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기는 협곡에 살았다. 곧장 용 밑으로 가면, 이즈리얼 봇과 타릭 봇이 쿵떡쿵떡하고 있었고, 정글 캠프들 안에는 몬스터들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벵기는 협곡 곳곳을 탐사하기나 좋아했고, 가끔 보이는 바위게나 잡아가며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의 브론즈 친구가 몹시 승리의 시비르가 고파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너는 평생 배치고사를 보지 않으니, LOL은 해서 무엇 하는가?
벵기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정글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네."
"그럼 CS나 먹다가 나중에 킬딸이나 치는 원딜이라도 못 하는가?"
"아직 원딜들의 성장 공격속도를 모두 외우지 못했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서폿은 못 하는가?"
"서폿은 본디 정글과 한 몸이라고 하였거늘, 정글조차도 익히지 못하였는데 서폿을 어떻게 하겠소?"
친구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AI전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인가? 원딜도 못 한다, 서폿도 못 한다면, 정글만 돌면 캐리할 수 있는 마이라도 못 하는가?"
벵기는 읽던 인벤의 챔피언 정보 탭을 끄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정글 기초 소양으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벵기는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용산으로 나가서 밥을 먹던 롤챔스 관객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한국에서 롤을 제일 잘 아는가?"
동준좌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벵기는 곧 김씨의 집을 찾아갔다. 벵기는 열 다섯 개의 모니터 앞에 앉아 롤챔스와 미국, 중국, 유럽, 대만, 브라질, 일본의 롤 리그, 그리고 각 팀의 스크림을 동시에 관전하고 있던 김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협곡에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슈퍼 계정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라이엇 코리아에 전화를 걸어 슈퍼 계정을 내주었다.
벵기는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김씨 집에 놀러온 클템과 꼬마가 벵기를 보니 언랭이었다.
스킨은커녕 챔피언이라곤 누누밖에 없었고, 전적에는 로테이션 챔프들밖에 없었으며, 구매한 아이템이라곤 사냥꾼의 마체테와 플라스크,
기동력의 신발 등이 전부였다. 벵기가 나가자, 클템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슈퍼 계정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아이디조차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마음만 먹으면 다이아를 간다고 설치는 실론즈들은 으레 자신의 챔프폭과 스킨을 대단히 선전하고, 뉴메타로 둔갑한 트롤링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면서도, 상대방에게 밀릴 때는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팀 탓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비록 언랭이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테두리가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슈퍼 계정을 주는 바에 친추는 해서 무엇을 하겠느냐?"
벵기는 슈퍼 계정을 입수하자, 브론즈 친구와 함께 배치고사를 돌려 다이아 5에 배정되었다.
MMR의 수직 상승으로 10판만에 GODV에 안착하게 된 친구는 그제서야 만족하였다.
벵기가 도착한 곳은 다이아 5와 플레티넘 1이 마주치는 곳이요, 예티들의 횡포가 판치는 곳이었다.
벵기는 그 곳에서 다이아 승급전 막판을 하고 있는 플레티넘 1들을 찾은 뒤, 함께 듀오를 돌려 검지손가락만을 갖고 손쉽게 예티들을 제압하였다.
얼마 안 가서, 끊임 없는 트롤링에 고통받던 플레티넘 1들은 모두 다이아로 승급하게 되었고, 다이아 5의 비율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이를 보던 라이엇은 다이아 내부에서 승급이 빨리 이뤄지게 하는 대신 다이아와 첼린져 사이에 새로운 '마스터 티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패치노트를 내보냈다.
그는 이번에는 트태틱 누누, 정글 AP 렉사이, 포식자 바이 등을 하며 친구에게 말했다.
"며칠 지나면 랭크 게임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벵기가 이렇게 말하고 며칠 안 가서 과연 인벤에는 "미드 AD 누누 12/0/3 매드무비",
"첼린저에서도 먹히는 존나 쎈 포식자 바이 17/1/3" 등의 동영상이 올라왔고, 과연 랭크 게임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벵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손가락 하나로 새로운 티어를 만들고, 두 세 판의 게임만으로 모든 티어의 랭크 게임을 망쳐놓을 수 있다니, LOL의 형편을 알 만 하구나."
(중략)
벵기는 온 티어를 두루 돌아다니며 트롤러들과 핵 유저들, 대리기사들에게서 선량한 유저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손가락이 아홉 개나 남았다.
벵기는 다시 김씨의 집으로 향했다. 벵기가 가서 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김씨는 놀라 말했다.
"인벤에서 그대의 소식이 조금도 들리지 않았으니, 혹시 슈퍼 계정을 실패 보지 않았소?"
