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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4519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23
    조회수 : 7590
    IP : 211.168.***.3
    댓글 : 46개
    등록시간 : 2014/02/19 10:58:44
    http://todayhumor.com/?panic_64519 모바일
    [혐/BGM] 우렁각시 (비위 약하신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 형준의 이야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안에 들어서자 맛있은 음식냄새가 진동을 했다.
    음식냄새를 맡자 뱃속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음식물을 넣어달라 아우성을 쳤다.
    후훗.. 오늘은 탕수육을 해놨군.
    심하게 밀려오는 허기에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푸짐하게 차려놓은 상으로 달려갔다.

    나에게는 '우렁각시'가 있다.
    굳이 다른 표현을 쓰자면 스토커라고도 할 수 있다.
    언제나 내가 퇴근하기전에 나의 집에 무단침입을 해서 청소와 빨래를 해 놓고 이렇게 근사한
    식사 준비까지 해 놓고 돌아간다.

    우렁각시의 등장은 두달전쯤 시작되었다.
    일이 많아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파김치처럼 녹초가 되어 집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몇년전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렇다고 이렇듯 불쑥 찾아와서 날 위해 식사 준비를 해줄만한 애인조차
    없었기에 순간 다른 집에 들어 온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밖으로 나가 호수를 확인까지
    해 보았다.
    분명히 내집이 맞는데 이상하다 싶어 다시 들어와 불을 켠 순간 지저분하던 원룸이 너무나 깔끔하게
    변해 있어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방 한가운데는 먹음직스러운 갈비찜과 맛깔 스럽게 보이는 반찬들로 가득한 밥상이 펼펴져 있었다.
    누군가 이집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포감이 밀려와 한순간 몸을 움직 일 수 조차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생각을 해봤지만 뭐라고 신고를 한단 말인가.
    돼지우리 같던 집이 깨끗해 졌다고?
    아니면 먹음직 스러운 음식이 잔뜩 있다고?
    난 꾸역꾸역 밀려오는 공포심을 억누른채 내 손으로 꼭 잡아야 겠다는 생각만으로 숨소리를 죽인채
    무기가될만한 것들을 찾았다.

    공포심으로 충혈된 내 눈에 커터나이프가 들어왔다.
    안돼. 저 짧고 약해빠진 걸로는 침입자를 잡을 수가 없어.
    남들집에 흔히들 있다는 골프채나 야구방망이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주방쪽으로
    눈을 돌렸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가 부엌칼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침입자와 맞닥드렸을때 이것으로 그 사람을 찌를 수 있을까?
    나의 유약함이 고개를 삐죽 내밀자 고개를 흔들며 옆에 있는 후라이팬을 집어 들며 칼을 조용하게
    내려 놓았다.
    묵직한것이 잘만하면 한방에 기절도 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낯선자가 숨어 있다면 그 공간은 뻔했다.
    이 작은 원룸에 숨을 곳이 어디있겠는가.
    세탁실과 화장실 뿐이다.
    화장실의 불을 켰다.
    어둠속에서 오래 있었다면 눈이 부셔 잠시 앞이 안 보일것이라고 생각하며 용감하게 문을 열고
    후라이팬을 휘저으며 들어갔다.
    수도꼭지에서 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들릴뿐이었고 간덩이가 붓게도 욕실에서 샤워를
    한건지 거울이 뿌옇게 수증기가 남아 있었다.
    왠지 세탁실에도 침입자가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세탁실의 문을 빼꼼히 열어보고는 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잘 차려진 밥상을 한참을 노려보았다.
    그제서야 밥상위에 메모지가 놓여 있는것을 발견 했다.

    -솜씨는 없지만 형준씨를 위해 정성껏 만들었어요.
    맛있게 드시고 하루의 피로를 날려 버리셨으면 좋겠어요.
    독을 타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깔끔한 글씨체와 이모티콘이 한순간 나의 긴장을 풀어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저녁을 먹었지만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허기가 밀려왔다.
    메모지를 보니 악의라곤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데 우선 먹고 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기 밥솥안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니 밥도 새로 해 놓은 듯 했다.
    밥을 조금 퍼담고는 밥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갈비찜을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갔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갈비찜은 처음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을 심감하는 순간 이었다.
    그 후에는 정신없이 밥과 여러 반찬 들을 맛보았고 밥그릇에 밥이 비자 수북하게 담아 또다시
    식도락에 빠져 버렸다.

