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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63365
    작성자 : MasK
    추천 : 7
    조회수 : 462
    IP : 222.107.***.7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3/12 22:41:51
    http://todayhumor.com/?pony_63365 모바일
    [팬픽/번역] 발명의 어머니 -제3장- '...정글에'



    applejack__s_is_lost_by_zaponator-d5p36jf.png

    눈이 번쩍 뜨였다. 뭔가 잘못되었다. 애플잭은 벌떡 일어나 반사적으로 머리 위에 모자를 눌러썼다. 왜인지는 몰라도 한바탕 달리고 온 것처럼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고 주황빛 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의 두 귀가 움찔거렸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 이에 더해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뭔가 잘못되었단 느낌이 마음 속에 스며들고 있었다. 이 이상한 기분의 근원을 찾기 위해 애플잭은 주변을 미친듯이 둘러보았다.


    처음 누웠을 때보다 주변은 많이 어두워졌다. 늦잠을 잔 자신이 미웠다. 누가 봐도 바깥에 나와있기는 너무 어두운 밤이었다. 시냇물 반대편의 나무들은 겨우 보일락 말락 했고, 밀림 속은 전과 같이 고요했음에도 더더욱 위험하고 불길해 보였다. 앉아서 생각해보니, 바닷가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가끔씩 들려왔던 부스럭거림도 밤이 찾아온 이후로는 들려오지 않았다. 비록 그 소리가 그녀를 조금 불안하게 했어도, 어느순간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뭔가 잘못된’ 기분을 더욱 나쁘게만 만들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덤불들은,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고요한 밤을 가르고 울려퍼지자,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포니가 아닌 다른 존재의 날카로운 소리는 그녀의 영혼을 후벼파는 듯 했다. 애플잭은 겁에 질려 모자를 눌러 쓰고는 땅에 넙죽 엎드렸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퍼지자 그녀의 동공은 콩알만해졌고, 또한 그녀의 귀는 머리에 바짝 내려붙었다. 악몽에서나 나올법한 괴물에게 발견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겁에 질린 상태로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네발로 뛰어올라, 작은 시냇물을 뛰어넘어, 온 힘을 다해 어두컴컴한 반대편 밀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리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전속력으로 덤불들을 헤쳐나갔다. 장애물은 신속하게 뛰어넘거나 그 아래로 지나갔다.  무엇으로부터 달아나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만, 본능은 그런 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몇 분 동안 미친듯이 달리고 나서야 애플잭은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며 멈추어섰다. 아까 그 이상한 기분이 사라지고 없었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고, 계속된 달음박질에 숨은 찼지만, 일어났을 때의 역겨울 정도로 좋지 않았던 기분은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다. 뜀박질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마음을 많이 차분하게 해 주었다. 더불어 머릿속이 순식간에 정리되자 애초에 어두운 밀림 속으로 달려나갈 이유가 있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침착하고 차분했던 애플잭이었지만, 방금 전은 겁에 질린 망아지와 같았다. 어리석은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사라진 것을 보니 달아난게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 괴물이 무엇이든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다시 그녀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마냥 쉴 수만은 없기에, 애플잭은 남은 밤 동안 안전하게 숨어있을 곳을 찾아보았다. 냇가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지쳐있었던 탓인지 하루종일 눈을 붙였음에도 활력은 크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살펴보니 지금 서 있는 곳은 약간 경사진 곳이었다. 그를 따라 올라가는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리라. 움직이는게 없나 앞뒤를 계속 경계하며 비탈길을 올라갔다. 애플잭은 주변이 아직도 으스스하게 조용함을 다시 깨달았다. 모든 단서가 그녀 외의 생명이 존재하지 않음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부스럭거리는 덤불들과 끔찍한 비명소리의 기억은 그 정반대였다.