벵기는 웃으며,
"티어가 높다고 부심을 부리는 것은 당신들 말이오. 첼린저가 된다고 해서 어찌 협곡을 풍요롭게 하겠소?"
하고, 선수들의 부캐라는 소문이 돌던 첼린저 1위 아이디를 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친구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협곡 공부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슈퍼 계정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이 아이디는 SKT T1의 BANG이라는 선수에게 주시오."
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듀오나 한판 돌리자고 했다. 벵기는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대리기사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김씨는 가만히 그의 게임을 관전했다. 벵기가 AI전의 큐를 돌려 플레이하는 것이 보였다.
한 야스오가 무라마나 스택을 쌓는 것을 보고 김씨가 말을 걸었다.
"저 누누의 아이디가 무엇이요?"
"Bengi입지요. 언랭 주제에 누누만 좋아하더니, 어느 날 부턴가 AI전에서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 날로 게임을 켤 때마다 정글의 모든 몬스터들이 제사를 지냅지요."
김씨는 비로소 그의 이름이 Bengi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김씨는 받은 아이디를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벵기는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테두리를 바랐다면 첼린져를 주고 다이아 아이디를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용산 고추장찌개나 사주고, 피씨방 정액권이나 끊어주시오.
나는 AI전이나 하다가 가끔씩 실버 아이디로 친구들과 듀오나 돌리고,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티어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김씨는 벵기를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김씨는 그 때부터 신챔프가 나오면 벵기에게 선물해주고,
롤챔스가 있기 전 날에는 몸소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벵기는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스킨이라도 선물해 주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를 충으로 만들 생각이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이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김씨가 몇 달 동안에 어떻게 한국 서버를 쥐락펴락했는지 조용히 물어 보았다.
벵기가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LOL 유저들은 인벤에 매드무비가 뜨면 일단 따라하기에 바쁘고, 개 중 이기적인 사람들은 같은 팀에 승급전인 사람이 있다면 갖은 방법으로 던지려 합니다. 만약 실버5의 수문장들을 없애고 싶다면 MMR을 브론즈1에 맞춘 뒤 같은 팀에 승급하는 유저가 있다면 한 손을 모두 쓰면 되고, 상대 팀에 승급하는 유저와 수문장이 함께 있다면 정글 몬스터들을 부려 우리 팀의 넥서스를 백도어시키면 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수문장들은 금세 지쳐 포기하게 됩니다. 또한 어떤 챔프를 인기있게 만들고 싶다면 그 챔피언으로 매드무비를 두세개 찍으면 되고, 너프시키고 싶다면 한달 정도 그 챔피언만 플레이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는 LOL의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로, 후세에 누군가가 나와 같은 방법을 쓴다면 LOL 전체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슈퍼 계정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벵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슈퍼계정을 줄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한손만으로도 롤챔스 결승전이나 플레이오프에서 KT나 CJ를 만나더라도 역스윕할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계정은 라이엇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이미 슈퍼계정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능력에 의지해서 게임을 한 까닭으로, 하는 게임마다 승리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라이엇에서 정글 관련 패치를 하자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롤잘알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어찌 게임 회사의 일에 일개 유저가 관여할 수 있겠소? 나는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라, 대리기사를 했다면 수천을 벌었을 것이오, LPL에 진출했다면 수억을 벌었을 것이오. 내가 그 많은 제안을 모두 뿌리친 것은, 아직도 소환사의 협곡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이기 때문이오."
김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김씨는 본래 라이엇 밸런스 팀의 메들러와 잘 아는 사이였다. 메들러가 당시 밸런스 팀의 팀장이 되어서 김씨에게 시즌 6 패치를 하는 데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김씨가 벵기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는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메들러는 함께 가자는 모렐로도 물리치고 김씨만 데리고 걸어서 벵기를 찾아갔다. 김씨는 메들러를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벵기를 보고 메들러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벵기는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김씨는 메들러를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벵기는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메들러가 방에 들어와도 벵기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메들러는 몸둘 곳을 몰라하며 라이엇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벵기는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밸런스 팀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라이엇의 신임받는 직원이로군. 요즘 LOL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리와 핵 아닌가? 내가 각지에서 전문 프로그래머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라이엇 본사에 요청하여 핵 프로그램 차단 프로그램을 만들고, 로그인 시 MOTP를 쓴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대리를 근절시킬 수 있겠느냐?"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벵기는 외면하다가, 메들러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각 티어의 밑바닥 사람들은 괜히 심술을 부려, 아래 티어에서 승급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트롤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
너는 라이엇에 청하여 리폿 시스템을 강화하여 고의 트롤러들을 더욱 빠르게 처벌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
메들러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챔피언들이 고루 픽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요릭이나 뽀삐 등 잊혀진 챔피언들의 새로운 스킨을 만들어 장인들에게 기쁨을 주고 조금이라도 픽률을 높일 수 있겠느냐?"
