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여기다가 몇번 적었는데 전 해군 헌병대 출신입니다. 

제가 한창 짬이 없던 2008년 여름. 

훈련차 미 항공모함 CVN-76 로널드 레이건함과 함께 호위용으로 미 해군의 신형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2A형인 

USS DDG-101 GRUDLEY(그리즐리)함이 작전사에 입항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레이건함은 5함대 소속인데 그 날 따라 한국까지 왔더군요.)

아무튼 그 때 미군에서 뭐 교류 차원에서 사령부내의 부대에서 부대별로 몇몇을 뽑아서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견학을 시켜준다는 겁니다. 

중대에서 소문난 밀덕인 저는 내심 매~~우 기대를 했지만 흔히 말하는 개 짬찌라서 밖으로 내 비칠 수는 없었죠.

그런데 저 이지스 구축함의 견학 인원으로 제가 차출된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밀덕이면서도 가지못한 절 불쌍히 여긴 소재반이 마침 근무도 없던 절 추천해줘서 가게 된거였더군요.)

들뜬 마음에 군복도 칼줄 잡은거로 새로 꺼내입고 워커도 거울마냥 반딱반딱하게 닦아서 신고 갔습니다. 

현문으로 들어가서 미군 장교의 인솔을 받으며 함의 이곳 저곳을 견학했습니다.

함수의 5인치 함포와 Mk.41 VLS도 구경하고 함미로 이동하여 헬기 격납고에 격납된 시호크 헬기도 직접 봤죠.

견학하면서 인솔 장교가 궁금한거 물어보라길래 시호크 헬기를 보면서 

"저 헬기의 작전 시간이 얼마나됨??" 이라고 질문하니

장교가 매우 난감해 하면서 "헐 .. 님 그거 기밀 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는데 대충 3~4시간 정도 날라댕김" 이라고 대답해 주더군요.

그 후 배 안으로 이동하여 CIC도 둘러보고 작전 회의실??? 뭐 거기도 견학하고 함교도 올라가 봤습니다. 

정말 수많은 장비와 계기판들이 있더군요.

그렇게 함을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현문앞으로 모여서 마지막으로 인솔 장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때 잠시 시간이 나서 통역병에게 부탁해서 함의 장교에게 

이런 말을 물어봐 달라고했죠.

"오늘 이렇게 이 그리즐리함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 혹시나 만약에 한반도에 위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함의 도움을 우리가 받을 수 있는가??" 라고 말이죠.

그러자 그 장교가 웃으면서 

"물론이다. 우리 5함대가 맡은 작전 구역이 중동을 포함하여 매우 넓은 지역이지만 명령만 떨어지면

어디에있든 단숨에 달려오겠다."라고 답해주더라고요.

그래서 통역병에게 한번 더 부탁하여

"아~! 정말 든든하다! 그런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만약 발생한다해도 걱정이 없을것 같다"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 장교분.

웃으면서 

이런 엽서?? 에다가 자기 싸인을 해서 저에게 주고는

"혹시 다음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당신을 한번 더 우리 그리즐리함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허허.. 

(물론... 저 배가 다시 한국에 온적도 없는걸로 알고있고.. 제가 갈 일도 없겠죠ㅜㅜ) 

그리고 나오면서 가장 놀란건 배에서 기념품 명목으로 

마운틴 듀 라던가 모자 같은걸 팔고 있더라구요. 

매대까지 마련해 놓고 말이죠. 

정말..... 보면서 놀랬습니다. 

<아....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이구나... 군함에서도 물건을 팔 생각을 하다니...>

그래서 12000원을 주고(달러가 아니라 원화인데도 받던 미쿤들..) 저 모자와 물통을 사서 돌아왔었습니다.

진성 밀덕인 저로서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