    아침에 옷을 입으려고 보니 행거에 걸려있는 와이셔츠들이 손가락을 대면 손가락이 베이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잘 다려져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깨끗하게 날려 버렸다.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때 깨끗하게 청소 되어 있는
    집과 맛깔스러운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건 아직까지 애인을 만들지 못한 나에겐 조그마한 기쁨이
    되었고 어느샌가 집에 가는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한번도 보지 못한 침입자에게 어느샌가 '우렁각시'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스토커라는 섬뜩한 표현보다는 훨씬 좋지 않은가.

    잠자리에 들때면 우렁각시에 대한 상상을 한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이는 몇살일까,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등등..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침에 출근하기전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쪽지를 냉장고에 붙이고 출근을 한다.
    우렁각시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장혜원씨가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애인이 있다고 거절을 했다.
    그리고는 하고 다니는 스카프가 멋지던데 어디서 산거냐고 물어보았다.
    훗..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하기도 하지.
    예전에는 혜원씨가 말한번만 걸어줘도 그날 하루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녀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다니 내가 미친건 아닐까?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는게 얼굴도 못 본 우렁각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나에게 관심을 갖다니 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매력적일 지도 모르겠다


    - 우렁각시의 이야기

    난 두달전 김형준이라는 남자를 보고 첫 눈에 반해 버렸다.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 웃을때가 참 매력적인 남자다.
    이 남자다 싶은 마음에 그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문을 따달라고 열쇠하는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을때는 너무 가슴이 떨려
    얼굴까지 빨개졌었다.
    하지만 아무 의심도 없이 문을 열어주고 앞으로는 잃어버리지 말라며 새로운 열쇠를 만들어 주고
    돈을 받아가는 아저씨를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작은 원룸이기에 청소는 쉬웠다.
    그가 내가 해준 해준 음식을 먹는것을 보고 싶었기에 카메라도 설치하고 첫날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모습을 볼수 있다는 생각에 힘은 들지 않았다.
    욕실에 카메라를 설치할때는 그의 나체를 상상하며 살짝 얼굴이 붉어지긴 했다.
    그의 체취를 느끼며 빨래를 할때는 행복하기까지 했고 그를 위해 음식을 준비할때면 그의 아내가
    되어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마냥 즐겁기만 했다.
    게다가 오늘은 그이로 부터 스카프 선물을 받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이가 날 아껴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게 바로 여자들의 행복이겠지.

    지하실에 내려가보니 고기들이 싱싱하지가 않았다.
    냉장고가 고장이 난 것인지 조금 안좋은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그래서 안에 있는 고기들의 살을 발라 모두 갈고 뼈들은 잘게 잘라 정원에 있는 나무들의 거름으로 썼다. 그리고 냉장고를 새로 주문했다.

    형준씨를 위한 요리를 하려면 새로운 고기가 필요해 사냥을 하러 서울역으로 나갔다.
    가발을 쓰고 커다란 썬클라스를 쓰고 나갔다.
    내 목표물은 상관없지만 나중일을 생각해서 다른 노숙자들이 나를 알아보면 곤란해질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노숙자들과 술에 취해 늘어져있는 많은 노숙자들이 보였다.
    늙은이들은 목표물이 아니다.
    고기가 너무 질기기 때문이다.
    드디어 살도 적당히 붙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목표물을 발견했다.
    짐을 옮겨주면 2만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반색을 하며 일어났다.
    그 옆에 있던 두명도 자신이 하면 안되겠냐며 일어났지만 내가 말하기도 전에 자신의 일을 빼앗길 까봐
    걱정이 된 내 목표물이 그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전쟁에 승리해 돌아오는 장군마냥 으시대며
    내 뒤를 따라왔다.
    10분 거리에 세워둔 내 차에 도착을 하자 어떤 물건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3만원을 더 채워 5만원을 줄테니 나와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자고 하니 흔쾌히 응했다.

    이래서 고기 사냥을 쉽다.
    너무 많은 액수를 내세우면 의심을 하지만 적당한 액수를 내세우면 그들은 따라온다.
    늘 그렇듯 이들을 태우고 나면 악취가 너무 심하다.
    하지만 그이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고 차량 내부 세차와 더불어 하루를 꼬박 창문을
    열어두면 별 문제가 될것이 없었다.

