지.) 거기다 벌써부터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이 14층과 관련되어 **게이트 수준의 엄청난 비리가
서 내부에 숨어있다는 낭설까지 들려와, 이래저래 우리 시민들로 부터 말이 많았더랬다.
아무튼 그만큼 그곳은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들의 공간이라고 보기엔 뭔가 좀 많이 비쌌고 사치스러웠으며
요약해서 말하자면 아방궁이였다. 물론 나라의 녹을 받아먹는 입장이라고 해서 본인을 위한 소비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또 아닌데
외부 바닥재가 수입산 대리석이고 벽지는 5성급 고급 호텔 벽면에나 발라질 법한 벨벳이라는 점이 우리네 서민들의 가슴을 참
많이도 아프게 했던 것 이었다. 물론 그러한 사실은 14층, 바로 요번에 리모델링을 새로 한 이 딱 한 층에만 국한된 것이긴 했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여론은 결코 따사롭지 않았으니 말하자면 쌩쌩 칼바람만 불었다는 소리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그 이유는 참으로 우연찮게 게시판에서 발견된 한 장의 투고에서 비롯되었다. 그건 우연찮게 서에 들어갔다 보게 되었다는 투의 문구로
시작된 일종의 카더라 통신이었었는데 이게 아주 가관이였기 때문이었다. 내부 설계를 유명 해외 디자이너가 맡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경찰서 예산을 들여 사무 비품에 해당하지도 않는 펭귄 모양의 캡슐 커피 머신을 각 사무실마다 들여놨으며, 어떤 높으신 분의
제안이지는 모르겠으나 서가 삭막하니 예쁜 갤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다가 전시해놨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여기에 다 공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기다 또 커피도 좀 여유롭게 마시고 싶다고 해서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별다방까지.
근데 거기에 하는 말이 뭐냐면, 이것도 좀 우습다
'서 내의 사기 진작을 위해 부득불 카페를 개설하게 되었으며, 추후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주민들에게 개방하여 지역경제에
이바지 할 계획입니다.....'
라잖아. 글쎄. 에라이 차라리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한다고 해, 욘석들아! 아무튼 게다가 거기서 끝났으면 또 다행일까. 도대체 이놈의 공무원들은
만족이란 걸 모른다. 요번엔 복도가 밋밋하다고 수십억을 호가하는 예술품들을 사다가 복도 벽면을 꾸며놨다는 소리까지 들려오지 않는가 말이야.
하, 그러니 단 돈 천원을 아끼기 위해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민초들로선 당연히 어이가 없어 아예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일 수 밖에.
덕분에 이 서민의 생활과 유리된 사치를 즐기는 탐관오리들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으니...!
그러한 연유로 이 사건의 첫 진원지였던 모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은 그동안 쌓였던 경찰의 무능과 진시황 버금가는 사치를 성토하는 대국민
심판의 장으로 바뀌고 만 것이었던 것이었다. 허나 시민들의 분노는 비단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말하자면 단순히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소린데. 한 마디로 말해 1차는 경찰서 공식 홈페이지 순차적으로 다운시키기요,
2차는 불특정 다수의 무한 민원 제기로 업무 마비시키기였다.
물론 앞서 언급한 호화 리모델링 사건으로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던 영등포 경찰서 역시 이번 공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으면 당연지사.
자유게시판 공격도 모자라 잇따른 전화로 각 부서의 업무가 모두 마비될 지경이였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익명의
투서 때문에 아주 골치를 썩어야만 했다.
허나 이놈의 갱찰, 이토록 따끔한 국민의 일갈을 듣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하다. 특히나 앞서 호화 리모델링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뤘던 영등포
경찰서에서 또 나섰다더라. 홈페이지가 폭격당하고, 비록 온라인이긴 했디만 전 국민적 성토도 당했음에도 글쎄 요번에 또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요번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바로 전 층과 외관을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새 건물까지 짓는 대 공사다.
물론 '구민과 하나 되어 소통하고 화합하는 미래의 경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건물을 미래지향적,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지만 요는 한 마디로 말해 '돈 많이 씁니다.'라는 것이지 뭐. 게다가 이건 누가 봐도 전번 호화판 시설 공사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궁겨지책으로
꺼낸 소리지 않은가 말이야. 한 마디로 말해 눈 감고 아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요 정도로 적당히 둘러대면 무지몽매한
민초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넘어갈 줄 알았던 걸지도.
허나 이들 높으신 나으리들께서 간과하신 게 있으셨으니, 바로 그것은 여전히 시민의 분노가 펄펄 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지 표면적으론 잠시 식은 것처럼 보였을 뿐... 그리고 그것은 이러한 영등포 경찰서의 겁 없는 공문이 대내외에 알려진 후에 기정사실화 되었다.
바로 다시금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여론이 무섭게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히 들끓고, 경찰 사이트를
공격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주도자라 불릴 만한 강력한 선봉장이 나타난 것이다. 른바 '미네르바'라 하는 익명의 투고자.
그리고 그로 인해 점점 증폭되어만 가는 시민들의 분노. 물론 영등포 경찰서의 입장에서 이게 결코 반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버티면 욕만 먹고 사그라들 줄 알았던 분노의 불씨가 계속해서 바라믈 받기 시작했으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그들이 상대하기에
너무나도 강력한 상대였다.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강력한 보호막을 등에 업은 그의 논리는 너무나 일목요연했고 누구나 알기 쉬웠으며,
그렇기에 그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게 사람들 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아예 단순히 개개인 하나하나를
끌어당기는 것도 모자라 SNS의 지저귐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마음속으로 멀리멀리 퍼져 나가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분노는 큰 힘이 되어 끝끝내 100만 명 청원 달성의 위업을 이룩하기에 이르렀으니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저어기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자리한 어른님네들의 심기를 건들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마침내
민중의 승리가 눈앞에 다다른 것이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원 운동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등포 경찰서의 리모델링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승리의 뒤편에는 높으신 분들의 불벼락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경찰서장에 있었다. 말하자면 그 뒷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민초들의 분노 섞인 결집으로 인해 윗분들로 부터 때 아닌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된 가련한 초로의 서장님은 그렇게 그날로 청장에게
불려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비셨다고 한다.
거기다 시말서 천 장은 보너스. 아마 추측컨데 이분 그날 팔이 아주 말이 아니셨으리라. 아니면 그 밑의 부하들의 팔이 무사하지 못했다던가.
아무튼 이러한 내리 갈굼이 먹혀들었음일까. 여하튼 이렇게 해서 경찰서 전체 내부 및 외관 개축 공사는 무기한 연기되었고, 승리를 쟁취한 시민들은
저마다 SNS와 포털 사이트에서 환호의 함성을 울렸다고 한다.
허나 여기 만인이 반기는 이 결정에 나 홀로 분노의 껌 씹기로서 불만을 표하는 이가 딱 한 명 있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윗분들의 논리에 의해 조용히 서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모든 징계를 교묘히 피한 이번 리모델링 사건의 진짜 원흉,
서 정훈 경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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