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새로운 야구장 명칭에 시민들 의견이 분분하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광주 새로운 야구장 명칭을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로 하기로 하고 이를 광주시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구장 명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광주시민 입장에서는 새로운 야구장의 명칭에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하다. 새로운 야구장이 개장하면 철거될 무등구장의 향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시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빠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명칭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 스포츠계에 흔치 않은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구장 명칭 사용권)'의 모범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광주광역시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광주 야구장을 건설하면서 기아자동차가 건립비용 300억 원을 부담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는 야구장 운영권을 25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와 함께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까지 얻개 됐고, 구장명에 기업명이 들어가게 된 것.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는 미국이나 유럽 등 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한 국가에서는 지극히 보편적이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장은 네이밍 라이츠를 사용하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나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의 구장만 보더라도 네이밍 라이츠를 쓰는 곳이 많다.

물론 뉴욕 양키스(양키 스타디움)나 LA 다저스(다저 스타디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올드 트래포드), 리버풀(안필드), 레알 마드리드(산티아고 베르나베우), FC 바르셀로나(누캄프)처럼 네이밍 라이츠를 팔지 않는 구단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구단의 전적인 자유의지 때문이지 인식이 부족하거나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한국에도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올림픽공원 제2경기장을 개조한 SK 핸드볼경기장만 하더라도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의 좋은 예다.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 협상을 위해 지역 기업을 알아보고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네이밍 라이츠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을 개조한 우리금융아트홀이나 예술의 전당에 있는 IBK챔버홀과 CJ토월극장 모두 기업에서 비용을 부담한 대가로 네이밍 라이츠를 얻어낸 예다.

결국, 광주의 새로운 구장 명칭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네이밍 라이츠에 대한 인식 부족일 수밖에 없다. 기아자동차가 300억 원을 부담하지 않고도 스타디움 네이밍 라이츠를 얻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정당하게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밍 라이츠에 의한 구장 명칭 외에 별도의 정식 명칭을 정할 필요는 있다. 맨체스터 시티 홈구장 이티하드 스타디움의 원래 명칭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벌어질 때는 이티하드 스타디움으로 불리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경기나 올림픽 등이 열린다면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불려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명칭이 알리안츠 아레나지만 2006 독일월드컵과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는 이 명칭을 쓰지 않고 뮌헨 스타디움으로 통일된 것도 같은 이치다.

광주의 새로운 야구장도 프로야구 경기 용도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 행사에서 사용될 수 없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외에 별도의 명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명칭을 광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들어내면 된다. 네이밍 라이츠에 의한 이름을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네이밍 라이츠의 적용을 받지 않을 때 쓰이는 또 다른 멋진 이름만 만들어낸다면 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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