    오로지 들려오는 건 애플잭의 거친 호흡과 발굽에 밟히는 풀 소리 뿐이었다. 계속해서 높이 올라가자 머리 위를 덮은 나뭇가지들이 점점 사라져갔다. 마침내, 루나 공주님의 주의 깊은 눈과 같은 달이 시야에 들어왔다. 애플잭은 친숙한 위성이 눈에 띄자 안도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적어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는 있었다. 밤하늘에 뜬 은쟁반에 정신이 팔려 하마터면 동굴 속으로 그냥 걸어 들어갈 뻔 했다. 멈춰선 그녀는 동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방금까지 걸어 올라가던 언덕이 바로 앞에서 거의 수직으로 뻗은 암벽으로 변해있었다. 회색 빛 암벽 한 가운데에는 세 명의 포니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새까맣게 뚫려있었다.


    힘이 남아있었으면 기쁜 마음에 폴짝폴짝 뛰었을 것이다. 동굴은 그녀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좋은 은신처였다. 루나 공주님께 감사하기 위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달은 다시 나무들 사이에 가려 숲 속은 완벽한 암흑에 물들어 있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밤의 공주님께 속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고 나서 애플잭은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컴컴한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끔찍한 비명소리에 겁에 질렸던 몸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앞다리의 힘이 풀렸다. 바로 균형을 잡지 못했더라면 동굴 바닥에 엎어질 뻔했다. 그녀는 바닥에 앉아 문제의 발굽을 살펴보았다. 어두운 동굴 속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도, 왼쪽 발굽으로 만져도 보고, 몇번 움직여 볼 수는 있었다. 찾아낸 사실은 그닥 고무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숲 속에서 뛰어가던 사이에 발목을 삔 것 같았다. 몸이 긴장해 있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해진 지금으로서는 극심한 고통과 부상을 악화시킬 위험 없이 체중을 감히 발굽에 싣을 수 없었다.


    불행히도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런 어리숙한 실수를 한 자신이 실망스러웠던 애플잭은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래도 그녀는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일도 고지대를 계속 찾아볼 생각이었다. 비록 바깥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 동굴이 뚫려있는 암벽은 높은 곳으로 이어지는게 분명했다. 그래도 다친 앞발 때문에 일은 복잡해질 것이다. 그 문제는 때가 되면 신경쓰기로 하고, 애플잭은 그녀의 임시 피난처를 둘러보았다.


    동굴 속은 바깥보다 시원했다. 바깥은 하루종일 후텁지근했기에 애플잭으로선 좋은 일이었다. 하루종일 농장에서 일하느라 땀범벅이 되기는 예삿일이었지만, 그녀는 자러 들어가기 전에 매번 길게 목욕을 했었다. 지금으로선 그건 지나친 사치였다. 그 사실이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과거에 야영을 갔을 때도 이틀간은 씻지 못했지, 지금도 그 때랑 비슷해. 그냥 갑작스런 야영 여행일 뿐이야. 물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상한 밀림 속에 갇혔다는 점하고, 정체불명의 괴물이 저 어딘가에서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찾아 다닌다는 점만 뺀다면. 다시 생각해보니 일반적인 야영하곤 좀 거리가 있었다.


    애플잭은 주변을 더듬으며 동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10미터 즈음 안으로 들어갔음에도 앞을 가로막는 건 없었다. 동굴은 여전히 세명의 포니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상함에 고개를 가로젓고선 그녀는 자리에 그냥 누워버렸다. 돌바닥이 딱딱하고 거칠었어도 기진맥진한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나마 동굴 속이 축축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었다. 돌 위에서 자는 것도 불편한데 거기에 축축하기까지 하다면 최악이었다. 애플잭은 몸을 웅크리고 누우며 모자를 조심스럽게 옆에다 놓아두었다.


    몇분간 계속 귀를 열어두었음에도 밤은 여전히 침묵했다. 머지않아 애플잭은, 나무나 덤불이 바스락거리든 뭐든간에, 이 미치도록 부자연스러운 정적을 깨달라고 빌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그 괴물이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을 먹어치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비몽사몽한 그녀의 머릿속을 잠시 스치고 지나갔다. 마침내, 외딴 밀림 속에서, 괴물 걱정을 하며 동굴 바닥에 놓인 아픈 발을 달래던 그녀는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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