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는 그 현장에서, 어버이연합과 대치했던 ‘효녀연합’의 한 젊은 여성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참으로 당당한 모습(홍승희라는 이름의 그 젊은 여성, 이제는 유명인사가 되었군요 ^^).
그런데 자칫 볼썽사나운 충돌로 이어질 뻔했던 그 상황은, 그 당당한 미소로 인해 간단히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겨레가 이 내용을 알리면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자마자, 4시간 만에 무려 2만 건이 넘는 ‘좋아요’가 쏟아졌고, 1월 8일 현재는 32,740명이 좋아한다는 표시가 달려 있습니다.
광화문 시위녀, 소셜 아티스트, 사회 활동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뉴스 기사들 속에서, 그녀에게는 늘 이런 수식어들이 붙어 있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단어들….
“어버이연합 할아버지들은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셨다. 소녀상 앞에서 이러지 말라고 했을 때 흔들리던 눈빛을 봤다. 세월호는 아직 바다 속에 있고 소녀상의 한은 풀리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땅에서 하루 30명씩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등 불러야 할 노래와 보내야 할 편지가 많다”
그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우리는 그녀가 왜 이런 행동과 퍼포먼스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언론 인터뷰들을 보니, 그녀의 이런 행동이 마치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거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일종의 관심병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었더군요. 그렇지만 그녀 자신이 직접 털어놓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그런 불순한 목적과는 전혀 거리가 먼 매우 건강하고 씩씩한 청년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여기에서 말하는 청년은 ‘성인남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뜻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내면의 고통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면서, ‘소셜 아트’라는 조금은 낯선 방식의 예술로 조금씩 승화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발랄하고 유쾌한 충격으로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녀에 대해, 그냥 자연스럽게 안도의 느낌을 갖습니다.
그럼 이제, 과거의 인터뷰들을 통해 그녀가 쏟아놓은 어록(?)들을 한 번 즐겁게 감상해 보도록 할까요?^^
게시일: 2015. 5. 22.
“많은 시민들이 양심을 유보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런 사건들이 다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퍼즐중의 한 명이었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먼저 뭐라도 안하면, 아무도 못 지켜주는 거잖아요. 세월호 참사 같은 일들은 계속 반복될 거고…. 그래서 하고 있는 일들인 것 같아요”
“방향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지향이랄까 사람을 향하는 지향이면, 그 마음에서 시작된 거라면…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뭐라도….”
게시일: 2015. 11. 3.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저항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왕들이 몇 년도에 살았고, 누가 정권을 교체했고, 이런 것들만 거의 역사로 실리잖아요. 그런데 그게 역사의 본질이 아니라, 결국에는 오늘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모여서 역사가 되는 거고, 역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지금,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보탬이 되라고 존재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지금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희석시키려는 이런 작업이, 우리 삶의 진실성을 위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저는 되게 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게시일: 2015. 10. 12.
“결국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이 움직이는 그 속에서만 회복이 되는 거잖아요. 민주주의라는 게. 그런 걸 계속 전달하기위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분노의 에너지가 공감으로 모일 때, 변화의 에너지로 변모한다고 생각해요.”
“본질은 계속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계속 만나고, 의미를 공유하고, 내 의미를 알아봐주는 서로를 만나가는 게 결국은 희망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단단하고도 올곧은 생각과 삶이, 앞으로도 계속 쭉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고통이 다시 밀려오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양심의 연대’를 믿고 잘 극복해내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때, 이렇게 저렇게 피터지게 싸웠는데 너희들은 대체 왜 그 모양이냐?”라고 말해봤자, ‘꼰대’ 소리나 듣게 됩니다. ㅎㅎ
청년들로 하여금 좌절감과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겨우 이런 세상’밖에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기성세대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단 하나의 작은 싸움이라도, 반드시 이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기필코 희망의 싹을 만들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