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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3431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11
    조회수 : 2687
    IP : 211.168.***.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01/29 12:40:54
    http://todayhumor.com/?panic_63431 모바일
    [펌/BGM] 구미호
     
     
    구미호
     
     
    반찬이 없던 아침 라면이라도 사갈겸 부랴부랴 엘레베이터를 탔다.

    "물러 가주세요.!"

    폴리스 라인 노란선 밖에서 아파트 주민이 전부다 나온듯한 인파가 몰렸다. 사람들의 말 소리 때문에 여기가 시장인지 아파트 단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고.. 세상말세야 말세!"

    무슨 일인지 싶어 수많은 인파를 헤집고 폴리스 라인 선까지 다가갔다. 거기엔 창자를 적나란하게 드러내며 주위엔 피비린내가 났고 이내 구역질을 겨우겨우 참아냈다.

    "무슨 일이죠?.."

    내 옆에 있는 덩치 좋은 아줌마에게 물었다.

    " 아이고 총각!! 살인사건이야 살인사건.."

    살인사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무모한 짓이 우리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얼핏보면 높은곳에서 뛰어내린 시체라 해도 믿을정도로 시체의 훼손도는 심했다. 얼굴이 반쯤 일그러져 있었고, 사지는 온통 다 비틀려 연체동물을 연상시켰으며 배에는 하수구 맨홀만한 구멍이 나 장기가 다 흘러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죽일수 있단 말인가?.. 정녕 그 살인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싸이코패스란 말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희열의 악마란 말인가?..

    도저히 사람의 소행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체는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그 시체를 조금이라도 더 보면 아침을 먹기전에 위액을 전부다 토해내 아침을 소화시키지 못할것 같았다.


    "밑에 무슨 일이에요?"

    라면을 사고 들어오자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관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인사건이래.. 진짜 사람이 한 짓이 아닐 정도로 훼손된 시체.."

    내 말을 들은 아내는 이내 놀란 토끼눈으로 아래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서야 같이 라면을 먹을수 있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긴 한 것일까? 2시간 가량이 지난후 무심결에 아래를 바라보자 시체는 온데간데 없었고 시장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인파는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경찰이 시체를 수거해간 것이다.

    "아빠!! 나 비행기 태워줘~!"

    아들녀석이 내 바지가랭이를 잡으며 같이 놀아달라고 떼를 썼다. 하지만 아까 일어난 살인사건이 이상하게 자꾸 머리속에 각인되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의 소행일까?.. 혹시.. 구미호? 귀신?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정말 구미호나 귀신이 지구상에 반드시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다른사람에게 말 한다거나 구미호가 있다고 소리치고 다닌다면 아마도 나를 미친놈 취급을 할것이기 때문에 내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었는데 아까 본 시체를 보자 가슴속에 묻어둔 말이 하고 싶어 미칠 노릇이였다.

    주방에서 흥얼거리며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여보는 구미호나 귀신은 존재할까??"

    뜬금없는 나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아내는 대답했다.


    "여보 너무 공포영화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역시 아내도 내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존재하지 않을까?"



    아내의 눈은 어느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뀌었고 내게 말했다.


    "여보 피곤해요? 좀 주무세요.."


    그렇다. 무당이나 퇴마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귀신이나 구미호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는다면 그 대답은 100% 존재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구미호나 귀신을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거이 대부분 없다고 믿을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거짓으로 생각해 버리니까..



    다음날 출근하려고 문을 열고 나오자 사람들의 웅성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와 같이 폴리스 라인 노란선이 쳐져 있었고 그 주위에는 어제와 맞먹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혹시.. 또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일까?.. 다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수많은 인파를 겨우 헤집고 앞으로 다가가니 어제와 같은 모습을 한 시체가 눈을 부릅 뜨고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 또 살인사건인가요?.."

    "어 어제 그 총각이네? 또 살인사건 인겨.. 저 저저!! 텅텅 비어있는 배때기 좀 봐봐 큰일이야 큰일.."

    아줌마가 손짓한 곳을 바라보자 어제와 같이 장기가 다 흘러내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점은 그 장기는 창자였다는 것이다. 나머지 장기는 온데간데 없이 창자만 흘러나와 있었다.

    "자자 물러나세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더 확대하고 있었다. 난 그에게 물었다.

    "저기.. 어제도 장기가 창자 밖에 없었나요?.."

    내 질문에 나를 미친놈 취급하고 기분 나쁘게 위아래로 쓱 훓어보더니 말했다.

    "예예!! 어떤 미친놈이 모조리 다 빼가고 창자만 흐르더군요!"

    내 생각이지만 범인은 구미호 아니면 귀신 둘중에 하나였다. 장기를 빼가는게 목적이였다면 저렇게 배에 맨틀 뚜껑만한 구멍을 내어 무식하게 빼 갈리가 없었다. 또 살인이 목적이였다면 보란듯이 시체를 아파트 입구에 버리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경찰에게 증거를 남기는 꼴이 되니까..

    출근을 해서도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살인사건.. 궁금한것은 꼭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기에 쉽사리 일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보뭔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외투를 벗기고선 말했다.

    " 그게.. 오늘 또 살인사건 일어났잖아.. 그 범인이 누군가해서.. 혹시 귀신이나 구미호가 아닐까?.."

    "밥 드세요!!"

    자기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귀신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히지 못한다. 그러면.. 구미호 뿐이란 말인가?.. 전설속에서나 등장하는 꼬리가 9개가 달린 구미호?.. 그날밤 나는 쉽사리 눈을 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또다시 살인사건이다.. 벌써 3일 연속으로 똑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때와 같이 폴리스라인 선에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되고 있었다.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 호기심으로 살인사건을 바라보던 눈빛이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혹시나 자신이 죽게되진 않을까 눈에서 두려움이 우러나왔고, 경찰에게 폭풍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범인 안잡아요?!!"

