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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4284
    작성자 : 백수의하루
    추천 : 27
    조회수 : 1736
    IP : 211.217.***.35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0/13 20:00:44
    원글작성시간 : 2004/10/13 13:57:00
    http://todayhumor.com/?humorbest_64284 모바일
    백수의하루(5)
    아침이 밝았다...

    나는 백수치고는 부지런한편이다.. 매일 오전 7시 15분에 거의 정확히 기상한다...

    물론 내친구 일보 녀석이 정신없이 일어나 씻으러 가고, 전기면도기 돌리고,

    헤어드라이질까지 해대면 안 일어날래야 안 일어날 수가 없다... -_-;

    일보가 출근을 하고나면, 전에 밝혔듯이 판에 박힌듯한 일상이 돌아간다...

    백수의 생활지침서대로 돌아간다고나 할까 -_-;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피동적으로 이력서만 밀어넣고 의미없이 살아갈 것인가...

    물론 돈이 정말 궁하면 옥재 녀석에게 전화를 걸거나, 알바자리를 이잡듯 찾는다..

    얼마전의 일을 상기해 보자....

    곽수원이라는 또다른 내 친구 녀석의 아버지 공장에 기계닦는 일을 자원해서 했었다..

    수원이 아버님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기계닦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는데, 

    기특하게(ㅡㅡv) 자원해서 일을 해주었다며, 3일치 일당으로 21만원이라는 거금을 쥐어 주셨다...

    그렇다..!! 서류전형 합격 통지만을 마냥 기다릴게 아니라, 나가서 일을 찾자..!!

    나는 나의 일상복겸 잠옷인 츄리닝 반바지를 벗어 젓히고 외출용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이윽고, 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보무도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오늘 들어가면 동복 츄리닝을 꺼내서 걸어놔야겠다.. 

    동네를 한바퀴 다 돌았다.. 각종 광고판, 전봇대, 골목에 붙어있는 모든 전단지, 벽보, 광고물을 두루 훑었다..

    사람 구한다는 말이 적힌 종이는 하나도 없었다.. 후후.. 이정도는 예상했던바다..

    이것으로 좌절할 내가 아니지.. 

    그런데.. 어딜가서 일자리를 찾는단 말인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나와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나도 안다..

    내가 이렇게 무작정 뛰쳐나온건 일자리를 찾는다는 핑계아래 밖에 나와보고 싶은 것이었다..

    할일없이 멍하니 서서 거리를 바라보았다...

    나만 빼놓고 모두들 바쁜 사람들처럼 보였다.. 어디론가 급히 가는 사람, 버스 기다리는 사람,

    열심히 장사하는 오뎅, 떡볶이 아주머니까지....

    흠... 그러고보니 배가고픈데... -_-;

    난 바로 옆에 있는 오뎅 리어카로 다가가서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줌마 오뎅 어떻게 해요?"

    "한 개 700원"

    난 오뎅 꼬치를 하나 집어들고 덥썩 입에 물었다.. 맛있었다.. 

    나 대학 다닐 때만 해도 500원이었는데.. 200원이나 올랐군.. 실로 엄청난 물가상승의 체감이었다..

    나는 하나 더 집어들고 입에 넣으면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줌마 이거 하려면 돈 얼마나 들어요..??"

    묵묵부답.. -_-; 

    "ㅎㅎ;; 오뎅같은거는 어디서 떼어오는거에요? 이 소세지는요?"

    역시 묵묵부답.. -_-;; 아니 이 아줌마가 백수라고 사람 무시하나.. ㅡㅡ^

    "ㅎㅎㅎ;;; 오뎅 디게 맛있네요.. 이거 비법이 따로 있나요?"

    아주머니는 역시나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나를 위아래로 한번 쓰윽 훑었다..

    "왜? 학생 장사하려고?"

    오!!!! +ㅁ+ 학생이라고..!!! 내가 아직 학생으로 보인단 말이지...!!! 

    너무나너무나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나는 기분에 소세지도 하나 팔아드리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말없이 소세지를 기름에 넣고 데워서 케챱을 발라 건네주셨다..

    "햐~~ 소세지도 맛있고.. 참 맛있네요 정말..예술이네 예술.. ㅎㅎㅎ"

    그러나, 나의 이 재수없는 오버액션에도 그 아주머니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핫도그 소세지에 반죽을 바르고  계셨다.. 

    쩝.. 이 어색한 분위기;; 

    "아줌마, 여기 얼마에요?"

    "2900원"

    나는 츄리닝 주머니를 뒤적였다.. 어라.. 왜 아무것도 안 잡히지? -_-;

    아뿔싸... 외출용 츄리닝으로 갈아입으면서 돈을 안챙겼다.. 

    평상복 츄리닝에 넣어두곤 그냥 나온것이다..

    계속 주머니를 뒤지면서,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아주머니는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셨다...

    무서웠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게 등골이 오싹하다고 하는 것일까... 저 아주머니는 내공이 장난이 아닌것 같다...

    "학생.. 돈이 없나보네?"

    나는 움찔하며,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장기간에 걸친 백수내공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최고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내 뇌리 속에 아주 끔찍한 영상이 흘러지나갔다..

    '니 창자라도 도려내어 순대를 만들어서라도 돈을 받아내야겠다 ㅋㅎㅎㅎㅎ'

    아주머니는 피식 웃으셨다..

    드..드디어 시작인가;;; 제발 목숨만은 ㅜㅡ 제 창자는 안됩니다... ㅜㅡ

    맨날 놀고 먹어서 기름기만 잔뜩 껴있어 상품성이 무척 떨어집니다.. ㅜㅡ

    "차림새를 보아하니 이 근처 사는거 같은데, 다음에 갖다줘.. 그럴수도 있지 ^^ "

    ;;;;

    아주머니는 다시 말없이 핫도그 반죽을 두르기 시작하셨다...

    정말 눈물이 핑돌았다..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취업하면요.. 맨날맨날 오뎅 100개 팔아드릴게요 ㅜㅡ 정말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ㅜㅡ

    나는 넙죽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일자리 구합네하는 핑계로 바람쐬러 나와서 돈 2900원에 큰 망신을 당할뻔한 불쌍한 백수...

    그래.. 나는 백수다...

    그래도 그냥 기분은 좋았다... 나도 아직은 학생처럼 보이나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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