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데 걸리는시간2
충동 :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마음속의 자극
- 사람은 이 패턴에서 벗어나면 잠시동안 자유를 느끼는 듯 싶지만 오히려 그 상황을 더 불편해해요, 이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욱 심해지죠. 이래서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하는게 중요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업을 가지고 일을하는게 중요하다니. 이런 교훈적인 말을 살인범의 입을 통해 들을줄이야.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계속 듣고 있었다.
- 내가 만난 부부도 그랬어요. 그 부부는 김포공항에서의 비행기를 표를 포기하고 부산으로 배를 타러갔죠. 머 여행가는 것 자체게 패턴을 벗어난 행동이었지만, 비행기를 타지않는것도 상당히 패턴에서 벗어난 행동이었죠. 뭐 나야 상관없었겠지요. 그리고 나와 만났어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요. 나는 생선장사를 해요. 생선좋아해요?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듯한 살인범. 나는 그때 무슨생각을 했었을까. 아마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 네? 생선이요?.. 예 물론 좋아하죠.
평범한 질문에 평범한 대답.
- 무슨 생선을 좋아하죠?
- 저는 자반 고등어를 좋아해요.
- 자반 고등어 좋죠.. 그 미끈하면서도 비릿하지 않고, 짭짜름한.. 고등어는 특히 느낌이 좋아요. 생선을 직접 만져보면 아시겠지만 사람피부와 가장 흡사한게 고등어에요. 물론 싱싱할때요. 고등어 같은 경우에는 너무 빨리 부식되어서 날 생선으로 먹는 것이 참 귀해요. 고등어회 먹어본적 없죠? 하하핫.. 고등어회를 먹어봐야 되는데.. 그게 참 사람피부와 비슷하다니까요.. 큭..
소름이 돋았다. 이 살인범 역시 뭔가 이상하다. 감정을 느끼는 뇌의 세포가 뇌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유머(자기가 생각하기에 유머)가 재미있었는지 한참 숨을 참으며 큭큭 되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 그 부부는 부산에 온김에 회를 먹으려고 했죠. 그리고 나에게 물어봤어요. 어느회가 가장 좋은지. 나는 추천을 했죠. 고등어회를요.. 고등어라니까 놀라는 눈치더라구요. 그래도 생선가게 주인이 추천하는데 그리고 패턴을 벗어난 일탈인데, 마다하지 않더라구요..
나는 곧 초장집으로 안내하고 그곳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돌아와서 회를 떴어요. 피는 당연히 잘 씻었죠. 생선의 비린내는 대부분 피에서 나거든요. 피를 잘 제거해야 냄새가 안나요.
그리고는요, 잘 서빙을 했죠. 그 부부는 맛있게 먹었어요.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부부, 패턴, 일탈, 고등어회.. 지금까지의 말을 들어서는 연관관계를 찾을수 없었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한 부부가 오랜만에 부산에 와서 회를 먹었다. 그것도 잘 맛볼수 없는 고등어회를.
- 무슨뜻이죠? 무슨말인지 알겠냐니.?
- 아직 이해를 못하셨군요. 저의 패턴은 일주일이 아니에요. 매일이죠. 저는 매일 생선을 잡아요. 많은 손님들에게는 고등어회를 추천하구요. 그리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패턴을 벗어난 행동으로 나의 생선가게를 찾아요. 난 그것을 지켜 볼 수 없어요.
그의 두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실핏줄이 터진 것 같아, 곧 눈이 터질 것 같았지만 터지지는 않았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거친 호흡을하며 말을 이어갔다.