    신호에 걸려 차가 정차하자 미리 준비해둔 마취제가 담긴 주사기를 사냥감의 목덜미에 꽂았다.
    살집이 있는 놈이라 그런지 잠시 발악을 하는 가 싶더니 이내 곧 축 늘어졌다.
    그냥 뒤통수를 쳐서 트렁크에 실을것을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지하실은 내가 특별 요리를 할때 쓰는 주방으로 개조해 놨다.
    큰대자(大) 모양의 형틀을 만들어 놓은 것은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팔다리를 단단히 묶어 놓으면 어떤 천하장사라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고 요리를 할때 그들이
    발악을 하면 할 수록 요리를 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고랑이 파여져 있어 피가 바닥에 흐르지 않고 모여 등쪽에 있는 구멍으로 빠지게 설계되어
    있다.
    그곳에만 양동이를 받쳐 놓으면 괜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노숙자 역시 마취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마자 큰소리로 욕설을 해대지만 지하실은 정말 방음이
    철저한 곳이기에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긴.. 이렇게 외딴곳에 누가 올리도 없지만 말이다.
    그놈을 씻기는데만 거의 두시간이 걸렸다.
    그에게서 나던 시큼하고 역한 냄새는 사라지고 향긋한 비누냄새가 나고있다.
    그놈이 계속 소리를 지르자 나는 그놈의 손목을 잘랐다.
    그놈의 눈이 까 뒤집어지는 것을 보며 재빨리 손이 있던 자리에 지혈제를 뿌렸다.
    과다출혈로 그냥 죽어버리면 음식재료를 채취할때의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채취라는 단어가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난 음식을 채취한다는 표현이 좋다.
    사냥과 채취 두단어가 무척이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일은 고기가 듬뿍들어간 잡채와 샤브샤브를 해줄 생각이다.
    무슨 대단한 날은 아니지만 스카프 선물도 받았고 간만의 사냥으로 싱싱한 고기를 얻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힘이 좀 들어도 잡채와 샤브샤브로 내일 메뉴를 정한 것이다.

    샤브샤브는 고기를 얇게 발라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물론 다리를 뚝 잘라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고기 써는 기계로 얇게 발라도 되지만 난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얇게 발라낼 생각이다.
    얇고 기다란 칼을 들자 그놈이 정신을 차렸는지 또다시 비명을 질러댔다.
    아름다운 선율, 아름다운 노래소리 등등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들이 있지만 난, 내 사냥감들의
    비명소리가 너무 즐겁다.

    우선 허벅지에 길다란 상처를 냈다.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놈이 경련을 일으키는 건지 몸전체가 떨려온다.
    그냥 귀찮은데 죽여버릴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지금은 냉장고도 고장난 판에 주문한 냉장고는
    내일이 되야 도착한다.
    어렵사리 잡은 사냥감을 쉽게 상한 고기로 만들 수는 없다.

    또다시 칼을 들어 내가 미리 낸 상처에 이어 이번에는 길게 세로로 찢었다.
    그리고 벗겨져 늘어진 표피를 한손으로 잡고 칼로 톱질을 하듯 살껍질을 벗겨냈다.
    꺽꺽대며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구린내가 난다.
    썩을놈 깨끗하게 씻겨놨더니 똥을 싸 버렸다.
    그이에게 깔끔한 음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똥이라니.
    이 더러운 새끼.
    결국 열이 받은 나는 전기톱으로 무릎 아래를 잘라버리고 또다시 골반 밑을 잘랐다.
    나에게 필요한건 허벅지 살이야.
    잘라진 다리에서 피가 꾸역꾸역 밀고 나온다.
    그리고 내 얼굴에는 땀과 함께 그놈의 피가 튀어 눈까지 따끔 거려왔다.
    그놈은 죽었는지 꺽꺽대는 이상한 신음소리를 더는 내지 않았다.
    난 기분이 상했다.
    정말 신선한 생고기로 샤브샤브를 해주고 싶었는데 다 이 거지새끼 때문이었다.
    난 그놈의 몸통에 침을 한번 뱉어주고는 허벅지만을 들고 집안으로 올라갔다.
    냉동실에 있던 냉동음식들을 모조리 밖으로 끌어내고 그놈의 허벅지를 집어 넣었다.
    젠장.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 형준의 이야기

    우렁각시의 얼굴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처음 얼마간은 우렁각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회사에서 핑계를 대고 일찍나와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처럼 집근처 골목에 숨어 나의 집을 감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허사였다.
    지쳐서 집에 들어가보면 어느샌가 여느때처럼 청소와 음식을 해놓고 사라진 뒤 였다.
    결국 그녀 스스로 나타나길 기다렸지만 이제는 그것도 지쳐버렸다.

