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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40495
    작성자 : sungsik
    추천 : 27
    조회수 : 3289
    IP : 1.241.***.244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04 23:24:08
    원글작성시간 : 2013/03/04 11:28: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40495 모바일
    [펌] 광해, 왕이 ( ) 된 남자 <1>



    "임금이 세자를 정하지 못하여 여러 왕자의 기상을 보려고 앞에다 보물을 성대하게 진열해 놓고 마음대로 취하도록 하니, 여러 왕자가 서로 다투어 보물을 취하는데 유독 광해군만은 붓과 먹을 가지므로 임금이 기이하게 여겼다." - 정무록

    "임금이 시험삼아 여러 왕자에게 묻기를, '반찬 중에서 무엇이 으뜸이냐?' 하니, 광해가 대답하기를, '소금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그 이유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금이 아니면 온갖 맛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자, 임금이 또 묻기를, '너희들이 부족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이냐?' 하니, 광해가 말하기를, '모친이 일찍 돌아가신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하니, 임금이 그 대답을 기특하게 여겼다. 광해가 세자가 된 것은 순전히 말에 힘입었다고 한다." - 공사견문

    "광해군 혼은 젊은 나이에 재주가 특별히 뛰어나 신하와 백성들이 복종하니, 혼으로 하여금 충성스럽고 의로운 배신을 선발하여 데리고 전라와 경상 지방에 주차해서 왜적의 방어를 맡게 하여 성과를 요구하는 데 편리하게 하소서." - 양호

    "조선 세자는 청년으로 영특하여 그 나라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복종하니, 마땅히 전라ㆍ경상 양도에 있으면서 명 나라 장수 유정과 만나서 협력하여 수비하라는 황제의 명을 이미 받았다" - 송응창

    왕이 되기 전 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습니다. 까는 경우는 아무래도 영창대군과 엮이는 경우겠죠. 어렸지만 총명했던 영창이 성깔 더러운 광해 대신 됐어야 했다... 이런 식이죠. 뭐 위에 공사견문에서도 말빨만으로 왕 됐다는 투로 적고 있긴 하군요. 

    실록으로 가면 굳이 말 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래도 아버지랑 비교가 돼도 너무 되니까요. (...) 

    그는 임란 때 요동으로 가겠다는 선조를 대신해 전쟁을 지휘합니다. 분조, 둘로 나뉜 조정 중 하나를 이끌고 말이죠. 선조가 그대로 요동으로 갔다면 그가 정말 다 이끌었겠지만, 못 가면서 좀 애매해졌죠. -_-; 요동으로 도망가려다 실패하고 의주에 틀어박힌 왕과 일본군 점령지를 종횡무진하며 전쟁을 이끌었던 세자, 이게 비교가 되겠습니까?

    +) 명에서 오더라도 백 명 정도만 오고 건물도 안 좋은 걸 내준다고 했죠 -0- 이런 상황에서 고니시가 평양에서 멈춰버리니 이건...


    임진왜란 때 겪은 실무경험, 이걸 비교할 수 있는 왕은 나라를 세운 태조, 태종 정도겠죠. 형과 동생이 있음에도 당연한 수준으로 세자로 낙점된 것, 이건 당대에도 이미 그 능력이 입증됐다는 얘기입니다. 그 개차반-_- 명나라 장수들도 인정한 능력이었습니다. 거기다 임란 때 그는 20대였습니다. 

    조선 역사상 이 정도로 준비된 왕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는 조선 역사로 봐도 정말 어렵게 왕이 된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 연산군과 동급의 폭군으로 취급됐고, 반정을 당합니다. 그리고 공정왕이 정종으로, 노산군이 단종으로 추숭되면서 역시 유이하게 왕을 했으면서 왕으로 대접받지 못 한 이가 됐죠.

    조선의 왕들 중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이가 있다면 바로 광해군일 겁니다. 조선시대 내내 폭군으로 여겨졌다가 일제시대부터 재평가가 시작됐고, 지금은 그 재평가가 너무 지나쳐 반감이 나오고 있죠. 그에 비하면 다른 왕들은 평가가 크게 엇갈리진 않죠. 정조(근대화 떡밥)나 세조(쿠데타 -_-a), 고종(무능이냐 어쩔 수 없느냐) 정도는 좀 싸우는 편이겠습니다만.



