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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내 머리가 이상한가?’
“십자 그은 마음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애플잭은 눈을 번쩍 떴다. 저 목소리…굉장히 친숙하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자신이 더이상 어젯밤 누워있던 동굴 바닥에 있지 않음을 깨닫고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 사방이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건 끝없이 이어지는 푹신한 흰 구름 뿐이었다. 이상한 생각에, 한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온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솜털같이 흰 구름 위에 네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하늘 나는 소망이”
이번엔 결코 착각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차갑고 단조로운 목소리가 그녀 주위에 메아리치는 듯 했다. 애플잭이 아는 포니들 중에 그런 말투를 가진 이는 없었다. 수수께끼의 뿌리를 캐기 위해, 그녀는 목소리가 어디로부터 들려오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지금으로선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무작위로 방향을 정하여 그곳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순간 머릿속에 잡생각이 떠올랐다. 그녀의 발굽이 아프지도, 조금 쑤시지도 않았다. 이상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빠르게 치웠다. 내 발굽이 아플 이유가 뭐가 있지?
“내 눈 속에”
저기 있었구나! 바로 저 앞의 한 형상을 발견하자 애플잭은 걸어가는 속도를 높였다. 메아리 같은 소리를 찾을 많고 많은 길 중에 맞는 곳을 단번에 찾았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 방향이 느낌상…그냥 옳은 것 같았다. 다행히 그 느낌을 따른 보람이 있었다. 멀리 떨어진 형체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세부적인 모습이 눈에 분명해졌다.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실은 말하던 이가 포니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모습이었는데, 그 포니는 애플잭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고, 암말이었으며, 갈기는 크고 꼬불꼬불했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 이상한 포니의 정체가 분명해지는 - 색깔이었다. 밝은 분홍빛 털, 그리고 갈기엔 살짝 짙은 분홍색. 애플잭이 아는 포니 중에 그런 색을 가진 이는 오로지 한 명 밖에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애플잭은 아직도 등을 돌리고 있는 핑키 파이 뒤에 도착했다. 애플잭은 핑키의 어깨에 앞발을 천천히 뻗었다. 그러자 핑키는, 메아리치듯 울려퍼지는, 불안하게 음산하고도 단조로운 말투로 말했다.
“컵케익 넣기”
애플잭은 앞발로 핑키의 어깨를 잡고 얼굴이 보이도록 돌렸다. 만약 공복이 아니었더라면 그 순간 구름 위에 먹은 것을 다 토할 뻔 했다. 핑키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붉은 강물은 그녀의 가슴과 앞다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앞쪽 갈기는 전부 끈쩍이는 붉은 피에 젖어 머리에 딱 붙은 채로 엉켜 있었다. 그 많은 피는 머리 위에 난 심각하게 큰 상처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흉측한 상처에서 쏟아지는 피는, 얼굴과 몸의 앞면을 타고 흘러내려,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애플잭을 가장 당황하게 했던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핑키는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귀까지 걸린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즐거운 표정의 정반대였다. 핑키 파이의 삶을 정의했던 행복한 생명력이 사라진, 회색 빛 두 눈은 분명 죽은 자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에 생각이 덜컥 멈추어버린 애플잭은, 핑키가 다시 입을 열자 화들짝 놀랐다. 여전히 단조로우면서도, 무감정한 핑키의 목소리에는 한때 충만했던 기쁨이 결여되어 있었지만, 그녀 특유의 말투는 그대로였다.
“걱정마 AJ, 앞으로는 모든게 복숭아처럼 새콤달콤해질거야. 두고 보라구.”
메아리치는 핑키의 목소리에 반응하기도 전에 애플잭은 아래로 떨어졌다. 구름에서 걸을 수 있게 해 준 것이 뭐든 간에 작동을 멈추었는지 그녀는 무게추처럼 구름 속으로 푹 꺼졌다. 한 쪽 발로 머리 위의 모자를 잡은 채, 그녀는 저 멀리 작아지는 구름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애플잭은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면서도 구름에 난 구멍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구멍 속에선 여전히 커다란 미소와 죽은 두 눈을 한 그녀의 친구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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