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귀님의 정부와 언론의 갈등 유발 의제 설정의 스압 반론입니다.
"운전기사는 타이어를 갈 생각은 안 하고, 운전대를 놓지 않고 지킬 생각만 합니다. 조수석에 앉은 이들도 타이어를 갈 생각은 안 하고, 운전대를 뺏을 생각만(이를 위해 우선 조수석을 지킬 생각만) 합니다. "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비교 인가요? 흔하디 흔한 정치인중에 뽑을 놈 없고 다 똑같다라고 비유해서 쓰신 것 맞습니까?
솔직히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작성자님 같이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언론에 관계된 사람들은 참 양비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양비론을 통해 자신이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비론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흔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양비론은 중립을 지키는 듯하지만 사실은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공격하는 행위입니다. 양비론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방해하여 과실이 큰 집단을 비호합니다. 양비론은 모두가 잘못했으니 모두가 양보하자는 현실성 없는 주장을 통해 의사결정도 가로막죠.
양비론과 비슷한 개념으로 양시론도 있습니다. 두 의견이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너도 옳고, 쟤도 옳고, 왜 둘 다 옳다고 하냐고 따지는 아내의 말도 맞다는 황희정승의 일화가 대표적입니다. 근본적으로 양시론은 양비론과 다르지 않죠. 두 세력 사이에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을 생각해봅시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대다수 언론과 지식인들은 사업주와 노동자 양쪽을 비판합니다. 파업의 빌미를 제공한 사업주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파업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노동자도 문제라는 식이죠. 이것이 과연 중립적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역관계는 명백합니다. 자본을 소유한 기업이 우세를 점하는 게 기본이죠. 따라서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헌법은 노동자에게 파업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파업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를 억압하며, 국가 역시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자의 파업을 숱하게 가로막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우세한 상황에서 양쪽을 비판하면 결국 누구에게 유리하며 누가 더 큰 타격을 입을까요? 당연히 노동자에게 불리합니다. 이 상황에서 양비론은 양쪽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기업편에서서 재벌의 손을 들어주는 비열한 논리입니다.
양비론은 불의에 눈 감기 때문에 당연히 해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양비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죠. 작성자님이 본문에 언급하셨듯이 조수석과 운전석에 앉은 두 사람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빗대어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비론은 대립하는 양측을 똑같이 비판하기 때문에 누가 옳은지, 누가 잘못했는지 가릴 수 없게 합니다. 양비론은 찬반 대립구조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토론을 가로막고 의사결정에 장애를 조성합니다. 또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게 하여 결과적으로 과실이 더 큰 쪽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학자의 귀님과 같은 양비론자들은 밑에서 격조있는 비판
(해당 글의 링크)운운하듯이 너도 맞고 쟤도 맞고 모두가 잘못했으니 모두가 반성하고 한 발씩 물러서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고 합니다.
(해당 글의 링크) 밑에서 김한길에게 18원을 보낸 후원 행위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한마디로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 입니다. 김한길이 그동안 저질렀던 배신과 분열, 여당이 날치기를 하고, 노동개악법을 직권상정하여 강행하는 이유가 대화와 협상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작성자님이 말씀하시는 대화와 협상이 될 리가 없습니다. 양비론은 결과적으로 여당과 기득권과 재벌들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죠.
또 다른 네임드 양비론자인
'운명처럼사라진'이라는 사람도 흔히 이렇게 주장합니다. 어느 한쪽, 안철수만 비판하면 단결을 못하고 분열할 텐데 그게 더 문제 아니냐는 것 입니다. 틀렸습니다. 비판 때문에 분열할 집단이라면 비판을 하지 않고 문제를 덮어둔다고 해도 결국 분열하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당 차원, 혹은 성격이 다른 정치 집단의 통합 및 연대에서 공통점을 강조하고 차이점을 뒤로 미루는 것은 중요합니다. 설혹 잘못이 있거나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단결을 해치면서까지 이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문제를 적당히 덮고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안철수와 문재인의 관계같은 밑도 끝도 없이 대립이 격화된 상황에서 양비론을 펼친다고 해서 단결이 유지된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밝혀 잘못한 쪽이 반드시 승복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설사 분열은 피한다 하더라도 전체 집단은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가버리고 연대연합은 무의미해지고 맙니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리멸렬한 지지율과 내부 결속이 없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가 큽니다. 오죽하면 유시민 작가조차 이 당은 희망이 없다라고 했을까요?
'운명처럼사라진'님과 학자의귀님과 같은 양비론자들의, 정치에서의 양비론 즉 "그 놈이 그 놈이다"는 논리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 혐오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무관심에 빠질 때 누가 이익을 취했는지 역사가 말해주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양비론이 설 자리를 마련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에는 온라인 입당 열풍과 같이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