    예전에 병자호란을 다루면서 그에 대해 좀 다루긴 했었죠. 하지만 역시 어려워요. 그 때는 중립외교 떡밥과 전쟁 준비를 정말 한 거냐는 것을 주로 다뤘고 나머지는 무시했으니까요 -_-; 나름 제게 있어 광해군의 모습을 정리하긴 했습니다만 다시 좀 제대로 다뤄보고 싶긴 하네요. 과연 그가 성군일지 폭군일지에 대해서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화 광해는 두 사람으로 나눠서 간단히 해결했군요 (...)

    +) 제게 제일 어려운 건 대동법과 송시열로 대표되는 효현숙 때입니다. 이건 뭐 다 어려운 떡밥들 뿐이니 =_=; 언젠가는... 쓸 수 있겠죠.

    이번 편에서는 업적보다는 좀 개인적인 부분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왕이 곧 나라이던 그 시대, 왕의 개인사는 곧 그 왕의 정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와 연결되겠죠. 그럼 시작해보죠.

    아 그리고


    저는 병헌이형보다 태우형이랑 진영이형이 더 좋다능 *-_-* 7번방의 선물 류승룡도 좋았지만 정진영은 정말 명불허전이여요

    ---------------------------------------------------------------------

    뭐 이젠 욕할 기운도 없는 선조, 그는 중전 박씨에게 자식을 얻지 못 합니다. 대신 공빈 김씨를 가까이 했고, 두 명의 아들을 얻죠. 임해군과 광해군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광해를 낳고 산후병으로 죽게 됩니다. 1577년, 광해군 세 살(임해군 네 살) 때였습니다. 그녀는 죽으면서 다른 후궁들이 자기를 저주해서 그랬다고 했고, 선조는 다른 후궁들을 모질게 대했다고 하죠.

    하지만 죽은 이가 산 이를 이길 순 없는 법이죠. 그 틈을 파고든 이가 있었으니 인빈 김씨입니다. 그녀는 은근히 공빈을 욕했고 선조는 그녀에게 빠지면서 공빈 김씨의 아들들과도 멀어졌죠. 이렇게 그녀는 물론 다른 후궁들도 아들을 순풍순풍 낳았구요. 그 중 선조의 이쁨을 받은 건 신성군 이후, 인빈에게서 얻은 넷째 아들이었죠.

    +) 멀리 했다 했는데 해봐야 1년도 안 된 거 같고 말이죠 -_-a

    문제는 첫째 임해군이 다 커가도록 세자를 정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못 해도 열 살 때는 해야되는데 말입니다. 임란 때 이미 임해군은 열아홉살이었습니다.

    임해군이야 성깔이 워낙에 더러워서 온갖 사고를 치고 다녔으니 세자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째 광해군이 있었죠. 그 역시 열여덟살이었구요. 하지만 선조는 딱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 자신이 직계가 아닌 방계라 컴플렉스가 있어 적자에게 물려주려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영창대군과 결부된 문제죠. 하지만 그럴려면 중전 박씨와 열심히 생산활동(-_-)을 해야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빨리 국본, 나라의 근본을 세워야 했죠. 적통 문제는 이미 자신이 깨뜨렸고, 그럼에도 그는 정치를 정말 잘 해 온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통설은 선조가 신성군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딱히 명분이 없어서 시간을 늦추고 있었다는 것이죠. 1591년에 정철이 류성룡 등과 함께 광해군을 세자로 하자고 건의했고, 선조는 이에 화내면서 정철을 쫓았다고 하죠. 이산해가 세운 계략으로 인빈의 동생인 김공량과 짜고 정철의 뜻은 인빈과 그의 자식들을 해치려는 것이다고 퍼뜨린 것입니다. 인빈이야 선조에게 달려갔고 정철이 딱 그 얘기를 꺼내자 열 낸 거였죠. 