    결국 나는 잔소리만 해대는 부장에게 갖은 욕을 먹어가면서 월차를 내고 우렁각시의 정체를 밝혀낼
    생각으로 엘리베이터가 마주보이는 비상계단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혹시나 날 보면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문을 살짝 닫고 있다가 '띵'하는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가 나고 발자국 소리만 나면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살피기를 네시간째.
    금연구역이라 담배도 못피고 초조한 마음을 우렁각시에 대한 상상을 하며 달랬다.

    어떻게 생겼을까, 나이는 몇살일까..
    그렇게 상상을 하다가 만약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라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욕심이 많은건지 우렁각시는 무조건 예쁠거라고 단정을 지어 버렸다.
    사실 그녀가 추녀라면 정말 나의집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야하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쯤
    또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왠지 이번에는 정말 우렁각시일거라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네시간째 헛탕질이었지만 정말 이번에는 진짜일거라는..
    아니나 다를까 방향이 나의집쪽이었다.
    키는 165쯤? 날씬한 허리와 잘빠진 다리.
    발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몸을 돌려 자연스럽게 내집문을 연다.

    옆모습은 커다란 선글라스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오똑하게 선 콧날로 보아 얼굴도 틀림없이
    미인인것이다.
    그녀가 들고 들어간 장바구니 안에는 날 위한 요리재료들인 것이다.
    나는 '심봤다'라는 소리를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고는 고민을 했다.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가 아는 척을 해야할까?
    그러다가 그녀가 달아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저런 훌륭한 외모에 내 앞에 나서지도 않고 몰래 날 지켜보는걸까.
    다시 비상계단에 앉아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역시 지금 아는척을 하는 것은 그녀를 위한 행동이
    아닐거라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내가 아는척을 하면 얼마나 민망하고 창피하겠는가.
    아마도 놀래서 달아나버릴것이다.
    그녀를 위한 작은 선물을 메모와 함께 남겨서 나의 마음을 조금씩 보여준후에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하는게 자연스러울것만 같았다.
    그녀를 실제로 본것만 해도 난 행복했다.
    그날 나는 PC방에서 저녁까지 시간을 때웠다.
    그렇지만 난 정말 행복했다.


    -우렁각시 이야기

    오늘도 그이에게 작고 예쁜 머리핀을 선물로 받았다.
    그이가 정말 날 아껴주는 마음이 느껴져 행복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행복한 기분을 계속 간직할 수가 없는 것이 그이에게 꼬리치는 이년 때문이다.
    그년의 뒤를 미행해서 집을 알아내고 남자들과 어울려 술을 퍼먹느라 집에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이년을 기다리느라 다섯시간이나 차안에 있어야 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내 옆을 지나가자 내가 크락션을 울렸고 이년이 돌아봤다.
    거래처 '뷰'의 김부장을 아냐고 물어보니 안다고 했다.
    내가 김부장의 아내인데 둘의 관계에 대해 따질 것이 있다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은
    김부장과 아무사이가 아니라며 말할 가치도 없다고 말하곤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회사에 당신이 내남편과 바람이나서 아이까지 가졌다고 전화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더니 내 예상대로 나에게 다가와 화를 냈다.
    그래서 차안에서 얘기좀 하자고 했더니 마지못해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년은 김부장이라는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단지 이년의 화를 돋구어 내 차에 타게 만들려는 나의 계획일 뿐이었다.
    미리 준비해둔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물론 튀어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군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내가 몸을 틀며 주사기를 들자 반사신경이 좋은건지 이상한 낌새를 느낀건지 가방으로 내 머리를
    후려치면서 잠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년의 손톱에 얼굴이 긁혀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망치로 한대 후려갈길까 했지만 잘못해서 한방에 죽어버리면 이 망할년에게는 너무큰 축복이 될터 였다.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한참을 씨름하던 끝에 드디어 바늘을 꽂았고 이년은 쭉 뻗어 버렸다.
    앞으로는 그냥 약을 탄 음료수를 써야 할까.
    얼굴의 따끔거림과 아려오는 느낌에 짜증이 밀려왔다.

