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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출 휴가 나가기까지 벌써 4일밖에 안 남았네요.
물론 지금은 전역하신 군필자 여러분들께서 보시기엔 이제야 어깨 위에 묻어있는 디지털도 채 털어내지 못한
아직도 예비군도 안 끝난 솜털로밖에 안보이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전 지금 제가 말출 휴가를 나갈 예정이라는게 너무 기쁜걸요!
그래서, 군부대에서 썼던 글들을 조금 올려볼까 합니다. ㅎㅎ
이제 막 펜대 잡아보겠다고 설치는 서투른 글이긴 하지만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
텅 빈 허공을 채우기 위해
제 자신을 실오라기 풀어헤치듯 퍼지는 담배연기를 보고 있노라니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죄송합니다.
허공을 향해 풀어헤쳐진 저 실오라기.
머나먼 발치에서 그 존재를 파악하노라면
제법 향긋한 그 냄새에 이끌리지만
가까이 접근하면 그것의 독한 기운에 뒷걸음질 치게 된다.
아닙니다.
우습지 않은가?
그것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에 끌려 가까이 다가왔더니
되려 그것이 단점이 되어 뒷걸음질 치게 되는 그것이.
잘못 했습니다.
그래서 담배연기는 제법 사람과 같다.
어떤 사람의 매력에 끌려 그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 사람의 단점에 질려 뒷걸음질 치게 되고
무엇보다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지만
마냥 사람에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잘 못들었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에 의존하게 한다는 점에 있어선
사람으로 하여금 홀로설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사람은 다른 무언가에 기댈 줄 아는 생명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홀로설 줄도 알아야 하는 생명이다.
아닙니다.
-제목「너 지금 나 얘기하는데 어디 쳐다보냐고.」
어렸을 적, 나는 눈을 좋아했다.
새파란 하늘이 흐려지고
이윽고 새하얀 눈뭉치로 흐린 하늘을 채우길 원했다.
부드러운, 하지만 너무도 차가운
아름다운 장점과 괴로운 단점을 갖춘 눈이 하늘에서 내리면
그것이 바닥에 가득 쌓여 그 부드러움으로 세상을 감싸길 원했다.
부드러움에 대한 결핍으로 인한 집착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한 때에 그칠 즐거움이기 때문이었을까?
바닥에 눈이 가득 쌓이면, 때론 바닥에 나 홀로 드러누워 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코트에 달린 후드를 쓰고 바닥에 누우면
차가운 한기마저 잊을 부드러움이 나를 맞이하고
이내 땅에게 안긴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렇게 땅에 안겼던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제나
겨울이 오면 눈이 가득 쌓여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이다.
에라이 니미 썅지랄같은 새끼야
-「제목: "눈을 쓸라니까, 왜 자꾸 얼을 타 얼을."
"죄송합니다. 바로 쓸겠습니다."」
왕관의 가치는 그것을 구성하는 물질이 만들어내지 않는다.
왕관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것을 쓴 사람을 드높인다는 점에 있다.
놀랍지 않은가?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그저 잘 만든 공예품에 불과하다.
금, 혹은 은을 녹여 거푸집에 붓고.
그것을 다듬고 보석으로 장식하여 아름답게 꾸민
머리 위에 쓴다는 점에서 모자와 무척이나 비슷한
그저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비싼 공예품 말이다.
그리고, 그 값비싼 공예품, 왕관을 머리에 쓴 자는 육체적 노동으로부터, 불편함으로 부터, 그리고 굶주림으로부터 해방된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그것이 해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육체적 노동이 채웠어야 할 그의 자리엔
그의 안락함과 배부름에 뒤따르는 책임이라는 것이 새롭게 자리잡게 되니까.
그렇다.
왕관의 가치는 그 책임으로부터 나온다.
왕관에 책임이 빠진다면, 그것은 완장만도 못한 공예품이 될 뿐이다.
따라서 책임의 무게는 그만큼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책임의 무게가 바로 왕관의 무게.
따라서, 우리는 누구라도 보이지 않는 왕관을 짊어질 수 있다.
그것을 짊어지고 말고는 선택 여하의 문제일 뿐.
-「"그러니까, 사이트 가방에는 그만한 책임의 무게가 있다 이거지. 잘 알았으면 불만 꺼내지 말고 그냥 가자."