    이른바 건저의建儲議 사건입니다. 류성룡은 소극적이라서 한 발 뒤에 있었고, 같이 하자고 했던 이산해는 병을 핑계로 같이 안 간 것이죠. 뭐 이게 딱 기축옥사(정여립 사건)가 끝나 정철의 이용가치가 떨어졌을 때랑 겹쳐서 어디까지가 사실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선조가 세자 책봉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는 건 확실하죠.

    그러다가 큰 일이 터지니 그게 임진왜란이었죠. 자기도 죽거나 명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자가 필요했습니다. 그것도 자기 대신 전쟁을 이끌 능력 있는 세자가 필요했죠. 피난 논의가 한창이던 4월 28일 밤, 선조는 세자를 세워야 된다는 건의에 대신들을 불러모읍니다. 하지만 막상 말은 나왔는데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죠. 선조는 누가 좋겠냐, 이산해와 류성룡 등 대신들은 님이 알아서 하셈이라고 하는 말을 서너차례나 하면서 밤이 깊었다고 합니다. 다들 머리속에 같은 사람이 떠올랐을 겁니다. 하지만 말을 못 했죠. 안 되겠다 싶어 이산해가 물러나려 하자 애초에 얘기를 꺼낸 신잡이 "오늘은 결정내야 된다"면서 잡습니다.

    결국 선조의 입에 나온 것이 광해군, 참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냄새가 팍팍 납니다. 다음 날로 간략하게 세자 책봉을 한 후 피난길을 떠나게 됐죠. 


    이 때가 광해군의 나이 열여덟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왜란이 없었다면 그가 세자가 되기나 했을까 싶은 것이죠.

    ------------------------------------------------------------------

    "세자가 책봉을 받지 못하였으니 이는 세자가 없는 것이다." - 1599년

    뭐 우예됐든간에 세자가 됐으니 이제 끝났다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죠. 문제는 명에서 나옵니다. 임란 내내 광해군의 능력을 신뢰한 명이었지만, 정작 세자 책봉은 뒤로 미룹니다. 지금은 전쟁이 급하다는 이유였으니 나름 납득할 만한 거긴 했죠. 하지만 임란이 끝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째 임해군이 있는데 왜 둘째를 하냐는 거였죠.

    세종 대까지 조선에 참 많은 것을 요구한 명이었습니다만 이건 내정간섭 수준이었습니다. 조선 초 정도전과의 대립 외에 정치적인 간섭은 없었고, 세종 이후 무리한 요구도 많이 줄었죠. 그런데 갑자기 세자 책봉을 거부한 겁니다. 이런 문제는 말만 허락이지 조선에서 정하면 인정해주는 수준이었고, 청나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란 때 파병해 줬으니 더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거였을까요?


    조선 황제 (...) 만력제

    이건 명의 내부사정과도 연결됩니다. 만력제는 셋째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신하들은 그걸 막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에서 둘째가 세자가 되는 걸 인정해주면 만력제가 어디로 튈지 몰랐죠. 이런 상황에서 광해군의 책봉을 인정하기가 참 어려웠죠.

    +) 만력제가 그냥 밀어붙였다면 모르겠는데 그럴 놈이 또 아니라서 -_-; 아나 조선황제라면서 이런 건 또 무관심인지...

    문제는 선조가 이를 오히려 좋아했다는 겁니다. 뭐 임란 중에야 중요하게 여겼겠습니다만, 이런 상황이 그에게 불리한 건 또 아니었거든요. 임란 끝난 1599년에 바로 위의 말을 한 것만 봐도 -_-;

    요동으로 가려고 애쓰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돼 버린 선조, 참 하면 안 되는 짓을 합니다. 선위 파동이었죠. 왕이 물러났다 했을 때 신하가 아 그러셈 하면 이건 불충입니다. 선조 때 세자에게 선위하라는 상소가 왔고, 선조는 그걸 역이용합니다. 자기가 물러난다 말을 할수록 신하들은 그걸 말려야 했고, 자기의 입지는 더 높아졌죠. 태종과 영조도 참 많이 써먹었던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부작용은 세자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태종은 세종의 입지를 확실히 만들어주는 걸로 막았지만, 영조는 그런 세자를 자기 손으로 죽였죠.

