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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ovie_64291
    작성자 : zlatan09
    추천 : 13
    조회수 : 1432
    IP : 218.147.***.31
    댓글 : 51개
    등록시간 : 2017/01/16 11:42:53
    http://todayhumor.com/?movie_64291 모바일
    정성일 평론가가 생각하는 배우 유아인txt
     
    정성일은 1960-70년대 초 서구 평론가들의 전투적 논조를 가진 유일한 한국 평론가죠. 그래서 소중한.
    한 때 키노에서 그 말투만 본받은, 한글 문법을 무시한 글들이 많이 양산되었는데, 결국 원조만 남았네요. 
     
    이분의 영화에대한 열정만은 진짜 인정안할수가 ㄷㄷㄷ
    대놓고 봉준호 박찬욱감독앞에서도 따지는 분
    임권택감독 팬으로도 유명하지만 ㅋ
    이분은 나홍진감독을 봉준호 박찬욱급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더군요
    어제 제가 올린 글에도 그렇고 미스테리아 잡지에서 쓰신 글을 보니 곡성에 대한 평가 하신 글 보니까 무서울정도로 조져(?)버리시더라구요
     미학적인 그리고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지식과 식견이 높으신 분의 평가라 저정도의 지식으론 따라갈수가 없지만요
    어제 제가 올린 왜 포스트 봉준호는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글에 곡성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엄청 혹평하죠...

    뭐 사람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닌까요
    이번엔 전에 지큐라는 잡지에서 배우 유아인에 대해서 평가한 글입니다.

    저자:정성일 평론가
     
    당신에게 실망스러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세간의 평과는 달리 나는 ‘아직까지는’ 유아인이 그렇게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연출자가 잘 알고 있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 악역 연기는 아무나 해도 잘한다. 그건 배역이 주는 힘이지 자기가 만들어낸 힘이 아니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둘째, 오열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호들갑을 떨기는 하지만 그 안에 별게 없다. 그냥 안쓰럽다는 느낌이들 뿐이다. 오죽 보여줄 게 없으면 저럴까, 싶은 것이다.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이야 ‘돋을지’ 모르겠 지만 선수들이 볼 때는 제발 좀 멈춰주었으면 싶다. 그건 배우를 낭비할 때 연출자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일 뿐이다.

    내가 유아인에게 관심이 생긴 것은 그의 전술 때문이다.
    약간 장황하게 ‘어리버리’하던 시절부터 늘어놓겠다.
    처음 본 영화는 <좋지 아니한가>였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유아인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추리닝’ 차림에 며칠 안 감은 게 분명한 부수수한 머리로 ‘망가진’ 김혜수와 4차원처럼 등장한 박해일이 화면을 장악했고, 더 나쁜 건 유아인이 상대해야 했던 두 명의 여배우가 그때 힘이 넘쳐났다는 사실이다.
    황보라는 막 기세를 올리는 중이었고, 거의 천재적인 즉흥연기 감각을 지닌 정유미는 가끔씩 등장해 매번 몇 곱절은 훌륭하게 상대한 다음 퇴장했다.
    유아인은 그때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게다가 유아인은 감독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거의 살아남지 못하는 배우다.
    그걸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거의 가련하게 보일 만큼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혹하게 성적을 매기자면 그의 매력은 네 명의 주인공 중에서 꼴찌다. 여전히 그는 그저 카메라 앞에서 어슬렁거린다는 인상밖에 주지 못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갑자기 정신이 든 것은 텔레비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찍을 때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갑자기 훌륭한 연기를 했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도 그의 존재감은 어리둥절할 정도로 구석으로 밀리고 또 밀렸다. 박유천과 송중기가 기세를 올리는 동안 유아인은 그걸 구경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따금 그가 여기서 다른 연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이 배우 재미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완득이>에 김윤석과 함께 나온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넌 망했다,는 말을 무심코 하고 말았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김윤석은 양보가 없는 배우다.
    그게 화면에 묻어날 정도로 욕심이 넘쳐난다. 게다가 그때는 지금처럼 나태하지도 않고 <추격자>와 <타짜>를 막 끝내고 주연을 향해서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을 때였다. 그런 김윤석과 맞붙어보겠다고? 이건 바보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를 보러 갔다. 물론 김윤석은 마치 링에 올라온 아마추어를 데리고 놀 듯이 마음대로 다루었다. 그는 더 훌륭해지고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런데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매번 달려드는 유아인의 인파이팅이었다.
    그는 패배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신이 시작되면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었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대체 이제까지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그런데 유아인에게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다음 영화를 선택했을 때다.
    그는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을 했다. 배우가 가장 바보 같을 때는 영화가 성공했을 때 그 배역을 한 번 더 하는 것이다. <깡철이>는 가장 나쁜 방식으로 같은 성공을 노리고 마치 자신을 ‘카피’하듯이 또 한 번 그걸 한다.
    이건 둘 중의 하나이다.
    그의 배역을 결정하는 멘토의 판단이 어리석거나 유아인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정에 약하다는 뜻이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깊은 계산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유아인은 자신이 가까스로 얻은 패를 거의 버리듯이 다시 잃었다.