    " 무서워서 살겠어요? 어서 범인잡아요 우리가 낸 세금들이 얼만데.."

    "말을 하면 대답이라도 해봐요 좀!!"

    무서운 40대 아줌마들의 폭풍공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경찰..

    " 이런거 말해도 되려나.. 저희 경찰은 시체의 훼손도를 보아 사람의 소행이 아닌 동물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더 이상은 말해드릴수가 없습니다. "


    순간 그 동물은 구미호이에요!!라고 크게 외치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꾹꾹 참았다. 그리고 난 내 마음대로 범인을 구미호라고 단정지었다. 공포영화속에서 봐오던 구미호가 사람을 죽이고 난뒤 모습이랑 시체랑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하면 내가 잡겠다고.. 공포영화에서 보듯 구미호는 법사들이 마법을 부려 무찌르곤 한다. 하지만 난 마법을 부릴수가 없기 때문에 구미호를 유인하기로 생각했다.


    바로 구미호가 좋아하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싱싱하고 탱글한 동물의 간으로 말이다.


    그리고 난 어렵게 소의 간을 구할 수 있었다. 핏기가 가득한 소의 간을 말이다. 대충 내 머리속에 계획은 잡아놨다. 이제 그것을 실행하러 경비실로 향했다.

    " 아이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어르신 "

    "수고라니요 허허.."

    "제가 오늘 잠이 안와서 그러는데 제가 대신 야간근무를 서도 되겠습니까?"

    "그건 제가 할일이지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하루만 서겠습니다. 먼저 퇴근하시지요"

    그렇게 어렵게 경비를 설득했다. 이제 집으로 향해 김치 냉장고에 싱싱하게 보관해놓은 소의간만 꺼내어 CCTV가 잘 찍이는 아파트 입구에 던져 놓기만 하면 된다. 누가보면 날 정신병자로 알겠지만 시체를 본 나는 그 순간부터 구미호가 범인이라고 확신해버렸다.


    "여보 어디 가세요?"

    젠장.. 아내에게 들켜버렸다. 아내가 잠귀가 이렇게나 밝은 줄은 몰랐는데.. 젠장 뭐라고 설명해야지? 내 손에 들려있는 까만 비닐봉지를 뭐라고 둘러대지?

    "하하.. 잠시 바람쐬러.."

    "근데 그 까만 비닐봉지는 뭐에요? 요즘 여보 이상하더니.."

    젠장.. 들켜버렸다. 아내가 내 손에 걸린 비닐봉지를 낚아채더니 소의 간을 보고야 말았다.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것을 꺼내 식탁으로 내동댕이쳤다.

    "이게 뭐에요? 여보 진짜 요즘 이상해요.."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으러 간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이혼소송을 걸 것 같은 아내였기에 묵묵히 잔소리를 들었다.

    "진짜.. 어서 말 안해요?"

    "스으읍.."

    화가 난 아내는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 나왔다. 이내 침을 다시 모으며 삼키며 말했지만 주체할 수 없이 침은 입가를 타고 줄줄 흘렀다.

    "여보침.. 괜찮아?"

    "쿵!!"

    난 침이 흐른다고 말해줬을 뿐인데.. 방문을 강하게 닫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난 조심스레 다시 간을 챙기고 아파트 입구 CCTV가 제일 잘 나오는 곳에 소의 간을 놔뒀다.


    하지만 난 이내 내가 잠시 미쳐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CTV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았고 몰려오는 졸음에 반쯤 눈을 감고 CCTV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집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CCTV에 비친 장면은 졸음을 일체 싹 사라지게 하였다.

    구,구미호.. 영화속에서나 보던 꼬리9개 달린 구미호가 나타난 것이다. 슬금슬금 혹여나 누구에게 들킬까 주변을 살피며 서서히 간 쪽으로 다가가 냄새를 맡은후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꼬리 9개가 공중에 떠다녔고, 눈빛은 그 어떠한 동물보다 맹혹하고 잔인했다. 또 새하얀 머리가 땅바닥에 닿일 정도로 길었으며 새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다.

    "꿀꺽 .."

    침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릴정도로 난 숨죽이며 구미호를 관찰하고 있었다. 혹여나 꿈이 아닐까 내 볼을 쌔게 꼬집었지만 고통은 그대로 전해져 왔다. 즉 꿈이 아니란 말이다.

    경찰에게 당당히 이 CCTV 화면을 보여주면 뭐라고 생각할지.. 경찰들의 당황한 표정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때였다. 난 더 이상 웃을수 없었다..

    소간을 다 먹어치운 녀석은 아직도 배가 고픈지 입가에 피범벅이 되어 CCTV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보고야 말았다.. 구미호는 웃고 있었다..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크게 웃었고 녀석은 알고 있는것 같았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것을..

    달려왔다.. 정말 빠르게 달려왔다. 난 잽싸게 경비실 문을 잠궜고 구미호와 나의 거리는 불과 싸구려 유리문 하나 차이였다.

    "똑.. 똑.."

    피를 뚝뚝 흘리며 손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순간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무서워 그만 방광에 힘이 풀림과 동시에 문을 개 박살내며 9개의 꼬리를 휘날리며 내게 다가오더니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나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보.. 아까 주지 그랬어요.. 배고파 죽는줄 알았잖아요.."

    "여보꺼도 먹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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