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육아게시판에 찾아왔네요..
무슨일 있을 땐 일단 오유에 글올리고, 육아 선배한테 사진첨부한 카톡질문하고, 네이버 찾아보더니,
또 사람이라는게.. 무슨 일 안터지면 연예게시판, 스포츠게시판을 돌아다니게 되네요 ㅋㅋ;;;
사진을 정리하다가 몇일전에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보고 지금을 보니 흠칫 놀랍니다... 불과 80일쯤인데두요....
그러면서 80일 동안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네요 ㅎㅎ
생각해보면 첫 아이를 낳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첫아이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애가 100일이 안됬거든요...)
키가 크진 않지만 위너와 루저사이의 적당한 경계에 있는 저와, 여자치고는 저만해서 상당히 커보이는 와이프 사이에서 생긴 아이는 크고 컸습니다..
물론, 둘다 키만 큰건 아닙니다.. 아 물론 살이 쩠다는 얘기에요..
4.3키로가 넘는 우량하디 우량한 남자아이를 내내 배속에 10달동안 데리고 있다가, 이놈이 엄마 뱃속이 큼지막해서 놀기 좋았는지 (와이프가 이글을 안읽길 바랄뿐입니다..) 나와야 할 때 나올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아, 의술의 힘을 빌려 세상의 빛을 보게 도와주었습니다..
의술의 힘을 빌려서 주위에 누워있는 아이들보다 형인것같은 자식이 건강하게 나오더니만, 엄마는 바로 건강해지지 못하더라구요..
회복실에 있을 때, 이제 막 정신이 돌아오는 와이프를 즐겁게 해줄라구 이얘기 저얘기 해주고 와이프는 또 좋아서 어쩔줄 모르다가, 아이가 엄마와 대면을 하게되자마자... 뭔가 이 느낌은 뭘까요... 내 모습이 삭제된 듯한 10분여의 시간을 아이만 쳐다보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30분 정도 후에 회복실에서 나갈거라는 말을 하면서 간호사가 가족끼리 나가서 미리 밥을 먹고 오는게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장인어른, 장모님, 우리 부모님 모시고 간단하게 국밥이나 한그릇하러 기분 좋게 나갔습니다..
왠걸요.. 15분 지나니 오는 병원의 전화.. 큰병원으로 가야한답니다..
내가 군대 전역했었을 때, 가장 민첩했던 그순간 이후로 처음으로 아무 생각없이 미친듯이 달렸고, 도착했을 때 하혈에 고통스러워하는 와이프를 보고는 의사 양반 멱을 잡아서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의사는 차분하라고 차분하시라고 진정하시라며 큰병원가서 지혈하면 되는일이라며, 가족을 안심시키더군요..
원인은 아이가 너무 컸어서.. 자궁 수축이 원활히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큰병원으로 옮긴건 알고보니 혹여나 일어날 더 큰 사건에 대비해 수혈이 준비된 곳으로 가야한다는 의사느님의 깊은 뜻이 있었음을 나중에 알았습죠...
병원에서 거의 24시간은 ... 오바고... 꽤 많이 잠을 설쳐가며 와이프 자궁마사지를 실시해줬고, 결과가 빨리 호전되어 아이곁으로 금방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되었고, 장모님이 산후조리를 해주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처가집에 들어갔지요!!..
눈을 계속 감고 잠만자고, 먹을때 말고는 눈도 잘 안뜨는 이노무시키를 보며, 속상해하고, 아빠얼굴 좀 봐주지 라는 생각을 하기를 불과 3일정도였을까요....
모든 이들이 말하는... 기적의 100일을 기원하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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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놀랐던 것들..
1. 토...
분유를 먹고는 뱉어냅니다... 아니 토를 합니다... 끅끅 대다가 주르르르륵 흘러내리면
"으미널이험;ㅣ널이험내;ㅑㄹㅇ험;ㅣㅏㄴ엏" 하면서 아이를 들어 등을 두들겨 줍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겨우 하루에 한두번 정도였는데, 그걸 또 걱정되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들려온 대답은,
"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2. 태열 (?)
