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로당 한쪽에 마련된 마이크 앞에 섰다. "전날 (탈당) 발표 후에 제일 먼저 우리 동네 어르신들께 말씀드리고 인사드리기 위해 찾아 뵙게 됐습니다. 처음 제가 노원에 출마했을 때 여기 계신 분들이 뽑아주셔서 국회에 등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무소속으로서 약속드린 것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삶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정치하겠다. 새정치하겠다' 그 말씀을 드렸습니다"라면서 "그래서 오늘도 여기 계신 어르신분들 말씀 들으러 왔습니다. 여러 가지 조언들, 쓴소리도 모두 듣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삶의 문제를 제일 먼저 두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에게 '탈당 신고'를 하고, 양해를 구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하지만 "쓴소리를 들으러 왔다"는 안 전 대표가 이날 경로당에 머문 시각은 약 20분 남짓이었다. 오전 11시 40분께 이곳에 도착한 그는 어르신들과 약 10분간 인사를 나눈 뒤 "식사에 방해가 되겠다"면서 취재진을 밖으로 내보냈다. 이후 내부에선 '파이팅' 소리와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후 그가 밖으로 나온 시각은 낮 12시께였다. 취재진 앞에 선 안 전 대표는 "지금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우선 순위"라며 "국민의 말씀을 듣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다니겠다"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밝혔다. 또한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또다시 현 지역구인 노원병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차에 오른 뒤 자택으로 향했다. 취재진들도 뒤를 좇았다. 안 전대표자택 앞에서 기사를 마감하던 중 선배가 "안 전 대표가 경로당에 얼마나 있었지?"라고 묻는다. "약 20분 정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자연스레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안 전 대표의 말이 떠오른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겠다'고 해석되는 말과 현장에서 20분 남짓 머무른 안 전 대표의 행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물론 안 전 대표의 행동은 어르신들이 식사하고 있다는 점과 취재진이 식사 자리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계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가 탈당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지역주민을 찾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빨리 자리를 떴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바삐 움직여야 할 만한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당초 오후 호남향우회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취재진도 이미 물린 뒤였다. 이를 고려할 때 20분 만의 철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노원에 출마했을 때 국민의 소리를 듣고 삶의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정치하겠다. 새정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철수'했다. 다시 한번 '혁신과 국민'을 내걸고 독자 행보에 나선 안 전 대표, 과연 이번엔 그 다짐을 지킬 수 있을까. 20분만에 쓴소리듣고 기념촬영까지하고 집에가는 초스피드 철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