    이 때 선조의 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임란 내내 심심할 때마다 선위 파동을 벌였고 신하들은 전쟁은 둘째치고 무릎끓고 반대해야 했으며, 광해군 역시 그랬습니다. 

    그렇게 떨어져가는 세자의 권위, 여기다 명에서는 끝까지 인정 안 하는 상황, 이게 선조에게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세자를 바꿀 기회 말이죠.

    -----------------------------------------------

    "중궁의 책봉을 즉시 주청했어야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유사가 계품하지 않으니 일이 자못 전도된 듯하다. 먼저 국모를 바르게 한 뒤에야 인륜의 기강이 서게 되는 것이니 어찌 국모 없는 나라가 있겠는가. 살펴서 하라" (1602년)

    역시 명에 세자 책봉해달라고 신하들이 말하자 선조는 이렇게 답합니다. 의인왕후가 1600년에 죽었고 국모가 필요하긴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이 참 묘하죠. 

    이렇게 정해진 게 인목왕후 김씨입니다. 1584년생, 열아홉의 나이였죠. 참 초스피드로 왔습니다. -_-; 뭐 결혼은 십대 중반에는 하고 남자가 늙고 재혼일 경우 좀 나이 찬 처자를 받긴 했으니 틀린 선택은 아닙니다. (당시 열아홉이면 노처녀죠) 문제는 이게 광해군에게 미칠 여파죠.

    명이 책봉을 거부하니 세자는 세자가 아니고, 굳이 빨리 할 필요는 없다, 이게 선조의 입장이었습니다. 뭐 인목왕후랑도 아들이 없었으면 문제 없었겠습니다만... 1606년에 영창대군이 태어나 버렸죠.

    나이야 한참 어리지만 적자의 탄생이었습니다. 선조가 정말 방계가 컴플렉스가 돼 적자를 바란 거면 광해군에겐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광해군 자신이 싫은 거라면? 이것 역시 마찬가지였죠. 명분을 전자로 삼지만 속마음은 후자일 수도 있고 말이죠.

    "이로부터 세자가 문안할 때마다 안으로부터 꾸짖기를, '어째서 세자의 문안이라고 이르느냐. 너는 임시로 봉한 것이니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아라.' 하니, 세자가 땅에 엎드려 피를 토하기에 이르렀다. 기질이 본래 약했는데 이로 인하여 넋을 잃고 사리에 어둡게 되었다." - 정무록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갑니다. 선조는 광해군을 괄시했고, 신하들도 둘로 갈립니다. 선조 말은 북인이었던 유영경이 선조의 마음에 들었고 북인은 대북과 소북으로 갈립니다. 유영경은 특히 영창대군을 밀었고, 소북 내에서도 유당(黨)을 만듭니다. 반면 정인홍 등 대북은 광해군을 밀었죠. 

    이런 가운데서 인목왕후는 자기 가족들을 중심으로 재산도 축적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 갑니다. 영창대군의 옷도 세자 수준으로 입혔죠. 그럴수록 광해군의 입지는 좁아져갔고, 궁녀들까지 그를 무시하는 수준까지 갑니다. 빨라도 너무 빨랐죠. 그 정도로 중전이라는 입지와 적자를 낳았다는 자신감이 있었겠습니다만... 그 모든 건 선조가 오래 살아야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1607년, 어느새 재위 40년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56, 임란을 겪은 것치곤 정정했죠. 비교적 건강하게 오래 산 편이지만, 시간은 그를 붙잡기 시작합니다.

    선조 40년 10월 9일, 그가 새벽에 갑자기 쓰러집니다. 이틀 후 안 되겠다 싶었는지 왕위를 넘기거나 안 되면 대리청정이라도 시키겠다는 명을 내리죠.

    유영경은 이를 반대합니다. 뭐 원래 이런 말 나오면 반대하는 게 맞긴 합니다만 오늘내일 하는 상황은 또 다르죠. 인목왕후는 현실 감각이 있었던 건지 선조의 명을 따르라는 언문 교지를 내렸죠. 유영경은 또 반대하고...

    차라리 그대로 죽었으면 좋겠는데 선조는 또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서 세자 자리를 둘러싼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와버리죠. 

