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4편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을 어떤 식으로 연결 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후로 계속 등장하게 되는 인물들과 전혀 등장하지 않는 로그원의 인물들은 어떤 식으로 그려낼 것인가.
먼저 4편과의 연결고리는 영화 내내 상당히 신경 쓴 것이 보입니다. 거의 4편에서 등장한 소품과 그래픽을 그대로 가져다와서 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항군 기지 내의 세세한 디자인, 데스 스타의 설계도면과 화면의 구성, 엑스 윙의 폭발 장면 등은 거의 70년대를 그대로 가져온 듯 했습니다.
가장 깊게 전달된 것은 데스 스타의 잔혹성이었습니다. 사실 4-5-6편으로 이어지는 데스 스타의 무서움은 잔혹함이라기 보다는 파괴력에 가까웠습니다. 행성을 파괴하는 강력한 무기인만큼 행성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인간들의 죽음과 그들의 삶이 사라지는 의미등의 감성적인 부분은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거의 전달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파괴력을 줄여서 도시를 없애는 것과 설계도를 전송한 주인공 일행이 데스 스타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 등에서 그동안 데스 스타가 보여주지 못했던 더욱 어두운 부분을 재조명 시켰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겨우 탈취한 설계도를 다스 베이더를 피해 전달하고 또 전달하면서 4편의 시작과 이어지게 만든 구성은 긴박하면서도 뭉클했습니다. 아마 로그원을 기다려온 분들이라면, 그리고 캐리 피셔 분께서 막 유명을 달리하신 시점에서 본 레아 공주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두 울컥하셨으리라 봅니다.
하나둘 희망으로 연결되는 다리가 이어지며 저항군에게 설계도 전달에 성공하게 되는 과정과, 그 다리가 하나씩 끊어지며 최후를 맞이하는 주인공 일행과 죽음마저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그동안 제다이가 없이 제국군과 대결했어야만 했던 저항군의 절박함과 사명감이 느껴지면서 오히려 관객들에게는 한편의 장엄한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은 듯한 현실적인 부분을 어필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외에도 잠깐씩 등장하는 4편 이전의 인물들과 4편 핵심 인물들의 등장은 먼지 쌓인 옛 책을 들춰보는 것처럼 반가웠으며, 포스로 저항군을 복도 천장으로 들어올린 뒤 광선검으로 허리를 끊어버리는 다스 베이더의 잔인함 등은 비록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3편에서 아나킨이 보여줬던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물론 초반의 약간 늘어지는 구성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전혀 없는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야 하고 완료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 여겨집니다.
후반기 3부작과 전반기 3부작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거의 다스 베이더 혼자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스타워즈 시리즈에, 제국군에 끊임없이 대항하면서도 진퇴를 고민하는 저항군의 갈등과 제다이의 몰락 후에도 여전히 투쟁은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로그원은 이제까지의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거의 담아내지 못했던 연결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답정제다이식의 구성으로 인해 포스만 강하고 제다이면 장땡인 식으로 그려지던 스타워즈 시리즈가, 로그원으로 인하여 저항군으로 대표되는 데모크라시, 즉 민주주의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부분을 비출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