"양심이 있으면 싸포 메십쇼. 어디 사람이 그런 말을 함부로 해."」
제법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빨갛게 물든 단풍에
그리고, 결국엔 떨어져 바닥을 수 놓은 단풍에
어째선지 허망하다는 느낌만이 들었다.
그러다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듯한 깨끗한 단풍 하나가
문득 눈에 밟혀 길가에 멈춰서 멀뚱히 바라보니
어쩐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주우려던 중
나의 행동이 참 보잘것 없게 느껴져
입맛만 다시고서 기약없는 재회를 나 홀로 약속하고서
허망하게 아름다운 낙엽을 뒤로했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아쉬워 고개를 돌려 그것을 다시 바라보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지 않나, 그런 다시 한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망설임을 한껏 담아놓은 나의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한낱 낙엽 따위에도 쉽게 기울어버리는 나의 무가치한 미련 때문인지.
-제목「"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시발."
"입 다물고 낙엽 빨리 쓸어. 언제까지 여기서 찬 바람 맞고 있을래?"
"예, 알겠습니다. 빨리 쓸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느 평범한 가정집. 「김 올해로 나이가 열 일곱 되는 소녀」(17. 여고생)가 자신의 집에 들어선다.
"오라버니. 집에 계십니까?"
"무슨 일로 이리 시끄럽게 오라비를 찾느냐?"
남자의 이름은 「김 죠스타. 죠셉 죠스타. 죠죠라고 불러줘.」(20. 감자크로켓). 보다시피 갓 여고생이 된 소녀의 오빠 되는 사람이다.
아무튼 남자의 물음에 소녀는 공손히 답하였다.
"오라버니. 송구하지만 저에게 약간의 금전을 쥐여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지금 저의 급우와 급한 약조가 있어 만나봐야 하거늘, 안타깝게도 저에게 지금 돈이 없습니다. 만일 제게 돈을 빌려주신다면…."
"어림없는 소리 말거라. 이 오라비는 돈이 궁한 사람이니라."
"…그러실 줄 알았나이다."
소녀는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꺼내든다.
뜬금 없는 소녀의 행동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그것이 무엇이냐?"
"오라버니의 소중한 전자계집의 새 집입니다."
"무어라?!"
자신의 여동생의 말을 듣자마자 남자는 부리나케 자신의 컴퓨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남자의 소중한 폴더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공허한 자신의 폴더를 확인한 남자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여동생에게 물었다.
"이 여우처럼 요사스럽고 잔망스러운 것…! 감히 오라비를 겁박하는 것이냐?"
"겁박하는 것이 아닙니다."
"헛소리! 이것이 나를 겁박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더냐? 돌려 말하지 말고 그것을 내놓거라!"
"…금전을 조금만 주시겠습니까? 그리하면 이들은 다시 오라버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남자는 자신의 지갑에서 오늘밤 자신의 계정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금전 25000원을 무겁게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전자계집들은 구하기 힘든 희귀자료였으니 말이다.
"호호호~. 감사히 잘 사용하겠나이다, 오라버니!"
"육시를 낼 것! 내 이번 일을 잊지 않을 것이야!"
"할 수 있거든 해보십시오! 그 저장 매체의 용량이 얼마인지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남자는 USB 메모리의 겉면에 적힌 용량을 읽을 수 있었다. 4 GB. 남자의 소중한 전자계집은 아직 완전히 그의 곁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 이이!!"
"잘 알겠거든 어여쁜 동생에게 줄 금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호호호호!"
그리곤 남자의 여동생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자는 분하고 또 분하여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을 쾅쾅 울리며 울분을 표출했다.
"이 나쁜 것! 더러운 것! 거열형에 처해도 속이 시원하지 못할 치사한 것! 어찌 감히 제 오라비의 것을 건드리고, 그것으로 겁박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 답답하다! 너무도 분하고 억울하여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이 답답함을 주체할 수 없다!"
"그 주둥아리를 다물어라, 이놈! 아파트에 네놈만 사느냐?"
"그쪽이야 말로 그 입 닥치시오!"
"아니 이놈이? 목소리만 들어도 딱 젊은 놈이라는 티가 나는 놈이 어찌 웃어른에게 말본새를 그따위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동방예의지국 조선이라는 말도 옛 말이로다! 한심하고 또 한심하여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다!"
"그쪽은 자신의 친지에게 전자계집을 잃어본 적이 없소? 있다면 제발 그 입을 다물어 주시오! 부탁이오!"
그 말에 아랫집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떨구더라.
출처 | 나으 얼굴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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