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8개월… 딸은 정신병원에, 온가족이 망가졌다
[기사 본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02/2012010200048.html 어느 중학생 엄마의 절규
가해학생 먼발치서만 봐도 아이 가슴은 쿵쾅, 오줌 싸… 엄마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고3 언니도 대입 망치고
학교·가해자측 문병은커녕 피해 보상 요구하자 "딸 팔아먹으니 좋으냐"
"그날 이후 나는 딸을 잃었고 우리 가족은 망가졌습니다. (딸이 왕따 폭력을 당한) 2010년 11월 8일을 결코 잊을 수 없어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다 정신병(외상후 스트레스장애)까지 앓은 딸을 둔 어머니 조모(53)씨는 울분을 토했다. 2010년 경기도 용인시 N중학교 1학년이던 둘째 딸 이모(15)양은 입학 직후부터 8개월간 따돌림을 당했다.
이양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친구 한 명이 "답안지 보고 풀었지? 답안지 베끼는 애"라고 소문을 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다른 친구들도 '커닝걸' '더럽다' '감염자'라고 계속해서 놀렸다.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져, 아이들은 이양의 머리나 등짝을 툭툭 쳤고 남학생들은 발로 차기까지 했다.
이양은 가해 학생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 거렸고 선 채로 오줌을 싸기도 했다. 이양은 선생님도 미웠다. 이혼해 따로 사는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담긴 USB를 가해학생인 △△양이 창 밖으로 던져버렸을 때, 선생님은 "USB가 얼마지? △△아, 돈 줘라"고 말했다. 왕따 폭력이 8개월 지속되던 그해 11월 8일, 여학생 5명이 이양을 둘러싸고 머리, 등, 발을 수없이 때렸을 때도 "너희들 모두 잘못했다"며 이양까지 반성문을 쓰게 했다.
결국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한 이양은 한 달여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조씨는 딸을 간호하느라 근처 찜질방에서 며칠씩 밤을 지새웠다. 남편과 이혼한 뒤 정수기 관리일을 하며 어렵게 살던 조씨는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이양은 당시 고3이던 언니에게 "왜 나를 지켜주지 않았냐"고 울부짖었다. 동생일로 충격을 받은 이양의 언니는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어 그해 수능시험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머니 조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직장을 그만둔 탓에 수입이 없어 전세에서 월세로 바꿔가며 이사를 네 번이나 해야 했다. 현재 조씨의 몸에는 셀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 딸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져 손톱으로 꼬집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 자기 몸에 상처를 낸 것이다. 이양은 퇴원한 뒤에도 키우던 고슴도치를 갑자기 벽에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교장과 교사 등 학교에선 누구도 딸을 보러 오지조차 않았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조씨에게 학교 측은 "돈만이 목적이냐"고 했고, 일부 가해 학생 부모들은 "딸을 팔아먹으니 좋으냐. 5000만원 줄 테니 운동장에서 분신자살하라"고 막말을 했다.
경제 형편이 점점 어려워진 조씨는 결국 가해 학생 14명의 부모들로부터 최근 2000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지금 사는 집 월세도 그 2000만원으로 내고 있다. 내가 정말 딸을 팔아먹은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고 흐느꼈다.
교육청도 교사 징계를 할 일이 아니고, 가해 학생들의 전학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겼다. 가해학생은 교내봉사 1주일의 처분만 받고 학교를 여전히 다니고 있다. 이양의 담임이었던 A교사는 "가해학생이 전부 우리반도 아니었고 학년도 바뀌었기 때문에 이양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씨는 작년 3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고 했다.
"올해 딸아이를 복학시켜야 할지, 아니면 아예 전학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왕따 폭력은 소문이 금방 난다는데 (내 딸이) 어디엘 가도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