    거의 필사적인 선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승부수는 다시 한 번 드라마로 돌아간 <밀회>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김희애와 맞붙는다고 했을 때 이건 위험한 정도가 수위를 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희애는 꼬리가 아홉 달린 배우다. 일단 드라마가 시작되면 이상한 기운으로 순식간에 주도권을 잡은 다음 그걸 마지막 순간까지 용의주도하게 놓치지 않고 끌고 간다.
    게다가 약간 가련하게 생긴 외모가 어 떤 장면에서도 그녀를 안쓰럽게 지켜보게 유도한다.
    나는 김희애가 상대 배우의 연기 페이스를 완전히 망쳐놓은 다음 자기 뜻대로 끌고 가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그런데 드라마가 시작 되었을 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여기서 유아인은 인파이팅을 포기하고 아웃복싱을 하는 방법을 어디선가 익혀왔다.
    그는 김희애의 연기를 먼저 완전히 인정한 다음 마치 그녀의 품에 안기듯이 그 안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떤 장점?
    처음으로 눈가를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유아인은 자신의 얼굴 대신 표정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코치를 받은 것처럼 이전에 없던 제스처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서 유아인은 종종 시선을 던지기 전에 몸을 정지시켰다.
    김희애는 여전히 그걸 유연하게 잘 받아넘겼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를 계산에서 빠뜨렸다.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들은 잔인하게도 김희애를 그저 거울처럼 여겼다.
    그녀의 ‘미러링’은 고스란히 유아인에게 그 공을 넘겼다. 이 위험한 스파링은 유아인을 완전히 다른 단계로 끌어올렸다.

    한데 이상하게 영화로 돌아오면 유아인은 자기를 소비하는 데 몰두한다.
    자기를 증명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철부지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고 할까.
    한 여름에 먼저 본 영화는 <베테랑>이었다.
    이번에 유아인이 ‘맞짱’을 떠야 할 상대는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인 황정민이다.
    하지만 황정민은 자신이 연기를 ‘해야 할’ 영화와 ‘하는 척해야 할’ 영화를 잘 구별하는 영리한 배우다.
    <베테랑>은 연기를 요구 하지 않는 영화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류승완은 심각하게 독점자본과 국가 (공)권력 사이의 대결을 다룰 생각이 추호도 없다. .
    좀 더 단순하게 말하겠다.
    이 영화는 류승완의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아인은 악역으로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듯이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비틀어가면서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자 잘해보고 싶어 하는 그의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유치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좀 더 나쁜 것은 추석에 본 <사도>였다.
    분명한 것은 여기서 송강호를 만난다는 사실에 완전히 흥분했음이 틀림 없을 것만 같은 ‘오버 액션’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사태는 심각하고 결과는 참혹할 따름이다. 나는 단 한 장면에서도 사도세자의 슬픔을 보지 못했다. 그저 슬픈 대사와 상황만이 나열되었고 그걸 외어 읊느라 바빠서 지금 송강호가 잠겨가는 목소리로 영화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는 순간들을 모두 놓쳐버렸다.
    안타깝게도 유아인은 여기서 단 한순간도 송강호를 견뎌내지 못한다.
    그는 매번 경험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계산이 빠른 너구리의 연기 앞에서 거의 재롱만 부리다가 뒤주에 갇혀 죽는다.

    이제 <육룡이 나르샤>를 이야기할 차례이다. 이 드라마는 좀 다른 질문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뿔싸!
    나에겐 지면이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아인은 괴상한 방법으로 자신의 연기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감히 자기가 상대할 수 없는 연기의 대가들과 벌인 실전 경험을 통해 매번 부서지면서 그걸 배우고 있었다.
    아직은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지만 매번 거기서 배움을 훔쳐내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세지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어떤 나르시시즘이 그걸 매번 망쳐놓는다. 말하자면 그는 아직 자기를 통제하는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
    유감스럽지만 그걸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유아인 자신뿐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나이인지 경험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다시 한 번 격투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유아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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