    지하실에다 묶을때도 마취에서 일찍깨어나는 발람에 또한차례 전쟁을 치뤄야했다.
    요즘 잦은 야근으로 힘들어 하니 사골을 고아줄까?
    다리를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된다.
    내 남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꼬리를 친 댓가를 톡톡히 치뤄줘야 한다.
    년의 잘다듬어진 손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기다란 손톱으로 회사일은 어떻게 했겠어?
    나는 공구함을 뒤져 펜치를 꺼내 다가갔다.
    내가 자신의 손가락을 유심히 보며 펜치를 들고 다가가자 년은 내가 무엇을 할지 알고있는듯 길게
    비명을 질러댔다.
    비명소리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난 년의 손가락을 잡고 펜치로 꽉 눌러 잡은 다음 쭉 잡아 당겼다.
    그러나 내 생각처럼 손톱이 쑥 빠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통증이 있었는지 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통증이 아니라 공포심 때문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공포심과 통증을 같이 느끼게 될테니까.

    난 내가 아끼는 수술용 메스를 들었다.
    이년으로 요리를 해야하기는 하지만 천천히 가르쳐 주어야만 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자신의 잘못을 알때 그제서야 나의 요리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난 메스로 그년의 손톱밑을 찌른다음 시계방향으로 살짝 돌렸다.
    그제서야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년의 얼굴을 보니 눈물과 함께 콧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깨끗하게 씻겨 놓으면 요리재료들은 꼭 다시 더러워지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다음 살이 조금붙어 너덜거리는 손톱을 펜치로 잡아당겼다.
    물론 손으로 잡아 당겨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이왕 꺼내온 공구니까 활용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손톱을 네개쯤 뽑고 나니 재미가 없어졌다.
    물론 지혈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년의 탐스러운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발을 벗고 내 머리를 만져보니 울통불퉁 수술자국이 잔뜩있는 민둥머리가 만져졌다.
    나쁜년. 저런년에게 어떻게 저런 탐스러운 머리를 줄 수가 있어.
    나는 괜스레 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년의 머리쪽으로 다가가며 메스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마부터 칼을 질러넣고는 천천히 선을 그었다.

    년은 그륵그륵 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실핏줄이 모두 터진 눈으로 날 노려봤다.
    머릿가죽을 그대로 벗기는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자기 잘못을 알지도 못한채 그냥 죽어버린 년이 얄밉기만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것 그이를 위해 빨리 재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빠른 손을 놀렸다.

    우선 허벅지를 잘라냈다.
    전기톱을 갖다 대자 피가 튀기 시작했다.
    다 잘라낸 후 따로 놔두었다.
    살을 발라내어 육회를 만들것이고 뼈는 푹 고아서 곰국을 끓여줄 생각이었다.
    벌써 새벽3시가 넘었다.
    잠을 자기는 글렀으니 갈비도 잘라야겠다.
    나를 위해 갈비찜을 한것이 얼마만인지 생각만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 형준의 이야기

    오늘 장혜원씨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걸까?
    신경끄자. 내가 애인도 아니고.
    김부장은 오늘도 날 멸치볶듯이 달달달 볶아댄다.
    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지 갖은 트집을 다 잡는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놈 안 잡아가고.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배가 고파온다.
    친구놈이 저녁이나 먹으며 술을 한잔 하자고 했지만 우렁각시가 해주는 맛있는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거절을 하고 말았다.
    예전같으면 술자리 건수를 찾아 다녔을 나였는데..
    문을 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구수한 냄새가 풍긴다.
    오늘의 메뉴는 곰국이었다.
    뽀얗게 우러나 국물에 부드러운 고기가 일품이었다.
    갑자기 그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조만간 만나서 얘기를 할 수 있을거야.


    - 우렁각시의 이야기

    오늘은 하루종일 지하실 청소를 하느라 별다른 반찬을 해주지 못했다.
    요리 재료들이 있는 곳이 청결해야 하는데 자꾸 냄새가 나서 청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를 힘들게 하는 김부장이 언제나 새벽에 조깅을 하는걸 알아 냈기에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도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다.
    그같이 멋진 남자가 내 남자라니. 얼굴이 다시 화끈 달아 오른다.
    갑자기 어깨가 뻐근해 오고 온몸이 쑤셔온다. 몸살이 오는걸까?
    하지만 그를 위해 이정도의 피곤함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 형준의 이야기

