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많은 쟁쟁한 성우들한테 단역을 주고 몇 시간 연습한 비전문가한태 주연을 주는 것 자체가 시청자를 우롱하는 거다 이 자식들아.”(트위터 @Aquaboros)
MBC 예능 무한도전이 26일 방영한 ‘주말의명화’편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단번에 주연을 차지한 것은 성우들의 전문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과, 외화 더빙이 사라져 가는 추세에 10시간이 넘는 수고로 영화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조명했다는 찬사가 엇갈린다. 하하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 등 무한도전 멤버들은 추석연휴 TV에서 방영될 영화 ‘비긴어게인’의 한국어 더빙을 시도했다. 이우신 최석필 김영선 방성준 등 쟁쟁한 성우들이 멤버들의 멘토가 되어 영화 안의 목소리로 변신하는데 도움을 줬다. 더빙을 함께 한 성우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캐릭터를 자세히 분석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한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외화 더빙은 TV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다. 무한도전의 테마 제목이었던 ‘주말의명화’ 자체가 사라졌고, KBS에서는 토요명화이 없어진지 오래됐고 명화극장도 정규편성에서 빠졌다. 공중파방송에서는 외화드라마도 거의 사라져 성우들의 더빙을 감상할 기회를 찾기 힘들다. EBS와 OBS가 꾸준히 주말마다 영화를 방영하지만, 대부분 자막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특집으로 편성되는 영화에 가끔 더빙이 시도되는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무한도전이 추석에 방영될 외국 영화에 더빙을 시도한 것은 신선했다. ‘유튜브 녹음하는 남자’라는 닉네임을 쓰는 트위터 이용자는 “무도에서 외화더빙으로 비긴어게인을 방영했다”며 “기쁘다”고 소감을 적었다. 닉네임 딩푸도 “무도가 더빙을 안했으면 아예 외화 더빙이 안됐을건데”라며 “시청률이 안나와서 외화 더빙을 아예 안하는 판국에 무한도전이 더빙을 하니까 외화더빙이 하나 생기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방송 내용이 성우는 들러리가 되고 무도 멤버가 주연이 되면서 더빙의 의미를 재조명하기보다는 예능 아이템으로 소비했을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무도가 외화 더빙 끊어진 방송사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마련한 특집이었더라도 그들이 굳이 주연을 맡을 필요는 없잖은가. 성우가 만만해? 단역하면 안 돼? 비전문가의 더빙연기 틀면서 특집 기획해서 더빙외화 걸었으니 잘했다는 거야? 칭찬해야 해?”(@iamcrazysun)
“이번 무도는 엄밀히 말해 성우와 우리말 녹음 작업만을 깔아뭉갠 게 아니라 해외 영상작을 멸시한 셈. 우리의 여흥과 오락을 위해 너네 작품은 엉망이 되든 어떠냐, 화제가 되게 띄워주니 고마워나 해라 이런 거.”(@worrynet)
“무한도전 취지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다만 정말로 비아마추어의 저 주연작을 정규편성에 넣는다면.... 헐 아니 진짜 헐.... 그런 식의 홍보를 원했다면 굳이 주연일 이유가 없다니까.”(@aquaboros)
무한도전 멤버들이 더빙에 참여한 ‘비긴어게인’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9일 밤 11시1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