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여름. 의장대원인 내가 갓 상병을 달았을때 이야기이다. 이병에게는 생사, 병장에게는 장난이라는 말을 누가했던가. 이제 조금은 의장행사에 익숙해진 차였다.
하지만 그날의 행사는 조금 달랐다. 온도계가 33도를 넘어가고 기상청이 고장난 라디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날이었다.
그날의 행사는 오후 2시 4성 장군 안장식. 죽음에도 가치가 다르다는 같지도 않은 진리를 그곳에서 깨달았는데 장군 및 제독은 화장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4성 장군 및 제독은 장군묘역의 제일 윗자리에 안장될 수 있다. 발로 그려보자면
ㄱ - 4성 묘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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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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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 이하 3단정도 더 있음
이러하다. 꼭대기의 자리는 대충 108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제일 꼭대기에 있는 조총병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살려만주십쇼'라는 심정으로 거꾸로 받들어 총을 해야만한다. 제일 밑에서 제일 꼭대기로 운구가 끝날때까지 말이다.
그럼 운구가 쉽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화장해서 오시는 장군 및 제독도 계시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면 대개는 예복 + 예도를 착장한 상태로 입관한 것이며 그 무게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럼에도 다들 묵묵히 잘한다. 그렇게 훈련받았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4성장군 안장식이면... 최소 2성 이상 현역 장군 및 제독, 예비역 장군 및 제독 기타 등등이 오는 행사다. 그러므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그날은 너무 더웠다. 이 행사복이라는게 입는 사람을 1mm도 배려해주지 않는 물건이다. 행사시작전에 이미 모두가 땀에 절었다. 그리고 종교의식은 얼마나 길던지... 조총병들은 행사시작 40분만에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일이 터졌다.
오른쪽에 서있던 내 후임이 화장품 할인매장 앞의 풍선처럼 하늘하늘 거리더니 간신히 중심을 잡고 마치 최후의 레오디나스 왕처럼 무릎을 끓으며 주저앉았다. 나는 그 광경을 목도하며 이번에는 방독면 쓰고 군장을 돌건지 오리걸음으로 축구골대를 향하여 돌진하게 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질 징벌을 제각기 상념할때. 어디선가 기묘한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져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쾌애앵!!!!!!!!!!!!!!!!!!!!!!!!!!!!!!"
마치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는 듯한 그 소리. 하지만 의장대 조총병들이 선 자리가 아니였다. 그 자리는... 군악대의 자리였다. 튜바. 그 악기가 사람을 지지대로 쓰는 튜바말이다. 군악대장이 무슨 생각이였는지 내려놓으란 말도 안한것이다. 뒤에서 보던 헌병대 아저씨의 후기에 의하면 마치 왕년의 토니안처럼 장렬히 백다운을 감행한 것이다.아아...
그렇게 일반적인 안장식의 시간을 무참히 넘긴 그 행사는 그렇게 끝났고...
우리 의장대원들은 각자가 상상하였던 즐거운 시간들을 공유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튜바에게 스파인바스터를 당한 그 군악대원의 소식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