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여리고 성처럼 KBS를 무너뜨리자”
[한겨레] ‘한국교회 위기인가’ 방송강행 방침에 대규모 항의집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KBS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다.
KBS가 개신교 선교 1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 방송을 놓고 개신교 보수단체가 강력반발에 나선 것이다.
기독교 개신교계의 대표적 보수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지난달 중순부터 KBS <한국 사회를 말한다> 제작팀에 이 프로그램의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세 차례나 보냈다. 그러나 KBS가 방송강행 방침을 고수하자 대규모 집회등 강력반발에 나선 상태다.
한기총은 경찰에 집회신고를 내고 30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1500여명의 신도가 모여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기독교 탄압 방송철회 촉구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한기총 소속 목사와 장로들은 KBS 방송사를 구약성경에 나오는 여리고성처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기총은 참석자들에게 “기도의 힘으로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KBS를 무너뜨리자”며 “KBS를 한 바퀴 돌자”는 ‘여리고 작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기총의 KBS 규탄집회는 1일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신도 등이 방송사까지 찾아가 반대시위를 벌이는 것일까?
한국방송이 2일 오후 KBS 1TV로 오후 8시부터 1시간동안 내보낼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 프로그램이 ‘성장주의’로 흐르고 있는 한국교회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쪽은 기획의도로 “그동안 교회는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오면서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지만, 근자에 들어 교회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며 “성장제일주의, 대형화 경쟁은 ‘이웃사랑’을 소홀히 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목사직 세습은 ‘경향성’ 마저 띠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제왕적 목사를 중심으로 한 불투명한 재정운영은 신자들간에 극심한 충돌을 낳고 있다”며 일부 교회의 아킬레스건을 비판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31.3%) 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59.3%) 가 높게 나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기총 “국론과 기독교를 이분화시키는 것은 종교탄압”
한국방송 “변화 요구 수용, 갈등해소 방향제시 의도”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교회, 위기의 징후들(세습을 둘러싼 논란, 재정운영의 문제,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자기교파/자기교회중심(40.3%), 교회의 대형화/ 성장제일주의(23.9%), 자격이 부족한 목회자(12.6%), 비민주적 의사결정/불투명한 재정운영(9.5%), 세습(5.8%)), △영욕의 역사를 걸어온 한국교회(신사참배, 친일, 독재권력과의 유착 등) △목사직 세습을 둘러싼 갈등의 현장(강남의 한 교회) △불투명한 재정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교회돈 유용 등) 등도 교회쪽에서는 달갑지 않은 사항들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종교’로 기독교(42.7%)가 불교(31.9%), 천주교(11.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거나, ‘한국교회가 잘하고 있는 점’으로 “이웃돕기/봉사활동(47.3%),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제공(14.9%), 지역공동체형성(12.4%)” 등이 꼽히는 점 등 이 프로그램이 긍정적 측면을 보도한 점은 가려지고 있다.
“구한말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교회는 근대화와 민주화, 사회복지에 큰 기여를 했다”거나, “교회의 투명한 재정운영을 제도화시키는 교회도 나오고, 민주적 정관을 만들고 교회재정 상태를 공인회계사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한다”는 내용도 교회쪽에서는 ‘구색맞추기’ 정도로 보고 있다. 특히 “선교 120년, 한국교회가 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야 한다”는 제작진의 대안제시도 교회쪽에서는 껄끄러운 비판이다.
한기총 박천일 총무는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 당사자도 제대로 취재도 하지 않고 잘못한 쪽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며 “언론이 비판할 자격이 있지만, 공영방송이 공정성을 잃은 채 국론과 기독교를 이분화시키는 것은 종교탄압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제작은 맡은 강성훈 PD는 “특정 교회나 종파를 다루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 일반에 대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공론화하는 반성적 성찰이다”며 “한국교회가 밑바닥에서 나오는 변화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회의 갈등을 완화해 나가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기총쪽이 ‘구색맞추기’식이라고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며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대규모 시위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한국방송쪽의 프로그램 소개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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