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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여름.
날씨는 더운데 할 일은 없어 심심하던 차에
함교에서 나를 찾는 방송이 들렸다.
그것도 함장명으로...
이건 또 뭔 일인가싶어 잽싸게 뛰어 올라갔다.
"필승!!! 부르셨습니까?"
"어 글로. 왔나?"
"네. 근데 왜 부르셨습니까?"
"너 지금 할 일 있나?"
"아니오. 없는데요"
"그럼 갑판선임하사랑 같이 갑판수병들 몇명 데리고 함수에 가서 그물 좀 끌어올려라"
"네? 그물을요?"
"어"
"그거 끌어올리면 안될텐데요..."
"안되긴 임마"
"아니,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인데 그걸 끌어올리면..."
" ㅋㅋㅋㅋㅋㅋ 폐그물이다. 걱정 마라"
"아..."
우리 항로상에 폐그물이 떠다니고 있으니 그걸 건져내라는 말씀이었다.
근데 그게 왜 하필 나냐고...
그것도 직접 방송까지 해서 나를 콕!!! 찍어 주실 것 까지야...
어쨌거나 나는 함장님의 지시를 받아 갑판수병들을 데리고 함수로 갔다.
함장님의 지시로 배도 정지를 시켰기 때문에
기관장(소령)까지 함수에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함장님은 윙브릿지에서...
폐그물은 생각보다 꽤나 무거웠다.
사조묘로 그물을 걸어 끌어올리는데도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다.
하는 수 없이 윈드라스를 이용해 사조묘를 걸었던 부분까지만이라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남은 부분이 문제였다.
계속해서 윈드라스를 썼다간 폐그물이 윈드라스에 감기게 되고
그렇다고 힘으로 하자니 사람의 힘으로는 무리고...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일단 끌어올린 부분이 다시 떨어지지 않게 한쪽에 고정시킨 다음
그물의 나머지 부분에 사조묘를 걸어 윈드라스로 인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번을 하면 쉽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윙브릿지에서 지켜보던 함장님과 기관장님의 박수까지 받으며
우쭐해져서는 서커스 단원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듯
우스꽝스러운 쑈까지 해가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제 머릿속에 그렸던 방법대로 실행을 할 차례다.
그물을 고정시켜놓고 다른쪽에 사조묘을 걸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 봤다.
그런데...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싱싱한 횟감, 아니 방어들 수백마리가 떼를 지어 그물 아래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은 이상 그 방어를 잡을 방법은 없었다.
우리는 아쉽게 군침을 흘리며 그물 인양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드디어 천신만고 끝에 그물 인양작업이 끝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폐그물에다 원망의 발길질을 해댔다.
그런데 그때...
팔뚝만한 방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물을 뒤적여 방어를 꺼내서 눈이며 여러 상태를 보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상태였다.
흥분한 우리들은 폐그물을 뒤져 또 다른 방어를 찾았으나 더이상의 방어는 없었다.
일단 사관당번을 불러다 함장님 매운탕이나 끓여드리라며 방어를 주고
다시 한 번 아래를 쳐다봤다.
여전히 그곳에는 싱싱한 횟감, 아니 방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기관장님과 함장님을 번갈아 쳐다봤다.
두 분도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나는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어이 독백을 하듯 기관장께 한마디를 했다.
"아~~~ 낚싯대만 있으면 훌치기로 한마리쯤 낚을 수 있을텐데..."
"배에서 낚시하면 안 되는거 모르나?"
"그건 알지만... 저것들을 그냥 두고 가기가..."
"야. 낚시 말고 다른 방법은 없겠냐?"
윙브릿지에서 상황을 지켜보시던 함장님도 한말씀 거드셨다.
"기관장! 낚시 잘 하는 선임하사들 몇명 나오라고 해서 얼른 몇마리 잡으면 안되겠냐?"
"에이~~~ 안되는 거 뻔히 아시면서..."
"그렇지?"
하지만 기관장님의 표정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나긴 매 한가지였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아... 이 그물을 던져서 끌고 다니면 몇마리 잡힐 것도 같은데..."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내 옆에 계시던 기관장님이야 그렇다고 쳐도
윙브릿지에 계시던 함장님이 나의 혼잣말을 듣고
기관장님과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기관장! 그건 가능하겠지?"
"아 뭐... 그물이 풀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만 시켜 놓는다면야..."
"글로!!! 들었지? 그물 안 풀리게 단단히 잘 묶고, 기관장은 배 출발할 준비 해."
"네!!!"
그렇게 우리는 기껏 끌어 올린 그물을 다시 바다에 던졌다.
그리고 방어떼의 움직임을 살펴가며 한참을 끌고 다녔다.
아마 사령부나 전단에서 우리 배의 움직임을 봤다면
저것들이 뭐하나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끌고 다닌 뒤,
이제는 됐겠지 싶어 다시 그물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야속한 방어들은 한마리도 그물에 걸려주질 않았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폐그물을 한쪽으로 잘 치워놓고 다시 정상항로로 복귀했다.
그날 저녁, 방어 매운탕은 함장님의 지시로
사관실과 CPO(원.상사)실에서 반땅을 해서 사이좋게 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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