    여기에 앞장선 것이 정인홍이었습니다. 그는 유영경이 세자를 세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유영경은 그게 아니라고 해명합니다. 뭐 사실 이 때 그게 맞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선조는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정인홍이 세자로 하여금 속히 전위를 받게 하려고 하였으니 그 스스로 모의한 것이 세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겠지만 실은 불충함이 극심하다. 제후의 세자는 반드시 천자의 명을 받은 뒤에 비로소 세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자는 책명을 받지 못했으니 이는 천자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고 천하도 알지 못한다." (41년 1월 22일)

    좀 살 거 같으니까 딴 생각이 드나봅니다. 

    그런 상소를 올린 정인홍을 비롯한 대북을 좀 처리해주고 세자고 뭐고 일단 내가 왕이다 하고 있었던 선조, 하지만 그에게 허용된 시간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2월 1일, 그는 찹쌀밥을 먹더니 쓰러졌고, 그 날로 세상을 뜹니다.

    광해군은 그 날로 왕위에 오릅니다. 보통 3일은 지나야 하는 것입니다. 성종의 경우에서 그렇듯 이를 급히 했다는 건 그의 입지가 얼마나 약했는지를 말해줍니다. 흥미롭게도 이걸 주도한 건 인목왕후였습니다. 광해군의 마음을 맞추려 한 걸 보면 나름의 정치감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늦은 것 같긴 하지만요.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라 하죠. 선조는 이렇게 자기 자식의 앞길을 참 어둡게 하고 갑니다.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유영경 등에게 보낸 유언이었죠.

    "단지 대군이 어린데 미처 장성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 때문에 걱정스러운 것이다. 내가 불행하게 된 뒤에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니, 만일 사설(邪說)이 있게 되면, 원컨대 제공들이 애호하고 지키기 바란다. 감히 이를 부탁한다."

    ... 어쩌란 겁니까. 세자 걱정해도 모자랄 판에 영창대군 걱정하고 있었던 거죠. 물론 어리고 정을 많이 준 자식이니 부탁할만 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세자에게 더 힘을 실어줬어야죠.

    거기다 세자에게 내린 유언은 이겁니다. 

    "형제 사랑하기를 내가 있을 때처럼 하고 참소하는 자가 있어도 삼가 듣지 말라. 이로써 너에게 부탁하니 모름지기 내 뜻을 몸받아라."

    유영경 등에게 따로 내린 유언이랑 합쳐보면 참 묘하죠. 이게 정말 광해군을 위해서 한 말인지 영창대군을 위해서 한 말인지요. 지가 애초에 자식을 사랑했다면, 아니 자식 중에 가장 중요한 세자를 아꼈다면 상황이 그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건데 말입니다.

    그렇게 광해군은 왕위에 오릅니다. 세자 생활만 16년이었습니다. 임란이 터지지 않았으면 세자가 되지 못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선조가 한 10년만 더 살았으면 왕이 되기나 했을지 궁금한 상황입니다. 이 모든 건 왕이 된 그에게 너무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광해, 왕이 참 힘들게 된 남자입니다. 이 괄호에 뭘 붙이든 '어렵다'는 거면 뭐든지 다 들어갈 겁니다. 욕으로 점철한 후 '힘들게'라 하면 더 감정이입이 될지도요 -_-;


    뭐 어쨌든 왕 됐으니 기념샷~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죠. 그는 세자였던 기간만큼도 왕 노릇을 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쫓겨난 후 죽을 때까지의 기간 역시 왕이었을 때보다 더 길었죠. 그의 인생에 비하면 참 짧았던 왕이었던 시절, 그 때로 가보도록 하죠.



    출처 : http://pgr21.com/?b=1&n=2146



    sungsik의 꼬릿말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봤다.
     
    '영화 하나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로
    티비 토론을 할만큼 세상에 큰 논란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대통령부터 정치권, 헌재까지..
    모든 사건, 모든 발언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이기만하고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이 너무나 가볍고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이 나라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만 남아 있다는 이 느낌이
    군사정부를 겪지 않았던 내 세대에겐
    너무 낯설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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