    오늘은 기분좋은 하루였다.
    웬수같은 김부장이 결근을 하다니.. 그놈을 안보니 살 것 같다.
    요즘에 이상하게 회사에 결근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실종이네 뭬네 하면서 경찰들도 자주 온다.
    어쩜 내가 싫어 하는 사람들만 골라서 사라지는 건지.
    외근을 다녀왔더니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좀전에도 경찰이 왔다갔단다.
    사람들 말로는 장혜원씨 때문이라는데 무슨 일이 생긴걸까?
    친구놈에게 전화가 왔기에 우렁각시 자랑을 좀 했다.
    믿을 수가 없다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겠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우렁각시 이야기

    김부장이라는 놈은 꼴에 남자라고 같이 달리며 말을 붙였더니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조깅은 그만두고 내 차로가서 잠깐 얘기좀 하자고 했더니 좋다고 따라왔다.
    역시 마취제가 제일 쓸모있다.
    거의 다 써가는데 조금더 구해 놓아야 겠다.
    정말 몸살기가 있는건지 컨디션이 너무 안좋다.
    그놈이 질러대는 비명소리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울려올 지경이라 그냥 목에 칼을 꽂아버렸다.
    게다가 왜이리 살이 질긴지 칼질을 하느라 어깨가 빠질것 처럼 아파왔다.
    하지만 형준씨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칼질을 했다.

    전기톱날이 시원치가 않아서 인지 제대로 뼈가 잘리지 않아 힘을 많이 써야 했다.
    가슴을 가르고 창자와 내장들을 꺼냈다.
    누런 지방덩어리들을 일일히 손으로 떼어내고 소주에 담가 두었다.
    그래야 냄새도 빠지고 육질도 연해진다.
    전골을 끓이면 맛이 좋을 것이다.
    그이가 제일 좋아하는 샤브샤브를 할까 하다가 몸살기운은 있는데 손은 많이 가고 해서 간단히
    육회와 야채와 감자를 잔뜩 넣은 고기찜을 하기로 했다.
    그가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몸살기운만 좀 나아지면 곧 샤브샤브 해줄게요.


    -형준의 이야기

    친구놈이 놀라는 눈초리였다. 하긴 처음에는 나도 그랬으니..
    말은 경찰에 신고하라는 둥 찝찝하다는 둥 안좋은 소리만 늘어놓았지만 음식은 잘도 쳐먹었다.
    고기가 좀 질긴듯 해도 양념이 잘 되어서 인지 육회가 아주 맛있었다.
    고기찜도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우렁각시 덕에 고기 마니아가 된듯 한다.


    - 우렁각시의 이야기

    내가 그동안 눈이 멀었던 거였다.
    저렇게 멋있는 사람을 놔두고 별볼일 없는 형준이라는 놈을 위해 식모처럼 일해왔다니.
    내가 미친거지.
    형준의 친구라는 남자를 본 순간 난 바로 이남자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같은 얼굴..
    하아~ 남자 피부가 저렇게 깨끗할 수가 있다니.
    이름은 석훈이라 했다.
    석훈..이름도 너무 멋지다.
    형준의 집에서 나오는 그의 뒤를 따라가 집도 알아냈다.
    내일은 무척이나 바쁠것 같다. 그를 위해 특별식을 만들어야 하니까.
    벌써 가슴이 뛰어온다.
    카메라도 설치해야 하고 형준을 사냥해야 한다.
    핏물도 빼야하고 이틀은 양념에 잘 재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갈비찜이 된다.
    훗.. 그래도 형준이라는 놈은 행운아다.
    다른 놈들에 비해 한달이나 더 나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놈이니까.
    이놈도 다른 놈들처럼 잘 먹여 놓았으니 알게모르게 살이 통통하게 올랐을거다.


    - 석훈의 이야기

    형준이라는 친구가 연락이 안된다.
    회사에도 출근을 안한지가 며칠째라는데..
    그녀석 집에 갔을때는 정말 놀랐다.
    현대판 우렁각시라..
    사실 아주 조금은 부럽기까지 했다.
    미지의 누군가가 날 위해 그런 정성을 들인다면 기분은 어떨까?
    솔직히 그리 싫은 기분은 아닐것 같다.
    이상하다. 내가 문을 열어놓고 출근을 했던가?
    집안에 들어서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의 식욕을 자극했고 식탁위에는 먹음직스러운 갈비찜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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