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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은 결국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다시 한 울타리 안에 머물게 되면서 이들의 시계는 지난 2014년 3월 2일로 다시 맞춰지게 됐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들이 다시 의기투합하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비춰진다.
중도 개혁가로 포장되어 있는 두 사람의 정치 노선과 철학이 엇비슷한 데다가, 더불어민주당의 혁신대상에 이름이 올라있는 김한길 의원과 세력 확장이 절실한 안철수 의원 사이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탓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한길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새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데에 있다. 김한길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 수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인물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하기 전 안철수 의원 자신이 역제안했던 혁신안 대로라면 혁신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그는 측근들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결국 김한길 의원과 손을 잡았다. 신당 창당과 총선을 눈앞에 둔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의원의 경험과 세력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조직과 세력이 없는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신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경험이 많고 세력도 갖춘 인물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한길 의원은 바로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적임자다.
김한길 의원 영입은 더불어민주당내 김한길 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신당 입당을 위한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4선의 김영환 의원이 탈당해 신당행을 발표했고, 최재천 의원과 권은희 의원도 합류 시기를 조율 중에 있다. 이처럼 김한길 의원은 총선 전 교섭단체의 구성을 바라는 안철수 의원의 계획을 앞당겨 줄 든든한 조력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만큼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 연합뉴스
그러나 눈 앞의 실리를 취한 대가로 안철수 의원은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새정치'의 대의와 명분을 잃었다.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안철수 현상'에서 '현상'은 사라지고 '안철수'만 남은 시점에서, '새정치'는 그가 절대로 놓지 말아야 할 목숨줄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고, 어느 것도 이룬 것이 없는 정치공학도를 유력한 대선 주자이자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새정치'라는 시대적 화두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에 대한 명분을 반드시 신당 성공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신당이 총선에서 주저앉게 되거나 야권이 대패하게 되면, 그는 야당 분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강박과 조급이 그가 표방했던 '새정치'와는 전혀 동떨어진 인재 영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어 검찰 수사를 앞둔 김한길 의원과 손을 잡는가 하면, 스폰서 검사 파문을 일으켰던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북풍사건'에 연루된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지난 2003년 국회의원후원회장 자녀 부정 채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는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을 입당시켰다가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혁신안과 '새정치'의 대의와 명분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미사여구와 수사로 포장한다 한들 김한길 의원과 손을 잡고, 비리 전력이 있는 인사들을 영입하려 했다는 것은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같았던 '새정치'의 당위를 스스로 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 자체로 모순이며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다.
ⓒ 오마이뉴스
신상품의 효용가치는 '새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가'에 달려 있다. 아무리 새 것이라 할 지라도 기성 제품과 차별화된 점이 없다면, 굳이 신상품으로 갈아 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신당에 합류하고 있는 인사들이 안철수 의원이 강조했던 '새정치'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새정치'라는 구호 하나로 대한민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서 기성정치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다.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양비론에 의지하는 정치, 첨예한 논쟁을 비켜가는 회피형 정치, 여당이 아닌 야당과 싸우는 정치, 모호하고 실체없는 신기루 정치, 자가당착과 이율배반의 정치는 결단코 '새정치'가 될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새정치'가 사라지고 나면 안철수 의원에게 남는 것은 먼지 뿐이라는 사실이다.
안철수 의원은 낡은 정치의 상징인 김한길 의원과 손을 잡고, 그것도 모자라 스폰서 검사 출신과 비리 혐의가 있는 인물들을 영입했다. 때 맞춰 발표된 신당의 당명에도 '새정치'가 빠져있다. 이것으로 실체가 불분명했던 것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전보다 명확해 졌고, 그리고 확실해 졌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안철수 의원이 주축이 된 '국민의 당'에는 '새정치'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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