- 나에게 패턴을 벗어난 일탈은 다른사람들을 정상패턴으로 되돌리는것이에요. 살인도 그중 한가지 방법이죠. 그 부부의 주소를 찾는 것은 쉬웠어요. 계산을 하는 지갑을 제가 직접들고 결재를 했거든요. 주민등록증을 보고 주소를 알았고, 지갑안의 사진을 보고 자녀가 3명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또한 다른가족이 함께 오지 않은 것을 보고 자녀들은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한가지 착오가 있었다면 그 가족사진이 좀 오래된것이었죠. 애들이 교복을 입고 있던 사진이었는데, 전 지금도 애들이 교복을 입는 학생인줄 알었지요.. 하하핫.. 그때 사진과 회를먹던 부부를 비교했더라면, 몇 년지났다는것도 깨달았을텐데.. 아깝지요. 여튼 저는 그들을 패턴으로 되돌리고 싶었어요. 그들은 여행을 와서 회를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뭔지 모를 불편함을 안고 있었죠. 저는 표정에서 알수 있어요.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저는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며 되돌리는 것 뿐이죠.
말을 하는 사이에 그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눈은 아직 충혈된 듯 했지만 말투는 상당히 차분해져 있었다.
- 그리고는 당장 서울로 올라왔죠. 그 다음부터는 쉬웠어요. 집 주소로 찾아가 앞으로는 패턴을 절대 벗어나지 않을 그럴 동기를 부여해주면 되죠. 뭐. 그여자는 운이 없었다니까요. 그 여자의 패턴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거에요. 하필 쇼핑팩을 잔뜩 들고 내앞에 나타나다니.
그리고는 정말 차분하게 말을 계속이어갔다. 오히려 흥분했을때보다 더 무서운 느낌이었다.
- 패턴을 벗어나는 행동은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무척마음에 들거든요.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 운동까지. 내 기준에서는 부족하지만(살인범이 생각하는 자신의 패턴은 매일매일이어서 부족하다고 한듯했다.) 이곳사람들에게는 내가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아도 패턴을 꾸준히 유지해나가니 나도 평정심을 유지할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이곳사람들이 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언제라도 살인을 할 수 있다는 뜻 같아 소름이 돋았다.
- 또 그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등어 같았어요. 회를 한번 떠보고 싶더라구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비린내가 너무 났지만. 으.. 사람 피 냄새는 너무 비려요. 씻어도 씻어도 냄새가 안 씻겨 지더군요.. 아직도 손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 같네요.
비록 그녀는 죽었지만 그의 가족은 제가 원하는 대로 완벽히 패턴으로 돌아왔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죽음으로 그녀의 부모는 앞으로 평생동안 여행을 안갈지도 모르죠, 어쩌면 아예 집밖으로 외출조차 안할지도 몰라요 하하.. 그녀의 오빤지 동생인지도 쓸데 없이 돌아다니는 일은 없겠죠.. 정말 완벽한 패턴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큭큭..
그때는 그를 뭐라 표현할말을 찾지못했다. 그저 정신병자라고 생각했을뿐이다. 지금에서 와서 적당한 표현을 찾자면 그는 싸이코패스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나의 궁금증도 그만큼 컸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 그럼 당신은 왜 사람이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만지 물어본거죠?
- 너무 간단한 질문을 사람들이 오해 하는 것 같아서요. 죽음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가? 저는 궁금했어요. 사람들은 과연 그 자신의 기준에서 사람들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가? 죽이기로 마음먹고 한달이 걸릴지 두달이 걸릴지... 으.. 정말 생각만해도 짜릿하네요. 저의 경우요? 이번에는 간단하잖아요. 20대 중반의 여자, 키는 160정도, 몸무게는 모르겠고, 머리는 긴 생머리이고, 피부가 특히 고등어 같은. 그리고 패턴을 지키지 않아, 나에게 충동을 이끌어낸.. 그런 여자라면 나는 지체하지 않아요. 10분. 간단하네요. 그 결과가 지금 나를 여기에 있게하잖아요? 크큭.. 큭큭..
나는 더 이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려 그 자리에 있을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계속 웃음을 찾기 힘이 드는지 배를 잡고 고개를 숙이며 숨을 헐떡거리고 웃고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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