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학생때 부터 오유를 쭉 눈팅만 해오다가, 일X 난입 이후로 이용이 어려워져서 군시절에 가입해서 눈팅을 했는데
첫글을 이런 걸로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는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고, 그래서 사시생도 로스쿨생도 건너건너 몇명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둘 다 해당하지 않으며, 가까운 지인들의 이해 관계도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가 비판받아야할 대상을 크게 빗나갔다는 것입니다.
지금 오유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로스쿨 학생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기득권이고
사시 준비생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람인 양 이야기하고
마치 로스쿨을 폐지하는 것이 기득권을 무너뜨린 것 같은 구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편법을 써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그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권력자의 구도에 로스쿨생이 있는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선 로스쿨 학생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수저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법을 공부하는 목적도 개인의 영달부터 국선 변호사가 되서 어려운 사람을 변호하겠다는 꿈 까지 다양합니다.
사법고시 준비생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의 전적인 지원을 받아가며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이 목표하는 바 역시 다양합니다.
사시에 비해서 로스쿨이 들어가기도, 졸업하기도 쉬운 것은 사실이나...소위 말하는 좋은 로스쿨에 들어가서
변시를 합격하고, 특히나 검사로 임용되기 위해 드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양입니다.
명문대도 로스쿨도 의전원도 마치 집이 잘 살면 누구나 갈 수 있다! 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만
집이 부유하면 편한 것은 사실이나 뿐 본인의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건 어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스쿨 학생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 역시 사실이지만, 장학금 제도가 상당히 잘 되어있는 것 역시 사실이며,
사법고시에 들어가는 돈도 영세한 가정이 부담하기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실제로 신림동에 거주하는 생활비나 강의료등을 모두 합하면
상당한 양입니다. 로스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이지..고시라는 시험 시장은 사실 어떤 시험이든지 간에 현재 준 독점상태라 비쌉니다.
즉, 로스쿨 학생도 사시생도 주어진 제도적 여건 하에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온 사람들일 뿐입니다.
법대가 폐지된 2009년~2010년 이후에 법조인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로스쿨에 합격하기 위해 노력했고, 합격하였고
그 이전의 세대들은 법조인의 꿈을 품고 신림동으로 들어갔던 차이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고시에 4,5년안에 반드시 붙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선발 인원도 줄어드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둘째, 로스쿨 제도도 사법고시 제도는 각각 장단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로스쿨 제도는 소위 말하는 고시낭인의 양성을 줄여줍니다. 또한 기존 사법부 병폐의 가장 큰 원인인 선후배간 유착이나 전관예우를 완화시켜줍니다.
즉, 이전에는 사시 합격자라는 동질감이 사법부를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묶어주고 있었다면,
로스쿨 제도는 사법부에 들어오는 통로를 다원화하여 사법부 내부의 동질감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약화된다는 것은 현 법조계의 병폐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시의 장점을 예로 들자면 로스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가 필요하고(어디까지나 상대적입니다.), 이에 따라 조금 더 많은 이들이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현 사법부의 병폐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끝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시험이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법 시험 제도와 로스쿨 제도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공론화된 논의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이 이러이러하다면 어떠한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인지(뭐 장학제도도 그래서 늘어났고, 로스쿨 출신의 실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자 변시난이도가 높아지고 합격률을 낮췄죠 이러한 제도의 개선 방안)
로스쿨 제도를 축소하고 다시 사시 위주로 법조계를 구성할 것이라면 기존의 로스쿨 생은 어떻게 구제해 주어야 하는지
사시를 완전히 폐지할 것이라면 기존 사시 시장과, 그 구성원들 그리고 사시생들에겐 어떤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두개를 병행한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비중을 조정할 것인지....와 같이 말이죠
하지만 지금의 결론은 사실상...4년 있다가 다시 얘기해보자 라고 보입니다.
일견 사시의 승리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아직까지는 그저 약간의 수명연장일 뿐이죠. 고시에서 1년은 정말 짧습니다. 순식간이에요.
어버버 하는 사이에 2~3년 금방 갑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은 20대에게 있어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즉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4년 후에 맞는 선택이 될 것인지가 아주 불투명해진 상황이지요
결국 법조인이 되고싶은 꿈을 가진 청년들은 이정표를 잃어버린 것이고,
기존에 세워진 이정표를 믿고 길을 가던 이들은 갑자기 길이 사라진, 혹은 이상해져버린 것이죠.
사실 지금 로스쿨 학생들의 분노가 이해가 갑니다. 그들은 현 제도하에서 꿈을 위한 선택을 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인데,
그 목표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죠
사시가 존치된다는 것을 과거에 이미 알 수도 없는 문제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문제니까요
이러한 결정은 다양한 부분..예컨대 공무원이나 공기업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장 본인이 몇년간 준비하던 시험의 전형이 없어졌다거나, 다른 전형이 생겨서 본인 전형의 티오가 줄어든다면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
이렇게 긴 글을 썼지만
사시가 옳다 혹은 로스쿨이 옳다라는 명확한 결론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그저 본인의 길을 가며 미래를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
어떤 무책임한 결정의 피해자가 되고 분명히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대결구도 때문에 어느순간 가해자로 비난받게되는 상황
즉, 분명 무책임한 결정을 한 권력기관이 있는데,
엉뚱한 논리로 피해자들 사이에 편을 갈라서 서로 싸우게 해서
중요한 논의를 피해가거나, 혹은 비판을 받을 결정을 한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비판도 받지 않는
이러한 상황을 이미 너무나 많은 쟁점들의 논의 과정에서 보았습니다.
정작 중요한 논의는 하나도 하지 않은채 그냥 로스쿨생만 비난하게 되는 상황이 답답해서 써 보았습니다.
사시생도 로스쿨생도 법조인이 되고 싶으나 불안한 비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사법시험이든 변시든 검사시험이든 합격해서 법조인이 된 게 아닌 이상 저사람들은 절대로 기득권이 아니에요
로스쿨도 변시 합격률 절반정도고, 판검되기는 뭐;...
심지어 로변은 합격해도 기득권 아니죠 뭐...
왜 사시생은 로스쿨생 비난하느라 바쁘고, 로스쿨생은 사시생 비난하느라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4년만 그냥 냅둬보자라는 이야기로 장기적인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 지금의 상황이 문제 아닌가요..