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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3996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9
    조회수 : 2844
    IP : 211.168.***.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2/11 13:05:47
    http://todayhumor.com/?panic_63996 모바일
    [펌/2ch] 서바이벌 게임
    나는 그다지 영감 같은 것은 없는 사람이지만, 딱 한 번 정말 무서웠던 일을 겪은 적이 있다.

    5년 전 7월의 여름밤이었다.

    당시 나는 서바이벌 게임에 빠져 있었다.



    여름철에는 워낙 덥다 보니, 경기는 언제나 밤에 이루어졌다.

    그 날 역시 주말이라 강가에 수십 명이 모여 경기를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본 기억에 따르면 아마 새벽 1시 조금 전이었던 것 같다.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는 게임에서, 나는 우리 진지의 깃발을 지키는 역할을 맡아 후방 수풀에 몸을 숨기고 매복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 팀이 승기를 잡았는지, 저 멀리 적 진지 깊은 곳에서 에어건의 총성이 들려 온다.

    주변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완전히 한가한 상황이었지만, 혹시 뒤로 돌아 기습해오는 적이 있을지 몰라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강변이기 때문에 달빛 이외에는 조명도 없고, 주변은 정말로 코를 베어가도 모를 정도로 어두웠다.

    천천히 목을 돌리며 근처를 경계하고 있는데, 50m 정도 앞의 나무에서 사람의 상반신이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흰 반팔 옷을 입고 어깨 정도까지 머리를 기른 여자가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에어건은 물론 장난감의 부류지만, 나름대로 위력이 있어서 얼굴이나 눈에 맞게 되면 큰 부상을 입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도중 외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게임을 중단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나는 곧바로 큰 소리로 [사람이 있습니다! 중지! 중지해 주세요!] 라고 외쳤다.

    전선 근처에서도 [중지!], [중지하래!] 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사람에게 사과하기 위해 달려갔다.



    여자는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려는 순간, 여자는 슥 움직이더니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겁을 먹고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가 어찌 되었건 나는 위장 크림으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있었고, 장난감이라고는 해도 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사람을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갔지만, 라이트를 켜고 찾아도 도저히 보이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 다른 멤버들도 다가왔다.



    내가 사정을 설명하자, 모두 함께 10분 가량 여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숲 속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점점 내가 본 것이 무서워졌다.

    어째서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여자가 이런 숲 속을 걷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내가 그 사람을 본 곳에 오기 위해서는, 한참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전장을 거쳐서 와야만 했다.



    그 와중에 그 여자의 존재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여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내가 오인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게임은 재개되었다.



    나는 다시 진지 방어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좌우에서 포위해오는 적이 승기를 잡아, 시작한지 10분 정도 지나자 총성이 꽤 가까운 곳까지 들려 왔다.

    나는 지면에 엎드린 채 총을 꽉 잡고,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방아쇠에 손을 올리고 조준경에 눈을 맞췄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시선이 느껴진다.

    기분 탓이라고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느낌이었다.

    나는 목을 천천히 들어 눈만 움직여 왼쪽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 3미터 정도 앞에 여자의 목이 있다.

    아까 전 그 여자다.

    흰 피부에, 보통 사람은 따라하기도 힘들 정도로 입을 벌리고 웃고 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얼굴을 실룩대며 웃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목은 마치 잠망경처럼 지면 위를 슥슥 움직여 내 정면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는 30초 가량 그 여자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이 내 얼굴 50cm 앞까지 다가왔을 때, 비로소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그 얼굴을 에어건으로 공격했다.

    그러자 여자의 얼굴은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변해 나를 째려보고, 사라졌다.



    그 꼴을 겪고 나자 도저히 게임 따위는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휴게소에서 혼자 라디오를 켜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들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으면 안되겠다 싶어 내가 본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다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차에 태워진 친구에게 내가 본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너도 봤어?]



    그 녀석은 에어건에 붙인 스코프를 들여다 볼 때마다 그 안 가득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그 강변에서는 도저히 서바이벌 게임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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