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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8년 연천의 GOP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GOP를 올라갔던 분은 아시겠지만, 운이 나쁘게도 군번이 꼬여서 군생활 내내 짬찌로 2년을 보냈습니다,
GOP는 철책을 지키는 것이 임무인 곳이다보니, 밤새 근무를 길게 서게 됩니다,
그래서 잠을 제대로 못자다보니, 하루하루가 힘이 들고 무기력해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기나긴 밤 근무가 끝나고 내려와서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뒤 잠자리에 들려는데,
옆 2분대의 선임이 저를 불렀습니다,
자신의 분대 생활관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생활관에는,
그 분대원들뿐만이 아니라 제 모든 선임병들이 집합해 있었고,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저는 조용히 문을 닫고, 제 맞선임 옆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서려는데,
낮게 깔리는 2분대장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박xx, 어딜 들어가 서냐? 누구 때문에 지금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냐?"
하아,,, 이 집합의 원인이 저였던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몇십분 동안 이어질 내리갈굼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새끼 얼타는거 봐라, 뭐 때문에 집합한지 모르겠냐?"
무슨 책잡힐 행동을 한게 없나 되짚어보았지만, 잘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야, xxx, 니네 분대원들 제대로 관리 안하냐?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잖아, 엎드려뻗쳐
xxx, 니가 맨날 오냐오냐 하니까 쟤가 저 모양이지, 정신 못차리냐? 너도 뻗쳐"
매일 같이 근무를 올라갔던, 나에게 매일 같이 잘해주던 그 사람들이,
나 때문에 저러고 있단 생각에 너무 답답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자꾸 사고만 치는 제가 너무 답답했습니다,
"박xx, 너 어제 근무투입 전에 세탁실에서 뭔짓했냐?"
어제 근무투입전에 세탁실에서 뭘했었지,,, 생각을 해보다가 문득 어제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부대는 원래 후임병들에게는 세탁기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상병이 꺾인 후에나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었지, 그 전에는 전투복이건 야상이건 손빨래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GOP에 올라오고 나서부터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세탁기의 대수도 더 많았고,
경계근무로 인한 어려움으로 인해 선임들이 조금 배려를 해준 덕에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소대원들이 다 같이 사용을 해야하다보니, 분대별로 시간이 나뉘어 있었고,
그날 근무투입 전 시간이 저희 분대의 시간이었습니다,
새벽에 깨서 투입전에 비몽사몽간에 정신없이 환복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러 갔는데,
세탁기 안에 세탁이 끝난 세탁물이 들어있었습니다,
미리 분대원들에게 혹시 빨래를 돌릴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봤었기 때문에,
다른 분대의 세탁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분대는 근무가 투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세탁기에 들어있던 세탁물들을 건조기로 옮기고,
제 세탁물들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근무를 투입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선임물건 함부로 만지지 말란거 못배웠어?
선임 빨래가 세탁기에 들어있으면 기다렸다가 다음차례가 왔을 때 돌려야지,
그걸 건조기에 쳐박아두고 니 빨래를 돌려? 정신 못차리냐?"
내가 왜 그랬을까,,, 아 왜 그랬을까,,,,
그냥 다음에 돌릴걸,,, 너무 후회가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씨x, 죄송하면 다야?
xxx, xxx, 니들이 문제지? 니들이 애들 풀어주니까 이 모양 이꼴 되는거 아냐?"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됐고, xxx, xxx, 나머지 애들 집합시켜,
박xx, 넌 저쪽 가서 고개 쳐박고 눈감고 서있어라"
몇몇 후임병들이 다른 선임병들을 찾으러 나갔고,
생활관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한 감정과 답답한 감정만이 가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이 열렸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분위기 때문에 다들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와서인지,
여전히 생활관은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담배냄새가 제 코를 자극했습니다,
"박xx, 눈 떠봐라"
2분대장의 목소리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담배를 꼬나물고 저를 쳐다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분대장의 손에는 초코파이를 쌓아놓은 케이크가 들려 있었고, 제일 위의 초코파이에는 불이 붙혀진 담배가 꽂혀 있었습니다,
"박xx, 생일이라매?
페바였음 냉동이라도 한번 먹으러 갈텐데, 여긴 그런것도 없네,
갑자기 챙기는거라 뭐 보잘 건 없지만,,,
여하튼, 생일 축하한다"
아까만 해도 고개를 숙이고 표정이 굳어있던 선임들이 웃으면서 달려오더니,
축하한다며 저에게 생일빵을 휘청거릴 정도로 날려댔습니다,
그렇게 적막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왁자지껄해졌습니다,
꽤나 여러대를 맞은 것 같은데,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더군요,,,
그리곤 거의 잊고 살았던 생일 축하노래를 듣고 있는데,
눈 앞이 점점 흐려지더군요,,,
초등학교 이후로 생일파티를 해본 기억도 없었는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사내새끼가 질질 짜기는,,, 집에 전화나 한통화하고 자라"
하고는 밖으로 담배를 피러 나가는 2분대장의 모습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들 잘 살고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도,,, 생일만 되면, 그때의 생각이 납니다,,,
제 가슴속에서,,,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기억에 남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부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고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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