좁쌀만한 것들이 얼굴에 올라옵니다... 신생아의 최적온도와 습도라는 20~24도 / 50~60% 를 유지해주고 있는데, 얼굴이 빨갛고 좁쌀만한 것들이 올라오더군요...
아기피부 = 꿀피부 , 이 공식을 생각하던 저는 얘가 열이 있는건가.. 생각하며 하루에도 아기 귓구멍에 온도계를 쑤셔넣길 30번씩...
항상 정상체온.... 뭐가 문젤까... 속싸개도 얇은걸로 해보고, 피지오X 등등 바르는 제품들 발라보고... 안낫더군요... 역시나 여기저기 물어봤고... 들려온 대답은,
"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3. 빈번한 묽은변..
하루에 10번도 넘게 지립니다.. 왕창 싸는것도 아니고 애가 똥을 지리니까... 똥꼬가 짓무르게되고, 장염인건가, 장이 약한건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못해 여기저기 물어봤고, 병원도 가봤고, 들려온 대답은,
"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4. 지루성피부염.. (머리두피에..)
어느날 갑자기 머리두피에 비듬같은 각질이 엄청나게 생깁니다... 부리나케 제품을 공수해서 머리에 바르고 난리를 쳤지요... 그래도 안 낫아서, 여기저기 물어봤고... 들려온 대답은
"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5. 영아산통..(인지아닌지 확실하게는 모르겠어요..)
잘자던 애가 새벽내내 안자고 울고 난리가 납니다...
엄마와 아빠는 지치지만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모유가 문젠가... 엄마는 뭘 먹었는지 곱씹다가, 김치찜에 김치 몇조각 먹은걸 생각해내고는 미친듯이 마음아파하고 자책하기 시작합니다...
든든한 남편으로써 "아니야, 괜찮아, 너도 먹고싶은거 먹어야지 바보야" 해줬으면 좋겠지만... 애가 너무울고.. 예민해져서 그만
"아..그니까 매운거 먹지말라니까.." 라고 해버렸지요... (이건.. 육아선배님들이 말하는 평생가는 레파토리가 될듯합니다...ㅠㅠ)
여튼 여기저기 또 묻고 물어보니,
"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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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그래... 시간지나면 안그래..." 는 대부분의 선배들이 다 하는 말이였지만, 뭔가 오유에서 듣고나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그래...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생각하고, 미친듯이 안아주고, 달래줬지요... 80일이 되가는 요즘, 벌써 느낍니다..
"시간은 언제나 나의편" ... 아이 좁쌀같은 얼굴트러블도 거의 없어졌고, 머리 피부염도 좋아졌고, 토도 안하고, 트름도 잘합니다...
낮에는 좀 잘 안자고 찡찡대서 힘들게하고,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등만대면 화들짝 잠에서 깨는 아이지만,
저녁에는 항상 11시쯤 잠들어서 4시간 텀으로 일어났다가 밥만먹고 잠만 잘자는... 다음날 11시가 되어야 일어나는, 착한 아들이 되어가고 있네요..
일의 특성상 아직 아이를 많이 못보고 일주일에 두세번 보는게 거의 대부분입니다.. 물론 주말은 항상 보지만요,,
한번볼때 이놈이 쑥쑥 크고있는게 느껴지고, 눈도 똘망똘망하게 뜨고 저를 쳐다보거나, 사진기를 보면 활짝활짝 웃어주는 모습에서
세계 최고의 피로회복제를 곁에 둔 느낌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될 우리 아이는 매일 누워있기만 하지만, 곧 기어다니고, 걷고, 공도던지겠지요...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부부는 또 몇번씩 심장이 털컥털컥하면서 주위의 조언을 구하겠지요...
그때마다 들려오는 대부분의 소리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겠지요...
오유를 눈팅하면서 육아에 도움받았던 팁들, 저도 팁으로 드리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크면서 에피소드가 생기면 점점 더 육아선배로써의 모습을 저도 갖추겠지요 ㅎㅎ...
오늘도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아이를 달랠 육아게시판 부모님들 힘내십쇼!!
....길고 지루한데, 저도 아는데, 그냥 일기처럼 쓰고싶었어요... 갑자기 센치해져서.... 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