메들러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스킨 제작비도 있는데, 그런 챔피언의 스킨을 만든다고 해도 아무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게임이 흥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가 지나치게 어긋나서는 안 되고, 고착화된 몇몇 캐릭터들만이 보여서는 안 되는 법이다. 라이엇에서 지난 몇 년 간 리븐이 지나치게 강력하여 꾸준히 너프해온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과 정글, 미드를 불문하고 꾸준히 롤챔스에 나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브론즈부터 첼린저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리븐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은 없게 되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이기면 내 덕, 지면 팀 탓'을 시전하며 다른 9명의 유저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CC기 하나만 보고 뽑는 노틸러스도 하드CC는 Q와 R 두개 뿐이고, 라인전에서 버티기만 해도 선방인 말파이트의 쉴드는 조건부 패시브이며, 쉔의 쉴드는 트롤이 아니고서야 올리지 않는 AP 계수가 달려있고, 요즘 각광받는 피오라는 쿨 짧은 이동기가 있는 대신 대규모 한타로 가면 쉽게 죽는 경향이 있다. 라인전이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다리우스는 갱이 오면 회피할 도리가 없으며, 초반 한타에 강점이 있는 레넥톤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고기방패로 전락하고, 블라디미르와 같은 중후반 왕귀형 챔피언들은 대부분 초반 라인전에서 크게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븐은 광역 에어본과 광역 스턴이라는 사기 CC를 두 개나 갖고 있으며, 갱이 오더라도 4단 대쉬를 통해 쉽게 빠져나가고, 쿨타임이 매우 짧은 AD 계수의 이동기+쉴드도 갖고 있으며, 모든 스킬이 광역으로 들어가고, 라인전에서도 한번의 딜교환으로 게임 내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Q 3타나 W만 광역으로 맞춘다면 한타를 뒤집을 수 있고, 여러 경기에서 보았듯 펜타킬을 기록할 정도로 중후반 왕귀력이 뛰어난 챔피언이다. 그야말로 노틸러스, 쉔, 피오라, 레넥톤, 블라디미르, 다리우스, 말파이트의 강점만을 모아놓은 챔피언인데, 밸런스 붕괴의 주범인 리븐을 삭제해 버린다면 많은 유저들이 기뻐할 것이고, 리븐을 하는 정신병자들을 협곡에서 쫓아냄으로써 게임이 매우 깨끗해질 것이고, 대리기사의 리븐에 찢기다 못해 롤을 접었던 선량한 사람들까지도 돌아올 것이다. 너는 라이엇에 요청하여 리븐을 삭제할 수 있겠느냐?
메들러는 힘없이 말했다.
"그렇지만 리븐 매드무비는 홍보에 힘이 되고, 전투 토끼 리븐 스킨이 얼마나 잘 팔리는데, 과연 라이엇에서 리븐을 삭제하라고 하겠습니까?"
벵기는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밸런스 팀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새로운 챔피언은 모든 면에서 사기 챔피언으로 만들고, 온갖 너프를 먹여 관짝에 쳐넣은 뒤, 리메이크해서 다시 사기 챔프로 만들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너프와 함께 새로운 스킨을 출시하는 것을 보니 그것이야말로 장사치나 하는 짓이고, 꾸준히 고승률 고픽률을 자랑하는 리븐은 손도 대지 않고 방금 관짝에서 나온 애꿎은 스카너나 갱플랭크, 다리우스와 같은 챔피언들만을 너프한다면, 대체 무엇을 가지고 밸런스를 맞춘다는 말인가? 눈쟁이는 리메이크 전 갱플랭크로 수많은 매드무비를 찍었고, 페이커는 미드 탐켄치까지 하면서 스스로 밸런스를 맞추고 잇다. 이제 시즌 6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그까짓 챔피언 하나를 삭제하지 못하고, 또 선량한 유저들을 위해 핵과 대리, 심지어는 고의 트롤링조차도 줄이기는 커녕 늘어나고만 있는 딴에 새로운 시즌을 연다는 말이냐? 내가 네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직원이라 하겠는가? 라이엇의 밸런스 팀이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눈덩어리로 머리를 깨버려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누누 피규어에 들려있는 눈덩이를 뽑아 던지려 했다. 메들러는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LOL에 접속해 보았더니, 협곡이 텅 비어 있고, 벵기는 간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