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수능완성 국어 A형 지문에 보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가 일부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바꿨습니다.
(혹시 페이스북에서 보신 분들은, 그거 저 맞습니다. )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세요.
누가 누구라고는 말 않겠습니다.
—----------
“자네는 그 나이에 이성친구도 없이 어쩔 셈인가?”
드디어 효심은 포문을 열었다.
“글쎄요.”
슬그머니 뇌는 말과 달리 눈은 경계심을 나타낸다.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런가?”
“달리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글쎄요, 이곳이 헬조선이라 그럴까요?” 하고 처음으로 웃는다.
석연찮은 웃음이다.
“헬조선 헬조선 하는 것들, 모두 그게 다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봅니다. 그저 흙수저라 그러겠지요.”
“쇠수저 조차도 아니다. 그 말인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제 일신상의 문제는 끼어들지 마십시오. 나이 이쯤 됐으면 조만간에 제 자신이 처리하게 되겠지요.”
듣기에 따라서 꼰대 주제에, 하는 경멸의 뜻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효심은, “그야 그렇지. 자네 일에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 허나,”
좁혀진 눈이 벌어지면서 번쩍 빛났다.
“역사교과서에 관한 일이라면 사정이 다르지 않겠느냐?”
“......”
“학생들에겐 공부해야할 대상이요, 또......그렇지, 요즘 교과서는 8종이나 돼서 배울 내용이 너무 많고, 책 속의 고증오류도 너무 많아.”
“물론 그렇습니다.”
“해서 하는 얘기야. 내용이 틀린 역사교과서는 고쳐야 할게야.”
“그거라면 고쳐야겠지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국정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민국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일단 윽박해 온다. 가만히 듣던 민국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셔진다. 효심은 그에게 최루탄을 보여주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자살하고, 나라를 떠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지?”
무조건 하고야 말겠다는 효심의 눈을 받은 민국은 한순간 어이가 없어 웃었다.
“고증오류 등의 일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역사교과서에는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교과서만의 문제가 아니야. 학생들의 사상의 문제다.”
“그들의 사상을 하나의 틀에 가두자 그 말씀이시오?”
얼굴에 노기가 떠오른다.
“정부가 하는 일이니 무조건 옳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면 저는 비겁한 놈이 됩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니 무조건 옳다고 억지를 쓰시는 일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비로소 효심은 머쓱해진다. 마침 술이 왔다. 그들은 아까와 달리 천천히 술을 마신다.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않는 게야.”
효심은 주정 비슷하게 다시 시작했다.
“헌법에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어있고,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도 안다. 교과서는 내 것이 아니지만, 지금 배우는 것은 틀린 것이야.”
“.......”
“아무리 세상이 밥 굶는 걱정이 없어졌기로 하룻밤에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야. 대통령이 독재자가 되고, 건국자가 매국노로 떨어졌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사고관을 심어줄 수 있으니, 부정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헬조선헬조선 하는 것이야. 그런 것을 좌시 할 수 없기에 내 칼이 자네 목에 들어갈 줄 알란 그 말이니라.”
“저도 한 말씀 드리지요.”
“......”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마십시오. 역사교과서 역시 제 개인의 것은 아니지만 물론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역사학자들도 전부 좌파라는 탈을 씌우더니 그들이 쓴 역사교과서도 좌편향 되어있다고 우기시더군요.
그러나 그들이 연구한 역사들이 거짓이고 편향적이고 틀린 것이라 믿진 않습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반대하는, 내세우는 이유마저 논리가 없이 내세우며 역사교과서를 마음대로 고치면, 저의 칼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의도부터 불순한 썩어 버린 행동이니까요. 그런 행동을 영구집권의 시작이라고들 하지요.”
상처받은 짐승같이 영악한가 하면, 체념한 듯한 그런 눈이 효심을 쳐다본다.
“이놈!”
“......”
“종북세력주제에 뉘한테 그따위 혓바닥을!”
“아가씨, 구차스럽소이다. 종북을 불러내지 않을 수 없는 그 정도로 허약한 분인 줄 미처 몰랐소이다.”
“이놈! 뭐라구?”
“저도 국민의 뜻이라는 원병을 청하리까?”
민국은 일어섰다. 효심도 일어서는데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떤다.
“꿈도 꾸지 마십시오.” 민국은 돌아보지도 않고 나간다. 효심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주먹으로 탁자를 친다.
[중략]
효심은 새로운 교과서를 생각하고 있었다.
반대하는 이들을 모두 종북으로 몰아붙여 여론을 분열 시키는 일, 시위하는 학생들을 전부 구속시켜 범죄자로 만드는 일, 사학자중 누구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집필진을 구하는 일, 이 세 가지 일을 두고 실질적인 계획을 짜 보는 것이었으나 어느덧 머릿속에서는 엉뚱한 꿈을 꾸고 있었다.
효심은 그 꿈에 취해 경제가 어디쯤 달려가고 있는지, 자신의 책임질 일이 수없이 많다는 것조차 잊는다. 교과서를 고치는 일이었다. 독재를 정당화하고, 근현대사를 비트는 일이다.
기초에서부터 역사를 가르쳐 차근차근히 치밀하게 공사는 진행된다. 일단 본인은 국외여행을 떠나고, 아랫사람을 시켜 학생들을 구속한 뒤, 언론 매수, 인터넷과 댓글조작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고 보면 뼈대는 다 되는 셈이다.
독립운동가를 테러리스트로 만들고, 친일파를 정당화하며 공정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교과서에는 그 누구도 민국과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서술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국민들의 생각을 한다. 까닭도 없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다. 효심은 순간 자기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전철을 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미 시작한 일, 몰래 진행하던 어떻게 해서든 끝마무리만 지으면 후일 밀어붙여도 잠시잠깐만 일어날 뿐, 따르는 것이 그게 국민이다.’
선배 명지때도 그랬다. 잠시잠깐 촛불을 들고 일어났다가 다시 조용해지지 않았는가? 효심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교과서를 고치는 계획으로 되돌아간다. 지금 당장에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대한 집념이 효심의 현실인 것이다.
‘어차피 할 것, 무시하고 밀어붙이자. 잠시 일어나는 것인데, 힘들여 경찰을 동원할 필요는 없겠지.’
무너져가는 경제야 재벌들이 문제없으니 그렇다 치고, 아버지에 대한 부분은 호사스레 만들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밀어붙이면 되니까.
이번의 구속만 하더라도 언론과 몇몇 외신들이 비난한 것 밖에 손해랄 것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언론이야 매수하면 되는 일이고, 외신이야 찾아보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Ps. 작성하기는 수능 전에 작성해서.. 지금과 조금 상황이 안맞는게 있네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