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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공개되면 글쓴이 나이가 나와서 조심스럽지만... 뭐 오유 보다보면 나보다 형님들이 종종 보이시길래 자신감 얻어서 글을 써봅니다.
아직도 천추의 한이자 아마 평생 한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 2002년 월드컵 때 군대에 있었던건데요.
누구는 경기에 맞춰 휴가도 나가고 누구는 외박나가고 했지만 누구는 부대에 있어야 했기에 저는 월드컵을 통째로 부대에서 봤습니다.
혹자들은 "군대에서 월드컵 응원하면 겁나 신선하겠구나"라고 말하지만 저는 광란의 거리응원을 못해본게 아직도 한이네요.
남아공, 독일... 뭐 그때만큼 잘하진 않았으니 의미가 없죠. ㅠㅠㅠ
아무튼 군대에서 본 월드컵 중 기억에 남는 경기 몇 개 적어보겠습니다.
때는 한국 대 포르투갈 전!!
작전보안병인 저는 '비합소(비밀문서합동보관소) 근무'를 서게 됐는데요.
이게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점호 끝날 때까지 사무실 안에 있는 비합소를 지키는 일입니다.
뚜렷하게 단독군장하고 근무서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군복입고 사무실에 있으면 되는 거였죠.
그래서 텅빈 과장실에서 저녁에 TV켜고 경기를 보게 됐죠.
축구경기라는게 여럿이 보면 감탄사도 연발하고 수다도 떨면서 재밌게 보게 됩니다.
근데 혼자보면 영 심심하게 경기를 보게되죠.
그래서 혼자 막 "흡!", "뚜시!", "아..." 등 조용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경기를 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이영표(맞나?)의 크로스를 받은 박지성의 퍼스트터치! 수비 제치고, 골!!!!!
이때도 저는 큰 감탄사를 못 뱉었어요.
"우워우우우" 정도로 조용한 탄성과 주먹을 지켜올리는게 전부였죠.
혼자 그러고 있는걸 누가 보면 참 가여웠을거에요.
근데 바로 그때, 밖에서 "끼야호호호홍오홍홍!!"이라는 엄청난 함성이 들리더군요.
창문을 열었죠.
위병소에 위병조장이 위병소 밖으로 나와서 방방 뛰다가 춤추다가 막 난리였습디다.
그 양반은 라디오로 듣고 있었거든요.
위병 근무서는 두 놈도 들썩거리더군요.
속으로 생각했죠.
"시발 라디오로 축구 듣는 넘에 비하면 나는 복 받았구나"
그 뒤로는 참 열심히 응원했죠.
1편보다 조금 재밌는 속편입니다.
때는 한국 대 이탈리아전!!
아마 2002년 모든 한국경기 중 제일 드라마틱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저는 무려 이 경기를 '유격장'에서 봤죠.
첫날인가 그랬을거에요.
전체유격시간에 교관이 뜬금없이 "박수 다섯번"이라고 하길래 우리는 "짝! 짝! 짝! 짝! 짝!"이라고 쳤다가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우로 굴러 좌로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무한반복을 당했죠.
그러더니 "시범조교 앞으로!"하더니 피티체조 시범보이듯 '박수 다섯번을 보여줍디다.
교관 : 박수 다섯번 준비!
조교 : 유!격!(기마자세로 서더니 양손을 가슴높이보다 위로 들어 손바닥을 마주보게 하고 쫙 편다)
교관 : 실시!
조교 : (박수) 짝짝! 짝짝짝!
그랬죠...오늘밤에 축구 본다는 얘기였죠.
그리고 교관의 한마디 "오늘 축구 지면 내일 너네 다 죽는다... 열심히 응원하도록"
밤이 되고 축구 볼 준비를 했습니다.
근데 유격장이 산 속인데 TV가 나올리가 없잖아요.
이걸 또 공병들이 TV안테나선 들고 나무를 타더니 선을 깔더군요.
약 5m 높이에 안테나선을 설치하자 거짓말처럼 TV가 나왔어요.
정말 군대는 뭐든지 가능하더군요.
화질구지였지만 어쨌든 산 속에서 축구를 봤죠.
사회에서는 치맥을 놓고 축구를 봤겠죠?
우리는 그나마 건빵에 맛스타 먹으며 축구봤습니다.
교관의 말대로 목 터지게 응원했죠.
재밌었던건 여러 TV들 중 한 대가 안테나선이 이상했는데요.
이 선을 비스듬히 놔야 TV가 나오고 안 그러면 안 나오더군요.
뭘 대거나 받쳐두기도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어쩌겠어요?
"막내야! 가서 선 좀 잡고 있어라"
그때 그 이병은 2시간 넘게 TV옆에서 선을 들고 축구를 봤죠.
조금이라도 팔에 힘 빠져서 TV가 안 나오면 고참이 "야!"... 그러면 다시 정신차리고 선을 붙잡았죠.
그넘 잘 지낼런지...
부록) 2002년 천추의 한을 가진 저는 2006년은 무조건 거리응원이 목표였지만 토고전은 친구들과 맥주집에서 봤죠.
근데 어떻게 경기 이기고 나가보니 학교앞은 광란의 파라다이스더군요.
이미 늙디 늙은 복학생이 돼서 "허허 젊은 친구들이 재미나게 노는군"이라며 지나쳤는데 그 자리에 있던 우리 잘 따르는 후배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더군요.
"이놈이 형들한테 말도 안 하고 갔나" 싶었는데 후배에게 전화가 옵디다.
"행님, 요기 여자들 데려다 놨으니 2차 하러 오시죠"
그랬습니다.
놈은 잠시 사라지더니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여성들과 잠시 어울리더니 "우리 행님들 있는데 2차 같이 하실래요? 다 괜찮은데"라며 자리를 마련했더군요.
그놈이 생긴건 '파운데이션 바른 노가리'처럼 생겼는데 희한하게 여자는 잘 꼬셔요.
어쨌든 그래서 여자들과 2차를 하게 됐죠. ..뭐...본의 아니게 미팅 분위기?
여자들은 식영과(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더군요.
우리과 애들이 워낙 노는걸로 유명한 과라서 그쪽도 잘 알고 있습디다.
그래서 막 소주에 뭐에 노래방에 막 신나게 달리다가...
누구는 커플이 되고 누구는 차이고 누구는 원나잇하고...
뭐 그리 됐습니다...
저요?
전 다행히 차이진 않고 여자랑 둘이 따로 나와서 근처에 방 잡으러 갔는데요.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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